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케이스와 빌 게이츠의 애증관계

권순선의 이미지

[케이스와 게이츠의 애증]
엄남석특파원 (eomns@yonhapnews.co.kr)

(뉴욕-연합뉴스) 첨단기술 제국을 꿈꿔온 아메리카온라인(AOL)의스티브 케이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가 한편의 TV 드라마와 같은 애증관계로 얽혀있어 화제가 되고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17일 소개한 두 사람의 관계는 과거도 흥미진진했지만 두 사람이 이제 거인이 된 AOL 타임워너와 MS의 장기전략을 맡음으로써 지금부터 진짜 재미있는 얘기가 시작될 것이란 말을 듣고있다.

두 사람이 처음 조우한 것은 지난 93년.

AOL이 온라인 통신업체로 출범한 뒤 잠재력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게이츠의친구이자 MS의 공동 창업주인 폴 앨런이 AOL 주식매입에 나서자 케이스가 이를 저지해 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MS 본사로 게이츠를 방문하면서 만남이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게이츠는 케이스에게 "나는 당신 회사의 주식을 20퍼센트를 살 수도 있고 전부 매입할 수 있다. 또 독자적으로 사업을 해 당신을 매장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의 주장은 어느 것도 현실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협박을 받은 케이스는MS를 온라인 세계의 적으로 간주하고 직원들을 분발시키는 도구로 활용했다.

이듬해 열린 AOL의 사원집회에서 게이츠를 상징하는 대형 목재공룡이 등장해사원들이 전의를 다지는 서명을 하고 "언젠가 여러분의 자녀가 이 전쟁에서 무엇을했는지를 묻게될 것이다"는 등의 호전적인 연설까지 나온 것은 AOL의 당시 사내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런 적대적 관계는 96년 게이츠가 케이스에게 전화를 걸어 AOL의 기본 브라우저로 익스플로러를 채택해 줄 것을 제안하면서 밀월관계로 바뀌게 됐다.

MS는 당시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스를 윈도 운영체제(OS)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약화시키는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했으며 넷스케이프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익스플로러를 보급할 목적으로 이를 제안하면서 AOL에 대한 반대급부로 누구나 탐내온 윈도 OS의 한 자리를 AOL에 내주겠다고 제시했다.

케이스는 게이츠의 전략대로 MS의 제안을 받아들였으며 그때까지 오랜 제휴관계를 맺고 합병까지도 생각했던 넷스케이프측에 어쩔 수 없이 등을 돌리게 됐다.

이 계약은 AOL이 오늘 날과 같은 거인으로 급성장하는데 도움이 됐으며 AOL은결국 몇년 뒤 원래의 계획대로 넷스케이프를 합병했다.

MS는 미 법무부의 독점금지 소송에서 AOL의 넷스케이프 인수가 엄청난 위협을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의 근거를 약화시키려 했으나 케이스는 MS측과 경쟁할 의사가 없을 뿐만아니라 브라우저 때문에 넷스케이프를 인수한 것은 아니라는 증언을 해 밀월관계가 이미 끝났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MS측이 작년에 인터넷 접속 서비스인 마이크로소프트네트워크(MSN) 가입비를 대폭 낮추겠다고 위협만하다 그침으로써 AOL을 견제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 것으로 보고있다.

퍼스널 컴퓨터에서 가전기구의 인터넷 이용 쪽으로 전략적 목표를 잡고있는 AOL은 타임워너와의 합병을 통해 MS측의 우려대로 가장 위협적인 경쟁상대로 등장하게됐으며 케이스도 최고의 경쟁상대로 전략적 목표가 엇비슷한 MS를 꼽았다.

케이스는 AOL 타임워너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타임워너의 제럴드 레빈에게주고 회장자리를 맡아 장기적인 전략과 비전을 수립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게이츠 역시 스티브 발머에게 CEO 자리를 내주고 장기적인 전략수립을 맡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미 동부와 서부에 포진한 이들 두 회장의 경쟁은 벌써부터 21세기 역사에서 가장 치열한 결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