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MS를 독점 기업으로 만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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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끌어오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MS) 반독점 소송은 잭슨 판사의 판결로 일단락 됐다. 그러나 이번 소송으로 미국 기업 문화 기저에 흐르고 있는 모순된 단면이 드러나게 됐다. 미국 기업 문화의 근간이 되는 원칙은 자유로운 기업 활동과 페어플레이 정신이다. 사람들은 이런 원칙을 통해 모든 이에게 똑같은 기회가 보장된다고 확신하고 있다. 또한 성공을 거둔 기업 활동에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MS 소송 결과는 이런 희망들이 모순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MS는 경쟁업체를 가차없이 자신의 사업 영역 밖으로 내몰았기 때문에 독점 회사가 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저렴한 퍼스널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어나게 될 혁명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한 선두 기업이었기 때문에 독점 회사가 됐다고 볼 수 있다.

MS는 일단 핵심 시장에 진출해 그 영역에서 사실상의 표준을 마련해 놓기만 한다면 매우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표준을 마련해 놓기만 하면 거대 규모의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들이 MS의 진두지휘에 따라 MS가 만든 표준에 입각해 제품을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MS는 초창기에 개발자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공급해가면서 모든 일들을 경쟁적으로 공정하게 수행했다.

하지만 자바의 출현으로 MS는 독점권에 대한 위협적인 도전을 받게 됐다. 썬 마이크로시스템(Sun Microsystems)이라는 또 다른 기업이 자바를 이용해 개발자들의 관심과 충성도를 장악해갔다. 이런 식으로 그 동안 MS가 독점권을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었던 기반을 뒤흔드는 일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사실 MS는 윈도우에서 최적의 상태로 작동하면서 타 시스템과도 호환되는 자바 도구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MS는 그렇게 하는 대신 윈도우에서만 작동되는 자바를 고집했다. MS가 윈도우 버전의 자바를 생산하기 위해 취했던 조치가 그토록 엉망이 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MS가 이런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 전까지 상황을 놓고 보면, MS가 특정 시장에 진출하면 그 시장마다 차례로 소프트웨어 가격이 떨어졌고 이는 소비자들에게 득이 되는 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MS 분리에 대해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가격 하락 현상은 독점에 대한 고전 경제 이론과는 상반된 것이다.

하지만 MS는 PC 혁명이라는 기술 전환기를 이끌어낼 수 있었고, 그런 경향을 몰고 나갈 수 있었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다가도 그 다음의 보급 확대 국면을 맞게 되면 구매 기회을 줄여 자사의 입지를 확대하곤 했다. MS는 이런 식으로 새로운 형태의 독점 기업이 됐다.

이런 방식은 경쟁업체 입장에서는 정말로 위험스런 일이다. 하지만 MS 반독점 소송 결과를 놓고 이렇게만 설명한다면 잘못된 것이다. 정부의 반독점 소송 내용을 살펴보면, 잭슨 판사를 비롯해 법무부 검사들 모두 ‘MS가 독점 전략을 취하지 않았더라면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 또한 소비자가 입게 되는 피해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게 다루지 않았다.

독점 기업은 경쟁을 축소해 가격을 상승시키고 만다는 기존의 잣대로는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힘들다. 잭슨 판사는 이번 판결을 내림으로써 새로운 반독점법을 만들어낸 셈이다. 그는 이번 판결을 통해 거대 경제력을 이용해 자유로운 거래 활동을 억압하는 기업에 대해 경고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MS 독점 판결이 차세대 기술 혁명을 억제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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