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가자! 인터넷으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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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타도’ 외치는 LG

전자사업에서 삼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는 인터넷사업에서도 한판 싸움을 벼르고 있다. LG는 지난해 9월 400여명의 임원이 참가한 글로벌 CEO 컨퍼런스에서 구본무 회장이 "신속한 인터넷사업 진입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하고 보다 나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며 신사업기회를 선점한다”고 밝힌 이후 인터넷에 미래를 걸고 있다.

LG는 데이콤·LG텔레콤(019 PCS) 등 삼성에는 없는 망 사업을 갖고 있어 삼성보다 유리한 위치라고 주장한다. LG와 삼성은 인터넷과 사실상 동의어인 '디지털'기업 이미지를 먼저 구축하려고 다투고 있기도 하다. LG는 계열사별 특성에 맞춰 'e(전자)-비즈니스’에 접근하고 있다.

LG정보통신의 경우 인터넷 장비를 주력사업으로 정했으며, LG텔레콤은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중이다. 데이콤은 PC통신 천리안, 인터넷 전용회선 서비스인 보라넷, e-커머스(전자상거래) 등에 올해 4,17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데이콤의 천리안과 LG인터넷이 운영중인 채널아이를 통합, 온라인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로 했다. LG-EDS시스템은 인터넷 보석 전문매장인 ‘LG몰’과 1,000여종의 컴퓨터·가전제품을 취급하는 사이버 전자상가를 운영중이며 LG전자도 전문 가전 쇼핑몰 'LG나라'를 운영하고 있다. LG투자증권과 LG캐피탈은 각각 인터넷 증권거래, 인터넷 금융업무를 제공하고 있다.

LG상사는 오는 2005년까지 전자상거래와 벤처투자, 사업부 분사 및 전략적 제휴 등에 4,600억원을 투자, 인터넷 복합기업으로 탈바꿈한다. 사이버무역 분야에서는 전략적 우위에 있는 화학사업(Chemround)과 비철금속(Metalround)·철강(Steelround)사업별로 전문 포털사이트를 개설키로 했다.

유통 및 패션부문은 현재 시장성장률이 높은 컴퓨터와 패션, 식품 유통분야의 온라인 쇼핑몰을 집중 육성하고 점차 다른 품목으로 확대키로 했다. 이수호 LG상사 사장은 “2005년까지 벤처투자와 사업부 분사 등을 통해 140개의 투자회사를 가진 인터넷 비즈니스 커뮤니티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사이버 쇼핑몰 구축하는 SK

SK는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를 지향하고 있다. SK텔레콤 휴대폰 가입자 1,100만명과 SK(주) 엔크린 보너스 카드 회원 600만명의 고객 DB가 그 무기다.

SK(주)는 ‘OK 캐시백’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2005년까지 인터넷 분야에서 1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체 매출중 비중을 1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OK 캐시백’사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인 1,100여 업체와 제휴를 맺어 지역정보, 재테크, 레포츠, 쇼핑, 교육, 건강, 여행, 게임, 교육 등 9개 사이트를 구축해 전문 정보를 제공한다.

전자상거래 사이트와 연결해 정보와 구매가 한자리에서 이뤄질 수 있는 ‘허브(hub) 사이트’개념을 도입했다. 이와 관련, SK(주)는 최근 여행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트래블 오케이’
(www.travelok.co.kr)를 개설했다. 여행사나 항공사 직원을 통하지 않고도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난 한글정보를 통해 각 항공사의 노선, 가격, 좌석 유무를 알아보고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 SK상사도 인터넷을 이용한 의료사업, 사이버교육사업 등을 벌일 계획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4대 그룹의 인터넷 전략은 인터넷 신시장 참여와 함께 인터넷을 활용해 현재 벌이고 있는 사업이나 업무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추세다. 삼성전자·현대전자·LG화학 등 주요 기업들은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부품이나 재료를 구매, 구매비용을 크게 줄이고 있다. 또 많은 기업들이 홍보나 인사, 마케팅, 임직원 교육에 인터넷을 활용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활발한 벤처 투자로 기업 성장에 활력

