어린 시절의 물건을 유연히 손에 넣게 되었을때, 가을이 괜히 가을이 아닌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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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와 전혀 상관 없는 별동네 이야기입니다.

혹자는 어릴때 가지고 놀던 마징가나 태권V를 시골 문방구에서 발견하고 자기도 모르게 이걸 사들고 집에 왔다더군요. 화랑지우개도 함께 말입니다. 예전의 기억에 대한 구매이지 100원 정도 하던 플라스틱 완구가 어른들에게 무슨 재미를 주겠습니까.

저도 이런 일로 최근에 만녀필을 하나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만년필이야 수도 없이 많이 있는데, 색깔별로 한번 모아 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더군요. 사진에 첨부된 만년필은 486세대이면 아실껍니다. 386세대가 이제 486세대가 되었죠^^. 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처음 이걸 보았을땐 저의 친한 친구가 중학생이 되면서 구매 한 것이라며 보여 주더군요. 아직 머릴깍기 전이었으니까 아마 졸업식을 얼마 앞둔 어떤 날이었을껍니다. 당시엔 서독제품이라는 제조국이 표시가 되어있었답니다. 그뒤에 스승의 날에 급우들이랑 돈을 모아서 선생님 선물도 이걸로 해 드리고, 어머니를 쫄라서 백화점에서 사기도 하고, 제가 직접 시내로 나가서 사기도 하고 몇번 이렇게 사서 쓴 기억이 납니다. 중학생때엔 저 만년필이 너무나도 자주 책상에서 떨어져 깨져 버리더군요. 사진 위쪽에 있는건 복학 후 이모님이 저에게 주신겁니다. '요즘은 만년필 쓰는 사람이 없어서......'하시면서 주신것인데. 우연히 이것을 구매 할 기회가 되어서 얼른 사 버렸습니다. 예전에 급우들이 선생님께 선물하던 그 색상과 같은 겁니다.

가을이라 괜히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나 봅니다. 가을을 탄다고나 할까요. 혹시 이런 경험들 없으신가요? 남들은 그걸 왜?하는 반응이지만 본인에겐 굉장한 추엌이 샘솟는 그런 것들 말입니다. 정말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친구가 저를 부를 것만 같은 그런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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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bird의 이미지

디지털제품을 쓰면 쓸수록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가 강해지는건 저뿐만이 아니군요 ^^
수동식 타자기를 아직도 못버리는 이유도 그게 아닐까 합니다.
더더욱 이렇게 선선해 지는 계절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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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천사의 이미지

저는 마음에 두었던 한 사람이 기억납니다. 그 사람의 모습이... 뭐 보이는게 없으니 글쎄요 목소리라고 해야 하나??? 물론 지금도 마음에 두고 있는...

그리고 지금 제 주위에 있는 시계들은 전부 디지털식입니다. 따로 시계가 없긴 하지만... 탁상 시계라던가.. 음.. 손목시계는 못 보니 탁상시계가 유일했죠. 지금은 헨드폰 속의 커다란 디지털 시계를 씁니다. 옆에 있는 볼륨 조정 버튼을 누르면 말로도 읽어 주니 편한데... 때때로 탁상 시계가 그립죠. 특히 이럴 때는...

또... 컴퓨터의 달력을 봅니다. 하지만 매 년 점자 달력이 있었습니다. 그걸 보던 때가 그립습니다. 얼마 전에는 오랜만에 점자판을 꺼내서 뭔가를 좀 적었습니다. "한소네"가 고장나는 바람에 적어야 할 것을 점자 필기구로 적고 있죠 요즘... 헌데 왠지 기분이 좋습니다 후후.

-- 추가 --
점자판을 잡고 글을 쓰면... 처음에 점자 배울 때가 생각납니다 지금은... 점필을 잡고 너무 써 대니.. 어린 나이에... 손바닥과 손가락 아래쪽에 굳은 살이 몇 번이고 배이고... 물집이 잡히고... 터지고 그런 일들이 많앗었죠. 이제는 손도 커서 50장을 찍어내던 100장을 직어내건.. 그런 일은 안 생기지만... 가끔 필요하면 50장, 100장도 찍습니다 쉬지 않고... 원고지 쓰는 거 처럼... 처음에는 아무 걷도 없던 팔에 슬슬 뭔가가 생기던 것도 기억이 나는군요. 점필을 잡고 점자를 적게 되면 항상 팔의 일부 근육만을 계속 사용하게 됩니다. 어린 아이들은 그러다 보면 팔이 많이 아프기도 하고... 과다하게 많이 찍는 연습을 시키면 말이죠. 늘 적어야 했으므로 처음엔 안 그랬는데 팔뚝이 두꺼워 지더군요. 생각 안 하고 살다가 어느 날 문득 발견했죠. 그 때 이후로 그 팔뜌구은 늘 그 두깨에 딱딱한 특정 부위의 근육을 가지고 있죠. 요즘엔 점점 필기구를 써서 점자를 적을 이유가 없어져가고 있지만, 여전히 점자판은 쓸만한 도구가 편지 같은걸 쓰기에는 참 제격인 거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연필로 쓴 편지, 볼팬으로 쓴 편지가.. 인쇠한 거 보다 따듯함을 주는 것 처럼, 텍스트 파일로 쓰는 이매일이나 넘겨주는 편지 보다는... 종이에 손수 찍어 주는 편지가 사람 마음을 따듯하게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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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Yeosong(이여송 사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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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절이 싫으면 중이 절을 부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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