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인 문서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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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무슨 소리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문서형식은 대체적으로 예쁘지 못하고 비과학적(?)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정부에서 발행하는 문서만 보아도, 한글이나 MS워드로 작성한 문서를 올리고

열어보면 뭔놈의 표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정말 징그럽게 표는 많더군요.

작성된 문서가 타이포그래피의 측면에 봤을 때 전혀 이쁘지 않고..

미국정부에서 발행한 문서는 정반대로 대부분 pdf 형식으로 되어 있고

타이포그래피의 측면에서 봤을 때에도 굉장히 전문적이고 잘 꾸며져 있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1장, 1절 이런 말을 굉장히 촌스러운 문단구별법이라 생각하고

1.2.2 이런 식의 구별법을 더 과학적(?)인 챕터 나누기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상하게 장, 절 붙인 책들, 그것도 한자로 써져있으면, 정말 낡았구나 한숨을 쉽니다 ㅡㅡ;

shockyhan의 이미지

디자인라고 하면 포토샵하고 일러스트레이터 배운 뒤에 마우스하고 키보드로
한 픽셀씩 움직여가며 날 밤 새는걸 전문직로 여기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을
데려다가 돈 주고 일시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렇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국가 연구개발 프로젝트나 관급 공사의 입찰 문서를 대부분 그렇게 만듭니다.
한 30~40명 정도가 모여서 일하는데 '맥작업' 한다는 사람들(예전에 매킨토시에서
AI나 PS 작업했던 것 때문에 그렇게 부르지요) 대여섯 명에 3D max 하는 사람들 몇,
CAD 작업 하는 사람들 몇 붙어서 디자인 팀이라고 모여 있습니다.

하는 일은 연구자나 설계자가 작성한 HWP 문서 가져오면 일일이 복사해서 '표'에 집어넣고,
조금 중요하게 꾸며야 하는 내용은 AI나 3D max 작업 해서 포토샵으로 이미지 만들어
그림으로 삽입해 버립니다. '표'는 물론 테두리가 보이는 것도 있지만 페이지 전체를
테두리 없는 표로 만들어 버리곤 하지요. 나중에 수정 한 번 하려면 페이지를 다지 쪼개기
위해서 문서 다시 만들다 시피 하구요 문서 크기 엄청납니다.
HWP 좀 다룬다는 사람도 손도 못대게 만들기 때문에 막판까지 큰소리 치며 작업합니다.
마무리 할 때는 다들 줄서서 '신의손' 짜증 감수하며 밤새 대기하곤 하죠.

'디자인' 이라면 그냥 예쁜게 아니라 '설계'로 변역할 수 있는
뭔가 기능적인 면에대한 고민이 있어야 될텐데 그런 노력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보통 몇 백억 하는 공사나 몇 십억 하는 연구 프로젝트 하나당 입찰을 위해
최소 5~6개 디자인 팀이 한 건에 몇 천만원씩 하는 소위 '맥작업'을 할 테니
대한민국에서 한 해에 발생하는 맥작업 비용만도 엄청날 겁니다.
그 많은 돈 들여서 '신의손'들 양성하고 있다는 생각 하면 참 한숨 저절로 나옵니다.
그분들도 먹고 살긴 해야 겠지만 이건 아니다 싶기도 하지요.
말씀하신 것처럼 뭔가 과학적인 디자인을 위한 고민이 있어야 할텐데 말이죠.
'신의손' 십 만명 있으면 뭐하겠습니까?

국가에서도 개선 하겠답시고 연구개발 문서나 입찰 문서는 3D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고
XML로 전산 입력하게 하는데 이것도 눈가리고 아웅이라. 일단 맥작업 한 문서로 심사를
받은 후 전산 입력하는 문서는 연구단에서 따로 HWP 파일로 올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한글과컴퓨터는 XML 형식을 지원한다고는 해놓고는 일반 개발자가 네트워크로
작업하려면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도록 고도의 테크닉(?)을 부려놔서 결국은 자기들이
개발하는 모듈을 써야 서버에 입력이 가능하게 만들어 놨지요.
결국 전산 입력을 위한 문서도 HWP에서 작성하는데 한 글자만 틀려도 전산입력 단계에서
오류가 발생해서 전체 문서를 검토해 가며 수정해야 하죠.