인터넷 혁명은 대기업의 비즈니스 모델(BM)을 바꾸고 있다. 과거 대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자체개발하거나 외국으로부터 도입, 이를 사업화하는 형태로 성장해왔다. 반면 요즘은 벤처기업에서 새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얻는다. 인터넷 환경 속에서 급증하는 벤처로부터 신규사업의 씨앗을 찾는 것이 자체개발보다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삼성·현대·LG·SK·금호·한화·코오롱 등 대기업들이 벤처투자와 사내벤처 설립, 벤처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지난해 연말 벤처캐피탈팀을 신설한 SK(주)는 올해 500억원을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벤처기업에 투자키로 하고 최근 첫 대상인 바이텍시스템사에 SK텔레콤과 함께 15억원을 투자했다. 현대건설은 오는 3월 완공하는 서울 목동 월드타워에 벤처기업 50개사를 입주시키는 것을 비롯, 전국 주요 도시에 이같은 형태의 '현대벤처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임대료 대신 주식을 받는 방식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항공도 전담팀을 구성해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키로 하고 대상을 선별중이며 삼성중공업·삼성정밀화학도 벤처 투자에 상당한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삼성의 3개 계열사는 이미 벤처기업인 새롬기술에 1,000억원 정도를 투자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3년간 1,500억원을 벤처기업에 투자한다는 계획 아래 국내외 15∼20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업체 선정 작업을 진행중이다.

LG는 최근 그룹 차원에서 창업투자회사를 통해 80여 벤처기업에 500억원 이상을 집중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디지털TV 위성수신기업체인 이아이테크에 투자한 LG상사는 2005년까지 1,500억원을 투자해 정보통신 등 유망분야의 벤처 중소기업을 발굴할 예정이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벤처 투자에 적극적인 것은 몸집이 가볍고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빠른 벤처기업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정보를 접할 수 있고 새로운 기술과 사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투자한 벤처기업의 성공으로 주가가 상승하면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대기업의 인터넷 기업혁명은 벤처 붐과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최근 많은 대기업에서 사내벤처 설립 붐이 일고 있다. 벤처 창업을 꿈꾸는 우수한 인력을 빼앗기지 않으면서 이를 기업의 내부역량 강화의 계기로 삼자는 전략이다.

삼성은 사내 임직원들이 가진 창의적 아이디어나 기술을 비즈니스화하기 위해 사내공모를 실시했다. 채택된 아이디어 제안자에게는 자금과 인력 등 그룹이 가진 경영자원을 제공해 벤처기업으로의 성장을 돕고 있다. 사업에 성공할 경우 과실은 아이디어 제안자와 회사가 나눠갖는다. 실패해도 회사가 전적으로 손실을 떠안는다.

사내벤처는 임직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사업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국의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한해 수십개의 벤처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성장의 활력을 얻고 있다. 벤처를 끌어들이는 것과는 반대로 총무·애프터서비스 등 사내 비핵심 업무는 분사 형식으로 분리시키고 있다. 아웃소싱하는 것이 훨씬 싸게 먹혀서다.

대기업간 전략적 제휴도 성사

전략적 제휴는 그룹-벤처기업 사이뿐만 아니라 4대 그룹간에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 현대와 삼성·LG는 공동으로 인터넷 마케팅을 벌이기로 제휴를 맺었다. 삼성생명(생명보험)·삼성전자(전자)·삼성카드(신용카드)·현대자동차(자동차)·현대정유(정유)·현대해상화재보험(손해보험)·LG투자증권)증권)·LG텔레콤(이동통신) ·하나로통신(인터넷망 서비스)·인터파크(전자상거래)·아시아나 항공(항공) 등이 하나의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구축, 공동 마케팅을 벌이기로 한 것. 인터넷 혁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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