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지훈] 승무
글쓴이: 나빌레라 / 작성시간: 금, 2005/12/30 - 6:20오후
승무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훠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고등학교 2학년때 국어책 읽다가 8)
제 닉네임을 나빌레라로 만들게 했던 시입니다.
Forums:
저도 그 시대 시인들의 시를 좋아하는 편인데,우리말을 너무 아름답게
저도 그 시대 시인들의 시를 좋아하는 편인데,
우리말을 너무 아름답게 잘써서 자꾸 입안에 맴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은 김영랑 님과 김소월 님입니다.
'승무'는 중학교때 국어 선생님이 "나빌레라"라는 표현이 정말 아름답다면서 소개해주셨던 시였습니다. 그 때는 잘 몰랐는데, 볼수록 아름다운 표현인 것 같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나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좋아라 하는 조지훈의 승무가 올라왔네요.특히 저..."세사
좋아라 하는 조지훈의 승무가 올라왔네요.
특히 저...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식은이 처------
길이 끝나는 저기엔 아무 것도 없어요. 희망이고 나발이고 아무 것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