애시당초 XML 문서 형식으로 입찰 심사를 하면 심사하는 사람이나 입력하는 사람이나 모두
인터넷에서 할수도 있고 문서 취합이나 기타 등등 여러모로 편할텐데도 말이죠.
stake holder 라고 할 수 있는 hwp 관계자와 디자인 계열 '맥작업'가들의 로비를 뚫어야
과학적인 디자인이 가능한 나라가 되지않을까 생각합니다.
DTP를 위한 툴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참 웃긴 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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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cky Han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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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cky Han
BIM Consultant, Certified Information Systems Auditor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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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covnk의 이미지

1.

1장, 1절.. 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네요 :)

커다란 문서인 경우 크게 Part를 나누고, 세부에서 1.1... 이런 식으로 나누곤 합니다. 안 그러면 단계가 너무 많아지니 -o-

그럴 때 장, 절 개념이 필요한 건 변함 없습니다. Section이나 Part의 우리말 쯤 되려나요.. (순서 헷갈리네..)

2.

표는 너무 좋아합니다. 표가 필요한 문서도 있지만, 굳이 안써도 되는 문서에 표 쓰는 건 좀 짜증나지요.. 표가 한 쪽 가득 채우는데, 살펴보면 서너 줄에, 두칸 짜리 표가 나오면 슬프죠.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외국에 비해 글자 형태가 복잡하다보니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겠습니다. 똑같은 레이아웃으로 해도 알파벳이 좀더 깔끔하게 나오는 걸 보다 보면 참 -o-

3.

그건 그렇고.. 문제는 적어도 "스타일" 기능을 써줘야 하는 데 그냥 하나하나 글자크기 늘리고 굵게 하고.. 하는 걸 많이 봅니다.

안타깝습니다 ㅠㅠ

keizie의 이미지

한글로 나오는 게 옳겠지만, 설사 한자로 나온다고 해도 그건 문서 형식이랑은 상관 없죠. 한자가 있을 자리에 알파벳이 들어가야 과학적이라고 하시진 않을 거잖아요?

warpdory의 이미지

저 위에 있는 공무원 윗대가리들이 바뀌면 됩니다.
소위 말하는 '와꾸' 좋아하는 버릇 없어지지 않으면 쓸데없이 표 많이 넣는 버릇 안 없어집니다. - 표가 적절하게 쓰이면 좋지만, 표 작업하느라 정작 중요한 내용이 부실해지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 와서...

그리고...

1.
1.1.
1.1.1.

이것과
1 장
1 장 1 절
1 장 1 절 1 구

이런 식으로 나간다고 해서 어느 게 더 과학적/비과학적 이냐가 아닌 문화적인 차이입니다.
미국문서도 법률문서, 그러니깐, 어떤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게 되는 법적인 문서(계약서라든가 등등...)는 쓰는 용어부터 시작해서 문단 나누는 방법도 일반문서와 달라지게 됩니다. 당연히 구절 나누는 것도 단순시 1., 1.1., 1.1.1. ... 이런 식으로 나누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Chapter 1., Capter 1. Sentence 1. ... 이런 식으로도 나갑니다.

그리고 쓰잘데기 없이 한자나 영어 집어 넣는 건 저도 반대합니다. 그런데, 좀 높은 사람들은 꼭 '한자로 써'라는 경우가 많죠. 대표적인 게 지금은 없어진 자유민주주의 말아먹는 정당의 김종필 어쩌구가 있었죠. 그 사람 얘기대로라면 한글은 조사나 '하다' 정도만 쓰이고 나머지는 다 한자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었죠. 한자어는 한자로 써야 한다.. 뭐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물론, 적절히, 한글로만 썼을 때 혼동이 된다거나 하면 한자로 괄호넣고 써준다거나 하는 거야 뜻을 명확히 하니 좋지만 ... 한자 또는 영어로 떡칠하면 뭔가 있어보인다고 생각하는 높은 양반들이 없어지기 전에는 ... 아직은 좀 힘들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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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 엘프의 인사, 드래곤 라자, 이영도

