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잠의 양 세기 이벤트에 대해.

netkit의 이미지

프로젝트 잠의 공식적인 기획 의도라는 것은 행사장에서 늘어놓은 장광설(…ㅠㅠ 프로젝트 잠 최악의 패착이었습니다. 준비를 제대로 못하면 긴장한 나머지 말이 길어지는 저의 습성 때문에…)로 다들 아셨겠지만, 처음부터 프로젝트 잠이 그런 거창한 동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프로젝트 잠은 제6회에서 벌였던 '러시아 자장가' 이벤트에 기초, 코페에서 개발자들이 코딩을 하다가 잠시 쉬면서 놀고 싶을 때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있으면서도 함께 하는 오락을 즐기지 못하고 각자 노는 것을 어엿비 녀긴 한동성이 '개발자를 위한 엔터테인먼트'의 성격으로 기획한 것입니다. 실제로 한동성은 개발자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압박스러운 목표 2가지 - WashWave와 SheepCounter를 계획했고 그 흔적이 http://tiny.pl/gwn6 에 남아있습니다.

한동성에게 잠이 오지 않을 때 양을 센다는 이야기의 의미는 각별합니다. 제5회 코페 전날, 야행성인 한동성은 밤에 자야 내일 낮 코딩을 할 수 있을 것이므로, 밤 1시부터 잠을 자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으나, 양을 8천 마리까지 세고도 정신이 멀쩡하다는 것을 알고 이게 무슨 짓거리냐고 외치며 자리를 박차고 나와 양재역 직행버스를 타고 코페 현장으로 갔고, 코페 숙소에서는 puzzlet 님이나 luapz 님 등등과 더불어 보드 게임 '카탄의 개척자들'을 밤새워 했습니다-_-;;;

SheepCounter 프로그램의 컨셉은 대단찮은, 어처구니 없음을 강조해 웃겨 보려는 시도에 있습니다. 공식 페이지의 스크린샷에서 확인할 수 있듯 SheepCounter의 인터페이스는 허무합니다. 중앙에 있는 '양 n마리'에서 n을 1초에 1씩 증가시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이 수행하는 연산의 전부입니다. 즉, 음성도 없고, 무슨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그런 프로그램입니다. 양을 세는 효과를 보려면 눈을 뜨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무슨 숙면을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서 실상은 탁상 시계를 갖다 놓고 쳐다보다가 자라는 것과 다를 게 없는 이 어이 없음에 개발자 여러분이 웃어주길 바란 것이 초기 SheepCounter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였습니다. '돈도 안 되는 F/OSS 개발에 지친 개발자 여러분께 숙면 환경 제공'이라는 터무니없는 컨셉을 들고 나온 '프로젝트 잠'의 성격에 어울리는 프로그램이라 하겠습니다. 어쨌든, 아이디어는 괜찮았다고 자부합니다.

그랬던 것이 코페를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프로젝트들을 기획하면서, SheepCounter 같은 우스개 프로그램에 대해 누군가 실제로 개발 안 하냐고 물으면 "하하 농담도…"가 나올 참이었는데, 프로젝트 잠의 멤버인 segfault님이 코페 현장에서 별안간 만들자는 제안을 해 왔습니다. 한동성은 개발이래봐야 언어도 파이썬밖에 잘 못 다루는 그냥 그저 그런 개발자고, 오히려 고수이신 segfault님이 왜 저한테 같이 만들자고 하실까 싶었습니다. 아니면 남의 아이디어를 쓴다는 생각 때문일까? 그러나 segfault님은 한동성이 "용산역 한가운데에서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 포스터를 들고 있으시오" 같은 명령을 내리면 울며 겨자먹기로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응할지언정 남의 아이디어를 훔쳐다가 "내가 이런 기발한 생각을 떠올려냈다 으하하" 할 사람은 아니었으므로 한동성은 별 생각 없이 "네, segfault 님이 만드세요" 했는데, 이분이 글쎄, 음성을 넣고 싶다고… 한동성과 segfault는 아닌 밤중에 mp3p를 들고 화재 대피시설에 들어가 (조용한 방음 공간.) "양 일 이 삼 사 오 육 칠 팔 구 십 백 천 만 마리"를 녹음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한동성이 "양 이 십 구 마리" 하는 기괴한 목소리의 소유자라고 생각하시면 골룸. 실제 프로그램의 개발은 세그폴트 님과 ㅂㅌ+ㅊㄱㅅ 토끼군이 C + SDL을 이용해 했는데(저도 python + pygame이었다면 끼어들었겠지만…-_) 사운드 재생에서 샘플링 레이트를 잘못 선택해 그런 사운드가 나왔다고 합니다. 하하…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군요(마치 외부인인 양 말한다). 그런데 문득 "내 목소리 그대로 안 나와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엄습하는 것은… (?)

어쨌든 잊혀지고 묻힐 뻔 했던 제 변변찮은 아이디어를 잘 살려서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세그폴트 님과 토끼군, 그리고 열렬한 호응과 성원을 보내주신 모든 개발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잠시만, 이 대사는 세그폴트 님 껀가…)

(아니, 이런 딴짓 하지 말고 빨리 프로젝트 리포트 / 공식 후기를 써야 되는데…)

danskesb의 이미지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것이 없나요?
저희 학교에서 한 번 돌려 보고 싶어서 진심으로 문의합니다.
---- 절취선 ----
http://ubuntu.ksa.h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