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은 언어다(2)
사실 그시대의 주자학파들이 일반대중에게 한자교육과 같은 것들을 크게
제한했던것은 아니다. 단지 그들은 도구로서의 언어보다 유교적 이념과
사상의 전파 그리고 어떤 형태의 법리적(또는 윤리적) 체계를 형성하고
그것들을 강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언어교육을 행했던것이다.
이것은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위 이야기하는 \'서비스\'에 해당되는
것들로 우리가 일상중에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접하게되는 수많은
정치적(정치가들은 그렇게 말한다),
법률적(법률가들은 그렇게 말한다),
경제적(기업주는 늘 그렇게 말한다),
상업적(가게주인은 늘 그렇게 말한다) \'서비스\'는 실상 그 서비스제공자의
이익을 도모하기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체계의 영위에 부합되고
경쟁력있는 도구로서의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은 지극히 합리적인 해답이라고
볼 수 있다.
대중은 알지 못하는 사이 단순한 존재로 전락하게된다. 그 어려운 한자를
알 필요도 없고, 복잡한 법률용어를 알 필요도 없다. 그냥 주인이 정한 규범을
따르면 되며, 싼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사면 된다.
그 품질이 어떤지, 정상적인 유통경로로 획득한 물건인지,
인권을 유린하고 생산된 제품인지 알 필요도 없다. 그냥.. 하면된다!
국가는 그러한 시스템들이 잘 작동하게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 선점과 기득권
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는 국가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종국적으로 한글창제와 같은 개방적 언어체계가 가져왔던 기득권층(지방
토호)의 몰락과 15세기 구텐베르크의 금속인쇄술 발명이 가져왔던 지식전파의
혁명이 공히 이루었던 변화의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LINUX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진영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이 시점에서
논의 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개방적 정보교환의 시대가 맞을 수 밖에 없는
숙명인 \'정체성의 상실\' 이다.
호족이 녹을 먹는 관료가 되고, 신의 대리인인 사제가 신앞에 동등한 피조물의
위치로 격하되는 변화와 주권(사실은 기득권)의 상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모든 권한은 중앙으로 집중되고 조그만 자기영역에 안주하는 형태의 소집단(또는
국가)는 붕괴의 과정을 밟게된다.
그 결과가 절대 군주 앞의 신하가 될지, 신 앞의 평등한 피조물이 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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