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GHz 칩시대 개막

권순선의 이미지

지난달 미국 어드밴스트마이크로디바이스(AMD) 중역실에 비상이 걸렸다. 경쟁업체인 인텔이 차세대 중앙처리장치를 3월8일 발표하기로 했다는 첩보가 입수됐기 때문이었다. 애초 10일께로 잡혀 있던 AMD는 부랴부랴 새로운 칩의 발표를 4일 앞당겼고, 희망대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처리속도 1기가헤르츠(㎓)인 중앙처리장치(CPU)를 만든 회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비행속도가 음속을 돌파하던 것에 비유되는 `1㎓ CPU'는 그 상징성 때문에 두 업체는 회사의 명예를 걸고 치열한 개발경쟁을 벌여왔다.

AMD에 선수를 빼앗겼지만 인텔도 예정대로 1㎓ 칩을 내놓아 세계 컴퓨터 시장은 기가칩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올 하반기에나 가능하리라던 기가칩도 9~10개월 먼저 선을 보인 것이다.

업계는 이런 속도라면 2011년께 꿈의 속도인 10억㎓ 제품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1㎓ CPU시대=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가 얼마나 `머리 회전'이 빠른지를 나타내는 단위가 바로 클럭속도(클럭 주파수)이다. 클럭 주파수가 높을수록 전반적으로 회로의 동작속도(처리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1㎓ CPU는 초당 10억개의 명령을 처리할 수 있는 속도이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펜티엄 450~500㎒급 컴퓨터보다 두배 빠른 컴퓨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텔 관계자는 “일반 피시 사용자들은 자전거 페달을 밟다가 갑자기 오토바이로 갈아탄 느낌을 줄 정도로 속도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며 “3D 입체영상,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기가칩의 위력은 더욱 빛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 인텔-AMD 속도경쟁=1㎓ CPU를 향한 개발경쟁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MD가 인텔의 펜티엄에 대응하는 `K-7 애슬론' 750㎒를 인텔보다 먼저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인텔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인텔은 이에 지난해 12월말 펜티엄Ⅲ 800㎒를 먼저 출시해 AMD의 추격에 응수했으나 지난달 11일 밸런타인데이를 며칠 앞두고 AMD가 애슬론 850㎒를 발표함으로써 상황은 다시 역전됐다. 인텔은 2월 중순에 열린 인텔개발자포럼(IDF)에서 올하반기에 내놓은 예정으로 1.4㎓짜리 `윌라멧'을 시연해 세계의 이목을 되찾았다.

하지만 결국 AMD의 1㎓ CPU 전격 발표로 인텔은 속도경쟁에서 다시 한번 고배를 든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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