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풀그림장이들의 고뇌와 즐거움
예전 하이텔 셈글 동호회에서 풀그림이란 말을 많이들 썼었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한번 써 봤네요.
어떤 분이 올리신 질문에 중소기업 개발팀장으로써 어떻게 해야할지에 관한게 있었죠.
주로 방법론에 관련된 질문을 하셨는데, 그 글타래를 보다보니 문득 몇년전 일이 생각나더군요.
전 여기 유학오기 전까지만 해도 전산을 전공해본 일이 없었습니다.
주먹구구식으로 컴퓨터를 가지고 놀다가 운이 좋아서(?) 이쪽 길로 접어들었죠.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서 처음 개발일을 시작할땐 그냥 재밌고 좋아서 시간가는줄 몰랐어요.
근데, 직급이 올라가고 책임져야할 일들,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하니깐,
역시 회사 생활이란게 간단하지가 않구나 하고 뼈저리게 느끼기 시작했죠.
지금도 그렇지만, 개발을 하다보면 잦은 설계 변경이 사람을 미치게 합니다.
하라고 하면 불가능할 것은 없지만, 기껏 만들어 놓았던걸 바꾸어야 (또는 버려야)
하는 일은 사람 맥이 빠지게 만들죠.
그런 와중에 미국회사에서 한국으로 파견된 팀이 일하는걸 보고 놀란적이 있습니다.
중간에 어떤 종류든 설계 변경 요구가 갑으로 부터 들어오면,
무조건 그 요구사항을 영업/관리쪽으로 돌리는겁니다.
그러면, 계약을 담당했던 그쪽 직원은 협상을 해서 요구사항이 타당하다면
다음번 버전 개발때 반영하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항상 좀더 낫고 새로운걸 원하는건 모든 사람들의 바램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걸 다 들어주다 보면 정작 중요한 기본이 바로서질 않게 되죠.
기본이 안되어 있는데 추가적인 것들만 되면 뭐합니까?
그렇게 되면 나중에 욕먹는건 개발자들인데요.
그래서 제가 조금이라도 책임있는 위치에 있을땐 개발자들을 보호하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요즘 자체 개발을 하는 회사에서 느낀 것은, 영업사원들이 바깥에 나가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있지도 않은 기능을 즉석에서 넣고서
고객들과 흥정을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겁니다.
그랬다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엔 또 책임이 개발자에게 돌아오죠.
좀 경험한 후엔 영업사원들의 영업활동때 가끔씩 같이 나가기도 하고,
기술적인 조언도 해주기도 하곤 해서 서로의 오해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작은 회사에선 몇 안되는 인원이기때문에 서로의 대화 통로가 항상 열려있습니다.
그것이 중소기업의 강한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거꾸로, 영업 뛰는 친구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도 하곤 합니다.
예를들어 설계 단계가 끝나면 꼭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주는거죠.
한 일주일 이내면 왠만한 프로토타입은 만들 수 있는데,
이게 영업에선 막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회사가 살아야 나도 살죠. :)
영업팀에선 고객한테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곤 합니다.
어떤 것은 거의 우리가 만든 프로토타입 못지않은 수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업팀에서 파워포인트로 만든 프로토타입이랑, 개발팀에서 만든것은
질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위에서 말한 서로간의 오해도 획기적으로 줄어들지요.
또 작은 시간을 투자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줄 수 있는 것은
configuration tool을 만들어 주는겁니다.
우린 command line 이용해서 이렇게 저렇게 할 수 있고,
안되는건 source code안에 있는 상수값 몇개 조정하면 되고...
이런것들이 다들 개발자들 관점에서만 보는 것이죠.
visual 한 (또는 web base의) 간단한 configuration tool 하나 만들어주면,
시스템 관리(기술지원, QA)팀 사람들이 개발팀한테 불평하는 횟수가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
그쪽 사람들 load를 무지하게 줄여주거든요.
보통 한두시간이면 만들죠.
물론 바쁜 개발 일정에 쫓겨서 작은 시간을 내는것도 힘들긴 하지만,
개발이 끝나고도 좋은 feedback 받기 힘든 개발자들의 입장에선
나름대로 가치있고 보람있는 일이기도 하죠.
작은 회사에 있다보니 또 한가지 장점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대학원을 나온 병역특례들이 모여있다보니,
학교에서 자주 하던 세미나, 강의 등에 모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무슨 스터디를 하든간에 내부적으로 세미나를 많이 하게 되었죠.