즐겁게 놀아보자.
http://akpil.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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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 엘프의 인사, 드래곤 라자, 이영도

즐겁게 놀아보자.

jedi의 이미지

진짜 바꾸고 싶다면 입법을 하는 xxx에 건의 해보세요.
공무원이 사용하는 문서는 법전에 있는 서식에서 시작하는 것이 많습니다.
법(시행령)에서 정하는 서식이 바뀐다면 쉽게 바뀌겠죠.

그런데 훈민정음 시절에 셍종엉젱... 이런식으로 무조건 4각형을 만든것이 뿌리 아닌가요?
그래서 표가 없는 문서는 테두리도 돌리는 습관이 생기고....

+++ 여기부터는 서명입니다. +++
국가 기구의 존속을 위한 최소한의 세금만을 내고, 전체 인민들이 균등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착취가 없는 혁명의 그날은 언제나 올 것인가!
-- 조정래, <태백산맥> 중에서, 1986년

+++ 여기부터는 서명입니다. +++
국가 기구의 존속을 위한 최소한의 세금만을 내고, 전체 인민들이 균등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착취가 없는 혁명의 그날은 언제나 올 것인가!
-- 조정래, <태백산맥> 중에서, 1986년

doldori의 이미지

하하... 셍종엉젱...
그러고 보니 훈민정음은 페이지 전체에 테두리를 쳤군요.
http://coreano.mireene.com/hunmin.jpg

drfaust의 이미지

저도 지금 학회 발표 때문에 포스터 준비를 Latex를 공부하고 있는데

이걸 잘 쓰면 깔끔하고 괜찮은 양식을 쉽게(?) 만들 수 있을꺼 같은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 적응하는데 좀 공부를 해야하지만요. ^^;;

Latex를 써서 문서를 작성하는 걸 공부하다보니 기존의 워드 프로그램들과

큰 차이점을 느낄 수가 있더군요. 눈에 보이는 모양에 신경쓰기 보다는

내용을 먼저 생각하고 모양은 professional한 프로그램이 알아서 해준다는거 참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주변사람들에게 추천하고 다닐 생각입니다. ^^

drfaust의 이미지

개인적으로는 장이나 절이 촌스럽다는 느낌은 못 받았습니다.

오히려 1.1.1 이렇게 쓰는게 1.1.1.1 같이 숫자가 4개쯤 되면 상당히

지저분하기도 하고 눈에도 잘 안들어 오더라구요.

장과 절이 좀 더 책이라는 느낌을 준다고 할까요?

음... 어쨌든 전 장, 절 같은 옛날식 구분이 좋습니다.

penance의 이미지

많은(?) 분들이 이 문제점에 대해서 동감한다는데 기쁘고(?)

정보전달, 정보처리를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최우선이란 점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EMAIL : sudous@naver.com
MSN : sudous@hanmail.net
NATEON : sudous@nate.com
BLOG : http://sudous.egloos.com

cps900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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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yeol의 이미지


글쎄요. 저는 내용이 확연히 드러나고 주장하는 바가 주목되도록 쓴 문서가 좋다고 여깁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1분안에 내용 파악하고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작성된 문서가 최고의 문서라고 여깁니다.
(학술 논문 따위에서는 경우가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밥벌이 하는 영역에서는 그러하다고 여깁니다.
논문에도 초록이라는 게 있으니)

이런 면에서, 저는 단연코 공무원 문서가 최고라고 여깁니다. 이의를 가지실 분 많으리라고 봅니다.
스타일을 적용 여부나 표나 뭐나 다 떠나서 관공서에서 나오는 문서를 보면 머리에 내용이 쏙쏙 들어옵니다.

찝찌름하시다면, 삼성경제연구소나 뭐 그런 데서 나온 문서를 보시기 바랍니다. 공무원 보고서와 구성과 체계가 비슷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