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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컴퓨터 운영체제를 둘러싼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보안 검색이나 자체 소프트웨어 산업발전에 불리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2000 판매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공개소프트웨어인 리눅스는 순풍에 돛을 단 듯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 최신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데스크탑 피시 가운데 3~5%가 운영체제로 리눅스를 채용했고 올해는 이 비율이 10%에 이를 전망이다. 또 지난해 8월에 나온 터보리눅스는 윈도98과 NT를 누르고 가장 잘 팔리는 운영체제가 됐다.

리눅스가 인기있는 것은 소스코드를 공개하기 때문에 `보안'을 당국의 의도대로 통제하기 쉽고,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이 용이해 이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에 뒤처진 기술격차를 만회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의 보도 역시 MS에는 부정적인 것이 많지만 리눅스에는 호의적이다.

반면 윈도2000을 전세계에서 동시에 출시하려 했던 MS는 중국어판 출시를 3월말로 연기했다. MS는 중국어를 좀 더 쉬운 말로 바꾸는 작업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실제로는 중국당국이 윈도2000에 내장된 강력한 암호프로그램을 문제삼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가보밀국은 지난달 `계산기정보계통 국제네트워크 보밀규정'에서 이메일, 전자상거래의 데이터 도청이나 변경을 막아주는 암호화 기술을 사용한 제품의 판매를 금지했다. 지난해 파룬궁 수련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일사분란하게 의사를 소통하는 데 놀랐던 정부로서는 이메일이나 인터넷을 통제할 방법이 없는 윈도2000이 거북스럽기 때문이다. 만일 윈도2000의 암호를 풀려면 초당 10억개의 연산처리 속도로도 지구 나이(120억년)의 4500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에서 MS의 윈도에 대한 비우호적인 분위기는 이 밖에도 여러곳에서 감지된다. 미국을 주적으로 생각하는 중국은 대표적인 미국 회사인 MS가 윈도의 비밀코드 한쪽에 정보를 몰래 빼낼 수 있는 `뒷문'을 만들어 놓지 않았을까 염려한다. 이달 초 중국군 기관지인 <인민해방군보>는 “정보보안 없이는 정치·경제·군사 안보도 없다”며 “남들로부터 배우더라도 그들의 통제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지난 15년 동안 자체 운영체제를 개발하려 노력했지만 워낙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공개소프트웨어 운동의 물결을 타고 급격히 윈도의 경쟁자로 떠오른 리눅스가 중국의 구미에 딱 들어맞게 된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첨단기술개발 전략프로그램에서도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리눅스 개발이 유일하게 올라 있다.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