어떨땐 작은 회사라기 보단 학교보다 좀 큰 lab 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때 했었던 세미나들은 유학생활에도, 여기서 취직한 지금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젠 다들 뿔뿔이 흩어진 그때의 직장 친구들과 함깨했던 시간들이 그립네요.
작은 회사 다니시는 분들, 대기업 너무 부러워하지 마세요.
대기업에선 절대 할 수 없는 걸 작은 회사에선 할 수 있습니다.
vio:
작은회사일수록
작은회사일수록 정시출퇴근하기 힘들더군요..그리고 직장자체가 불안정하고..그런게 안좋은듯..
잦은설계변경.. 말씀하신데로 굉장히문제고 스트레스죠.. 근데 그문제가 발생할것을 이미 알고 있는데도
어떻게 하지못하는게 더큰괴로움이더군요..한마디로 다람쥐 채바퀴돌듯.. 같은문제를 반복적으로 시행착오 시켜줘야만 한다는거죠.. 그리고 조만간 또 새로운사람이 오거나 어쨋든만나면 여전히 다시 과거로 돌아가 또 문제를 반복시켜줘야한다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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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밤샘을 밥먹듯 했죠. 근데 큰회사도 그건 마찬가지인듯.
우리쪽 업종 자체가 납기일에 쫓기다보니 어쩔 수 없어요.
전 다행히 회사 자체가 불안한 적은 없었어요.
오히려 IMF때 대기업에서 명퇴하는 친구들 보면서 한숨을 쉬었었죠.
운이 좋았던 것이겠죠?
미국에 와서 보니깐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짤없어요.
Evaluation 해서 안좋다 싶으면 냉정하게 해고하더군요.
우리나란 그렇게까진 안하잖아요.
시스템엔 수긍하면서도, 좀 안되었다 싶을때도 있어요.
사람 맘이란..
vio:
오~...
이야기를 "이렇게" 들어보니..
"저렇게" 들어보았던 때랑 회사가
틀리게 보이는군요~
^_________^
근데 미국에는 어떻게?
미국에서 공부하시는건가요?
지금은 일하지요.
공부하러 왔다가 이제 졸업하고 취직한지도 만 2년이 넘었네요.
(정확히 말하면 취직하고나서 졸업한거지요. ^^)
한가하고 지루한 미국 생활이 이제야 조금씩 적응되는데요,
가끔씩은 피곤하면서도 정겨웠던 한국의 직장생활이 그립기도 해요.
vio:
큰물과 작은물
회사의 규모(인원)만을 보고서 큰 회사다 작은 회사다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내가 맘 편하게 나의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큰 회사. 하구헌날 시간에 쫓기고 어쩔 수 없이 오뚜기같이 산다면 작은 회사가 아닐까요?
나도 큰 회사에서 일하고 싶네요.
어렵네요..
조금만 양보를 하면 서로 편한데 말이죠..
다들 안 하려고 해서 그렇지..
저건 어느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열려있는곳, 대한민국에서는 이상하게도 잘 망하지요..
왜 그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_-
Linux를 쓰면서 하면 안 될 것들
1. 데스크탑을 윈도우나 맥스럽게 꾸미지 말자.
2. 리눅스가 최고라고 떠들지 말자.
3. 윈도우 잘 쓰는 사람한테 리눅스 쓰라고 강요하지 말자.
4. 명령어 몇개 안다고 잘난체 하지 말자.
5. 리눅스니까 어렵게 쓰지 말자.
Linux를 쓰면서 하면 안 될 것들
1. 데스크탑을 윈도우나 맥스럽게 꾸미지 말자.
2. 리눅스가 최고라고 떠들지 말자.
3. 윈도우 잘 쓰는 사람한테 리눅스 쓰라고 강요하지 말자.
4. 명령어 몇개 안다고 잘난체 하지 말자.
5. 리눅스니까 어렵게 쓰지 말자.
공감이 가네요...
상당히 공감이 가네요.
제가 전산과 졸업하고, 벤처에서 프로그래머로 병역 특례 했거든요.
그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역 특례이었죠. 90%정도...
대부분 젊고, 나이도 비슷하고 평균 25살 정도...
그리고 세미나도 많이 하고, 조금 큰 대학원 lab 정도 였죠.
그때 생각해보면 사람들하고 정도 많이 들고, 편하고 했는데,
지금은 병역 특례 마치고 대부분 흩어졌죠.
아무튼..공감이 많이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