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신데렐라 VA 리눅스 ... 그 추락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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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신데렐라 VA 리눅스 ... 그 추락의 전말

SCOTT HERHOLD

Mercury News Staff Writer

2000-4-24

산호세 -- 올 증시의 급등락을 대표하는 종목을 꼽아보라면 단연 VA 리눅스 시스템사 (VA Linux Systems Inc.)를 들 수 있다.

서니베일 (Sunnyvale)에 있는 이 회사는 리누스 토발즈 (Linus Tobalds)가 처음 개발한 공개 소스코드를 사용한 웍스테이션과 서버를 생산하고 있다.

VA 리눅스의 이같은 대 성공은 어쩌면 지독한 저주였는 지도 모른다. 불과 4개월 전만해도 이 회사는 상장가인 30 달러보다 700%나 폭등하는 등 IPO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본보기로 꼽혔었다. 상장 첫날 종가는 239.25 달러였다.

하지만 그 뒤 VA 리눅스의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해 지난 14일에는 급기야 상장가격 이하로 추락한 뒤 20일 간신히 3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신동이 평범한 청소년으로 전락한 셈이다. 모짜르트가 갑자기 뮤작 (Muzak: 70년대 시작된 시끄러운 전자음악)을 만들어 내는 꼴이었다.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하지만 우선 일어나지 않은 일, 다시말해 회사를 멍들게 했을만한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는 사실부터 지적해 둘 필요가 있다.

VA 리눅스는 지난 4/4분기에 2,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1년 전보다 엄청난 성장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모든 분석가들이 칭찬해마지 않는 유형의 기업 합병-인수도 단행했다.

서비스와 컨설팅도 제공하는 VA 리눅스는 탁월한 인맥도 갖췄다. 레리 오거스틴 (Larry Augustin) 최고경영자(CEO)는 한 때 야후의 전신인 웹사이트 리스트를 만들었던 제리 양 (Jerry Yang)과 데이빗 필로(David Filo)의 파트너였다. 그는 일류 팀을 구성하기도 해 애플 (Apple)사의 베테랑이었던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 그렉 제르(Gregg Zehr)와 오라클사 (Orcale Corp.)의 특별 멤버 중의 하나였던 레오나드 주브코프 (Leonard Zubkoff) 등을 거느리고 있다.

VA 리눅스가 이같이 뛰어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음에도 현 장세를 지배하고 있는 유행 풍조의 희생양이 되는 '운명'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최근 기업공개를 단행한 노스캐롤라이나주 덜함 (Durham)의 레드햇 (Red Hat), 유타주 오렘 (Orem)의 칼데라 시스템즈(Caldera Systems), 매사추세츠주 액톤 (Acton)의 안도버닷넷 (Andover.net) 등 리눅스 관련 3개사와 마찬가지로 추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멘로 파크의 벤처회사인 오거스트 캐피탈 (August Capital)의 앤디 라파포트 (Andy Rappaport)는 ``이 회사들의 가치가 그렇게 높게 매겨졌던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투기적인 것이었다"며 ``당시의 논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5,000억 달러의 가치를 갖고 있다면 리눅스는 그 가치의 10% 정도는 당연하다는 것이었다''고 해석했다.

VA 리눅스의 주가가 240 달러였을 때 살만하다고 생각했거나 레드햇의 액면분할 주가가 143 달러였는 데도 일리있다고 생각한 투자자들은 비웃음을 받아도 마땅하다. 결국 VA 리눅스는 1/4분기에 1,15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리눅스 관련 회사들이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이미 상처는 입었지만 여전히 두려운 경쟁사를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더 밥맛 떨구는 일이 있다. 그래서 이처럼 멸시하는 감정마저도 절로 수그러 든다. 바로 주식상장(IPO)이 필수적인 주요 마케팅 요건으로 등장한 지금 이 시대에 투자은행, 벤처 캐피탈, 기업가, 그리고 언론 등 모든 힘있는 세력들이 '투기'를 부추기고 있는 현실이다. 이들은 뮤추얼 펀드를 떼지어 빠져나와 온라인을 이용한 직접투자로 몰리고 있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이성적인 관점에서 지금까지의 모든 현상을 한번 관찰해 보라. 지난해 12월에 100억 달러의 가치가 있다던 VA 리눅스가 4월에는 16억 달러 밖에 안된다는 경우에서 보듯이 지극히 비이성적이었던 것들이 이성을 찾으라는 외침으로 둔갑하고 있는 실정이다.

