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소스는 목적지 없이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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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소스는 없다] 공개소스는 목적지 없이 가는 길

IBM이 영웅처럼 떠받들고 있는 존 패트릭(www.ibm.com/patrick)은 리눅스를 ‘파괴적인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라 혹평한다. 리눅스에 대한 패트릭의 생각은 클래이톤 M. 크리슨센이『개혁가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라는 책에서 쓴 표현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기존 벤더들은 스스로가 만든 환상에 사로잡혀 새로 등장한 기술이 처음부터 자사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란 걸 깨닫지 못했다. 따라서 이들 업체는 리눅스가 슬그머니 다가와 어느 순간 발뒤꿈치까지 따라왔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리눅스는 파괴적인 기술이 아니다. 리눅스는 하나의 운영체제(OS)일 뿐이며 운영체제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 OS가 위협거리로 부각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패트릭은 분명 공개소스 운동과 리눅스가 가져올 큰 변화를 염두에 두고 이러한 표현을 썼을 것이다. 이 변화의 물결이 일부 OS 벤더들을 동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공개소스가 제품이 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엄청난 기세몰이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공개소스는 닷컴(.com)의 과대 광고와 투기판에 놀아나고 있을 뿐 확고한 기반이 없다. 마치 수많은 사과 중에 끼어있는 붉은 양파 같다. 이 양파가 사과와는 겉모습과 맛이 전혀 다르단 걸 한 눈에 간파한 이도 있을 것이다. 양파는 차례차례 껍질을 벗기다보면 결국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공허의 상징이 아닐까.

이름난 공개소스 업체 중 하나인 모질라(Mozilla.org)사는 지난 2년 동안 브라우저를 발표한 적이 없다. 수익에 몸이 달은 AOL이 반쯤 개발한 제품을 중간에 낚아채 완성시킨 ‘넷스케이프(Netscape) 6’가 그나마 하나의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브라우저는 괜찮다고 평할 수 있지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

사실 넷스케이프 6가 지닌 최고의 강점은 공개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 브라우저가 지닌 파란색의 독특한 인터페이스를 눈 여겨 볼 필요도 없다. 이것은 AOL이 이윤을 얻기 위해 독점적인 서비스들을 브라우저 안에 이것저것 연결해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AOL은 모질라의 어떤 면을 보고 인수했을까?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래머들의 개발 비용을 담당하기에 식상한 AOL에게 모질라는 분명 괜찮은 대상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AOL은 모든 일을 무상으로 해줄 뛰어난 프로그래머들을 대거 모집했다. 일부러 비용을 따로 들여가며 외국의 전문 인력을 데려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국은 전문직 근로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H1-B 비자를 발급하여 외국 전문 인력을 부분적으로 고용하고 있다.

한편, 리눅스 벤더들 역시 이윤을 추구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레드햇, VA리눅스, 칼데라 같은 리눅스 벤더들은 한 때 주식시장에서 상종가를 달렸지만 지금은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 이는 리눅스 벤더들이 리눅스 중심으로 평가 받는 데서 벗어나 사업 영역을 확장할 필요가 있음을 뜻한다.

리눅스의 테두리를 벗어나기 위해 먼저 발을 내디딘 곳은 레드햇. 이 기업은 블루커브(Bluecurve)라는 이름의 소규모 벤치마킹 회사를 인수했다. 블루커브는 다행히 리눅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데이터베이스와 웹 테스팅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회사다. 레드햇은 다른 분야의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리눅스 업체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아마 다음에 인수할 기업으로 씨유씨미(CU-SeeMe)를 만든 화이트 파인 소프트웨어(White Pine Software)를 점찍고 있는 것 같다.

리눅스가 미래지향적이며, 여전히 유능한 인력을 끌어들이고 있는 기술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공개소스는 진통을 겪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은 제품에 관심이 있는데 공개소스 진영은 제품 개발은 제쳐 두고 비평만 즐기기 때문이다. 어느날 갑자기 목청을 조금 높일 수 있게 된 수준 낮은 프로그래머들로 구성된 조직은 해체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다.

공개소스 지지자들은 현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기업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와해’뿐이다. @

[공개소스는 있다] 공개소스의 길

원문등록일 : 2000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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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Tasch, PC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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