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용해보았던 리눅스 배포판들에 대한 기억

moonend의 이미지

제가 리눅스를 처음으로 '알았던' 때는 아마 중학교 후반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도와줄 사람도 없었고, 기타 등등의 이유로 설치는 몇날 몇일 날밤을 새도 할 수 없었던 악몽만을 남겼습니다.
'프리 소프트웨어'라고 하지만,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아 용돈을 쪼개 비싼 책을 샀었기에 썼던 돈은 상당히 많았습니다.
MS-DOS를 돈 주고 산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으니, 프리 소프트웨어가 더 비쌌습니다...

그래도 '이걸 다룬다면, 난 컴퓨터를 잘 할 수 있어'라는 치기어린 욕심과 '자유'라는 말은 돈의 문제를 떠나서 사람을 매혹시키는 곳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2주마다 재설치를 강요했던 windows95 덕분에 재설치에는 이골이 났었습니다.
이용자를 스스로 떠나게 했던 M$, 블루 스크린만 아니었어도 내 미래는 많이 바뀌었을지도 모릅니다.

slackware
제대로 설치해본 기억도 없고, 암울한 기억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라졌습니다.

debian
가장 GPL의 정신이 잘 구현된 배포판이라고 합니다.
역시 21세기 이전에 그리 쉽사리 쓸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wowlinux
레드햇 계열의 배포판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이른 시장 진입이었던지라, 결국은 말아먹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회사에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글을 쓰기'에 너무 힘들었다는 것이 최대의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freebsd
일반인이 리눅스를 윈도우보다 많이 쓴다는 사실은 있을 수가 없기에, 파티션 설정이 꽤나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프비의 파티션은 상당히 손대기 어려웠습니다.
콘솔 화면까지는 다뤄보았지만, x-windows까지는 설정 못했습니다.

redhat
역시 유명한 부품들을 쓰지 않아서인지, 설정에 꽤나 애를 먹었습니다.
막 gnome 디자인을 보고 있었는데, 별로 맘에 들지 않아 금방 지웠던 생각이 듭니다.
...
나중에 서버 관리하는 알바를 하다보니 아직도 redhat7.3이 건재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난감했습니다.

쓰다보니, 무엇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인지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설치에 문제 없음.
한글을 제대로 쓸 수 있어야 한다.
프로그램의 실행에 문제가 없다.
인터넷이 제대로 되어야한다.

리눅스의 킬러 소프트웨어는 그래서 SCIM, firefox, openoffice라고 생각합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블로그. 문자 중심에 디자인이 html표준을 준수하기에 firefox을 쉽사리 써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들이 없으면 아직도 갈 길이 멀었을 겁니다.

hancomlinux [버전은 기억이 안나지만, 2003년쯤]
이제야 그럭저럭 쓸만한 배포판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글도 그럭저럭 문제없이 입력이 가능했고, 돈만 지불할 수 있다면 워드프로세서도 쓸 수 있었고, 인터넷도 그럭저럭 쓸 수 있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때가 안 좋았다고나 할까.
임베디드 수업을 듣는데, 커널 컴파일이 되지 않았습니다.
byebye.

suse9
DVD를 공짜로 보내준다는 말에 혹해서 얻게 된 배포판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장치를 인식할 수 있었고, 그나마 환경이 제일 좋은 배포판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장 타격이 컸던 것은 노트북 지원은 그리 좋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fedora series
그럭저럭 쓸만하고, 문서화가 잘 되어있어서 다행인 배포판입니다.
다만 끝내 불편한 점이 있다면...
커널 컴파일을 해야만 ntfs 파티션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
/etc/fstab을 손대 귀찮은 설정을 해야만 fat32 파티션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
그래도 사소한 설정을 일일히 수작업으로 해야한다는 것.
...
이건 요즘에도 별로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아서 좀 골이 아프더군요.

ubuntu6
나름대로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설치했던 ubuntu5.10, 이건 별로였습니다.
아직 개발버전인 것 같지만, 쓰기에는 ubuntu6가 훨씬 낫습니다.
한글 관련 설정은 ctrl+space를 손에 익은 shift+space로 바꾼 것 밖에 없었고...
저작권 때문에 귀찮아지는 멀티미디어 설정을 뺀다면 나름대로 손 댈 구석이 없는 게 좋습니다.
하여간 제 노트북에서 suspend가 별다른 설정없이 기능하는 것을 보고 감동했습니다.

아마 리눅스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windows' 쓰고 있으면 왠지 범죄자처럼 느껴진다는 것 같습니다.
무슨 소문만 들리면 컴퓨터를 트렁크에 넣고 여행다니는 분들도 직접보니 왠지 마음이 편치가 않고,
visual studio의 가격을 보고 돈이 없는게 죄라는 생각까지 들곤했었습니다.

이제 제 바람은 단 하나.
인터넷 사이트들이 제발 html 표준을 준수해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