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가자, 인터넷으로!”

권순선의 이미지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지난 1월10일, 신생 인터넷 업체인 AOL은 시사주간지 “타임”에서부터 CNN방송 등을 거느린
전통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를 전격인수했다. 인터넷 혁명이 전통적인 거대기업을 집어삼킨 것이다. 국경이 사라진 웨버노믹스 환경에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인터넷 혁명의 거센 폭풍 한가운데 서 있다.

새천년 맞이의 들뜬 분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 1월10일.
APDJ·로이터 등 세계적 통신사들은 ‘어전트’(Urgent·긴급)를 달아 한 줄의 기사를 전세계에 타전했다. 인터넷업체인 아메리카온라인(AOL)이 미디어업계의 제왕 타임워너를 합병한다는 소식이었다.

지구촌은 "42년 전 '첫경험’때보다 더 흥분했다"는 테드 터너 타임워너 부회장의 말에 동조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에서부터 워너브라더스 영화사, CNN 방송, 워너뮤직 등을 거느린 전통 미디어 그룹인 타임워너가 창립 15년의 신생 인터넷업체 AOL에 흡수당하게 됐다는 사실은 시대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인터넷 혁명’이 눈앞에 도래했음을 실감했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대기업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기존의 경영 패러다임은 급속히 붕괴되고 있으며 그 자리를 새로운 양식이 대신한다. 기업 조직이나 비즈니스 모델뿐 아니라 인력과 자금시장의 혁명도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이 초래한 웨버노믹스(Webonomics·웹경제학)의 특징은 국경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거미줄같은 망으로 연결된 인터넷은 시간과 공간의 벽을 낮추고 있다. 이는 기업 측면에서 보면 경쟁이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 하나는 1등이 모든 것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웨버노믹스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아니라 수확체증의 법칙이 작용하는 세상이다. 1등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많이 생산할수록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2등은 개발비도 못건지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는 초기 개발비가 막대한 대신 제조비는 거의 없는 인터넷 상품의 특성에서 연유한다.

이같은 경영환경 변화는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대그룹에도 변신을 강요하고 있다. 싫든 좋든 변화에 적응하고 변신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인터넷 혁명’에 휩쓸린 대기업들

삼성·현대·LG·SK 등 4대 그룹은 이같은 인터넷 경영혁명에 맞춰 적극적인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크게 두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신규시장 참여다. 전자상거래· 인터넷경매·인터넷방송·인터넷무역·전자화폐·인터넷장비사업 등이 그것이다. 또 하나는 인터넷을 활용해 경영 프로세스를 뜯어고쳐 기존 사업의 생산성이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4대 그룹의 인터넷 사업은 요즘 한국사회에 불고 있는 벤처 붐과도 맞물려 있다. 대기업들은 전통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자체개발하거나 외국으로부터 도입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벤처 투자를 통해 인터넷 관련 신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얻고 사업화를 꾀한다. 인터넷이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BM)도 바꾸고 있는 셈이다.

발빠르게 움직이는 삼성

전자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적극적 관심 아래 인터넷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회장은 "디지털 시대는 아날로그 시대와 근본적으로 다른 패러다임과 룰을 요구하고 있다”며 "디지털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명운이 일류가 되느냐, 혹은 후진 이류가 되느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인터넷 혁명의 와중에 있는 현재를 외부압력에 밀려 근대화에 뒤처졌던 100년 전의 개항시대와 흡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은 이회장의 경영방침에 맞춰 발빠르게 인터넷 기업화하고 있다. 때로는 계열사끼리 경합하는 양상도 나타난다.

대표주자로는 삼성물산을 꼽을 수 있다. 삼성물산은 'i-제너레이터’(인터넷 발전기)를 슬로건으로 100여 인터넷 벤처를 거느린 벤처지주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올해 1,000억원을 인터넷에 투자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인터넷방송, 쇼핑몰, 무역, 경매, 서적, 음반전문몰, 헬스케어 등이 포함된다.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2005년까지 1,0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해 1조3,000억원의 매출에 8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린다는 목표다. 서적·음반, 경매, 여행·이사 등 전문 몰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인터넷방송은 만화·게임·웹진을 추가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채널로 육성할 방침이며, 비자카드와 손잡고 전자화폐 사업도 추진중이다.

이에 따라 목표대로라면 지난해 700억원이었던 인터넷사업 매출은 2005년까지 20조원으로 늘어난다.

삼성에버랜드는 국내 1위 인터넷게임업체를 목표로 뛰고 있다. 지난해 12월 온라인게임 포털사이트인 게임에버랜드(game.everland. com)를 열고 300여종의 게임을 무료로 시범서비스중이다. 메닉스·아블렉스·태울·아일소프트 등 게임 및 그래픽 전문 벤처기업과 제휴관계를 맺었다. 회원 확보를 겨냥해 3월말까지 추첨을 통해 신규회원에게 각종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4월부터 점진적으로 유료로 전환할 예정.

시큐러티업체인 에스원도 '디지털 시큐러티업체’로의 변신을 슬로건으로 인터넷사업에 뛰어들었다. 에스원은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벤처기업인 하우리와 제휴해 원격바이러스 방역서비스, 해킹방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자상거래 시스템 및 정보시스템 보호를 위한 보안솔루션 판매와 컨설팅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 벤처기업 등과 손잡고 전자상거래에 필수적인 인증사업에의 참여도 추진중이다.

이를 위해 정보통신 인력을 대폭 보강, 기술연구소를 정보기술연구소로 확대개편했다. 정보기술연구소는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해 주는 사이버 빌리지 구축 시스템 등 새로운 사업분야를 연구하게 된다.

삼성SDS는 기업들이 필요한 인터넷 시스템을 토털 컨설팅해 주는 사업과 인터넷 서버의 소프트웨어 관리를 대행해 주는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1조원의 매출이 목표다. 3월 삼성SDS에서 유니텔(주)(가칭)로 분리하는 유니텔과 유니웨이 사업부는 인터넷 PC통신, 별정통신 사업을 담당한다.

호텔신라는 오는 4월 상류층 고객을 대상으로 고급문화 정보를 제공하는 'i-신라’ 사이트를 개설하는 한편, 비즈니스센터의 e-카페화, 전 객실내 인터넷TV 설치 등을 추진중이다. 삼성전자·삼성전기 등은 초고속 모뎀, 웹 비디오폰, 인터넷 서버 등 인터넷 시스템 장비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전자제품 및 부품 생산을 추진중이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인터넷을 통해 생산, 물류, 주문, 납기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e-보이스’를 최근 구축해 가동했다.

삼성은 또 코스닥 황제주로 꼽히는 새롬기술 지분(4.5%)을 확보해 2대 주주가 되는 등 벤처기업 투자도 활발하다. 재미있는 것은 너도나도 인터넷사업에 뛰어들면서 계열사끼리의 경쟁양상도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물산과 삼성SDS가 대표적 사례. 이 두 회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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