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마이크로시스템스 20억달러에 코발트 전격 인수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20억달러에 코발트 전격 인수
저가 서버시스템 시장 공략하기 위한 포석
세계 최대의 웹 페이지 서버 시스템업체인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Sun
Microsystems Inc.)가 20일 20억 달러의 주식 거래를 통해 코발트 네트웍
스 (Cobalt Networks Inc.)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로써 선은 웹사이트와 저가 e메일과 웹 호스팅 서버 시스템 시장에 사
상 최대 규모로 뛰어들게 됐다.
지난해 나스닥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첫 상장된 업체들 중 하나인 코발트
는 주로 중소기업과 웹 접속서비스 제공업체들의 서버 시장에서 최대 시
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다. 코발트의 서버는 설치가 쉽고 간편하
며 유지비가 적게 드는 게 특징이다.
최고가 및 고성능 컴퓨터를 판매하는 선은 시장조사회사인 가트너 그룹
(Gartner Group)이 올해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서버 시장에서
경쟁사들만큼 좋은 실적을 올리지 못했었다. 따라서 이번 인수는 선도 다
른 첨단기술 기업들처럼 자체 개발보다는 기업 인수를 통해 이 시장에 진
입하기로 결정한 반증으로 해석된다.
메릴린치 (Merrill Lynch)의 스티븐 밀루노비치 (Steven Milunovich) 분석
가는 "서버 분야에서 선의 매출이 크게 잠식당할 수 있기 때문에 코발트
의 인수는 선으로서는 의미있는 조치"라며 "선이 코발트를 자사의 서버 전
략에 완전 통합시키는 게 좋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선 주가는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1-3/4 달러 오른 117 달러를 기록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올들어 지금까지 48%나 상승, 평균 17% 오른 다우존스 컴
퓨터 종목 지수 (Dow Jones Computers Index)보다 앞섰을 뿐 아니라 지난
2년동안 10배 가량 뛰었다.
코발트 주가는 이 날 나스닥 시장에서 전일 대비 38%, 금액으로 15-7/8 달
러 오른 56-7/8 달러로 마감됐으며 전일 대비 포인트 상승폭 상위 종목에
끼였다. 하지만 이 회사 주가 최고치인 172 달러에 비하면 큰폭으로 곤두
발질친 상태다.
'황금같은 기회'
선의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인 에드 잰더 (Ed Zander)는 이 날 기자-분석
가들과의 회견에서 "코발트 인수는 인터넷 접속서비스 시장으로 사업을 확
장할 수 있는 황금같은 절호의 기회"라며 "델 컴퓨터 (Dell Computer
Corp.)와 컴팩 컴퓨터 (Compaq Computer Corp.) 등이 눈독들이고 있는 저
가 서버 시장에 먼저 진입함으로써 선의 선두주자로서의 위치가 다져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델과 컴팩이 저가 시장에 진입을 검토해 왔다"며 "이번 거래는 저
가 서버 분야에 진출하면 선과 대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들 기
업들에게 타격을 준 셈"이라고 해석했다.
이 날 인수조건에 따라 코발트 보통주 1주는 선 0.5주로 전환돼 총 인수가
격이 약 2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코발트 1주의 인수 가격은 지난 18일
(미국시간) 종가보다 43% 할증된 가격이다. 코발트 주식은 이튿날인 19일
전일대비 39%나 뛰어올랐다.
코발트는 지난 11월 나스닥 시장에 첫 상장할 당시 주가가 500% 정도 뛰면
서 주당 128 달러선을 넘을 정도로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그 뒤 10개월만
에 선에게 넘어가게 됐다.
코발트는 올 2/4분기에 1,620만 달러 순매출에 600만 달러, 주당 21 센트
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캘리포니아 마운틴 뷰 (Mountain View)에 있는 이
회사의 종업원수는 300명 정도로 전세계에 약 4,000명의 고객을 두고 있
다.
이제 설립한지 4년된 코발트의 고돈 캠벨 (Gordon Campbell) 회장은 코발
트 설립에 앞서 SEEQ 테크놀로지 (SEEQ Technology)와 칩스 앤 테크놀로지
스 (CHIPS and Technologies), 3DFX라는 그래픽칩 회사 등 지금까지 성공
한 3개 컴퓨터칩 제조회사를 실리콘 밸리에 설립한 인물이기도 하다.
선은 코발트 인수를 매입 계정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이 거래는 오는 12
월 31일로 끝나는 선의 2001 회계연도 2/4분기중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리눅스를 좋아하는 선?
코발트의 서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NT와 경쟁 관계에 있는 신생 무
료 운영체계인 리눅스 (Linux) 운영체계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선은 각
종 유닉스 (Unix) 분야에서 선두위치를 차지한 자사의 솔라리스
(Solaris) 운영체계를 고수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리눅스를 쓴 적이 없다.
따라서 코발트 인수는 강력한 단일 컴퓨터보다는 성능이 약간 떨어지지만
다양한 기기를 묶어 사용하는 리눅스 모델을 선이 받아들인 것으로 평가
돼 리눅스 업체들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리눅스 소프트웨어 판매회사
인 VA 리눅스 시스템스 (VA Linux Systems Inc.)는 이 날 8-7/8 달러 오
른 53 달러에 레드햇 (Red Hat Inc.)은 1-11/16 달러 오른 20-13/16 달러
를 각각 기록했다.
WR 함브렛 (WR Hambrecht)의 프라케쉬 파텔 (Prakesh Patel) 분석가는 "코
발트는 최대 리눅스 서버 회사"라며 "선은 항상 자사의 운영체계를 사용하
면서 한편으로 보다 강력한 컴퓨터 제조사를 인수하려고 끊임없이 추진해
왔다"고 해석했다.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에 있는 선은 IBM 같은 일부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리눅스를 사용하려는 마음이 전혀 없었다. 이에 대해 선 관계자
들은 자사의 운영체체는 가까운 시일안에 변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
다.
잰더스 사장은 "리눅스를 의식하고 코발트를 인수한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