VA 리눅스의 IPO에 참여했던 펀드 매니저와 기관들은 주당 30 달러에 주식을 매수한 뒤 상장 첫 날 큰 이익을 남기고 주식을 넘겨버렸다. 처음에는 유통물량이 40만주 밖에 안되는 등 공급이 딸리고 수요가 넘쳤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일반 투자자들이 이 주식을 처음 살 수 있었을 때는 이미 주가는 299 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매수대열에 들어섰다.

VA 리눅스와 관련해 적어도 일부 기관과 투자은행들은 주가가 하락하면 돈을 벌 수 있는 대주 (short selling)를 이용할 수 있는 입장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누가 주식을 사고 누가 던지려는 지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기관과 투자은행들은 일반 투자자들보다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누가 대주를 이용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에 나온 보고서를 보면 160만주의 리눅스 주식이 아직 대주 상태에 있다.

주식시장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는 기간이 짧고 매도 세력도 존재한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계속해서 적자를 보이고 있는 리눅스 관련 회사들의 주가가 하락한 것은 어쩌면 불가피했는 지도 모른다. 이들 리눅스 관련 회사들이 마이크로소프트 가치의 어느 정도일 것이라는 주장은 허구에 불과하다. 레드 햇의 로버트 영 (Robert Young) 회장처럼 발군의 장사꾼들 조차도 소음속에 사라져 버리는 게 현실이다.

인터넷 주식의 폭락을 예측했던 `인터넷 거품 (Internet Bubble)'의 공저자 마이클 퍼킨스 (Michael Perkins)는 ``리눅스 관련 회사들이 MS-DOS의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을 지는 모른다''고 꼬집으면서 ``이들도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크게 공헌한 수단 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주가의 하락은 직원들의 사기에 충격을 준다. 그리고 VA 리눅스가 안도버닷넷을 인수하는 경우와 같이 기업인수 자체도 더 어려워질 지 모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VA 리눅스 직원들은 손해를 보지 않았다. 오거스틴 CEO는 20억 달러 대신 장부상으로 2억5,000만 달러 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프로야구단을 살 정도는 안될 지 모른지만 빵을 타기 위해 줄을 서야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한 VA 리눅스는 직원들의 사기를 평온하게 유지하기 위해 현명한 접근법을 택했다.

VA 리눅스의 토드 셜 (Todd Shull) 최고재무책임자는 ``내부적으로 중점을 두었던 것은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의 현실을 이해하게 하고 교육시키는 한편 기업으로서의 업무 수행에 초점을 맞추도록 계도하는 것이었다''며 ``이같은 일들은 회사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이었다''고 털어놓았다.

900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세코이아 캐피탈 (Sequoia Capital)이나 320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인텔사 (Intel Corp.)처럼 VA 리눅스에 투자한 기업들도 멍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는 세코이아가 최초에 주당 46 센트에 산 것처럼 이들이 주식을 싸게 매입했던 사실을 기억하면 이해할만 하다. 계산상으로도 세코이아는 최초투자 대비 거의 100배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언론과 관련해서도 좋은 얘기꺼리가 하나 있다. 다름아닌 '다윗과 골리앗의 신화'로 이미 실리콘 밸리의 많은 신화에서도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다윗이 알려진 것만큼 그렇게 두려운 존재는 아닌 게 집에다 새총을 놓고 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속편이라도 나오면 더 좋을 것 같다.

이같이 짜고 치는 고스톱 현실에서 혜택을 받지 못한 유일한 사람들이 상장 후 첫 4달 동안 시장에서 VA 리눅스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다. 감히 말하건대 사기에 넘어간 사람들에게 연민의 감정이 들기는 어렵다. 다만 이같은 일들이 어떠한 조직적인 그룹이 행한 농간의 결과만이 아니기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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