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에서 열린 아시아 오픈소스 심포지엄에 참석하고 왔습니다.
2005년 3월 3일부터 6일까지 4일동안 중국 북경에서 제 5회 아시아 오픈소스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기억을 남겨 두고자 글을 씁니다. 지금 글을 쓰는 이곳은 북경 국제공항의 6번 게이트 앞입니다. 약 1시간 후면 서울로 돌아가게 되는데 마침 시간도 대강 맞고, iBook 배터리도 많이 남아 있고 해서 잊기 전에 기록해 두고 싶었습니다.
원래 이번 아시아 오픈소스 심포지엄(AOSS)은 중국 북경의 New Century Hotel에서 3월 2일부터 시작했는데 첫날에는 특별히 제가 관여할 부분도 많지 않고 해서 둘째날부터 참석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9시 25분에 출발하는 중국민항 편을 탔는데 워낙에 가까워서 그런지 금방 도착했습니다. 북경에 도착해서 간단히 입국심사를 거친 후 바깥으로 나와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니 약 12시 정도였습니다. 마침 제가 발표할 순서를 가장 마지막으로 조정해 두었기 때문에 늦게 갔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좀 있어서, 미리 도착한 다른 사람들과 간단하게 인사도 하고 발표할 내용을 다시 잠깐 살펴볼 시간까지 있었습니다.
원래 제가 발표할 내용은 우리나라의 오픈소스 현황을 위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들을 알리는 것이었지만 특별히 새로운 내용도 많지 않고 다들 지겨워하는 기색이 역력한지라 우리나라의 현황은 한 페이지로 간략하게 넘어가고, 현재 AOSS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너무 장기적인 관점이 아닌 중/단기적인 관점에서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빨리 찾아서 진행해야 한다는 요지의 내용으로 발표를 했습니다.
사실 AOSS가 벌써 다섯번째로 접어들면서 매번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오픈소스 관련 정보들을 나누는 시간을 배정해 왔었는데 이제는 특별히 새로울 것이 많지 않고, 뭔가 쇼킹할 정도의 큰 진전이나 서로 참고해볼 만한 참신한 아이디어들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 저는 지난번 4회 AOSS에서도 이런 이야기보다는 이 AOSS라는 모임에서 같이 할 수 있는 실질적인 활동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했던 CodeFest에 대해 간단하게 알리고 이러한 행사를 AOSS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해서 상당히 신선한 아이디어라는 반응들을 얻었었습니다. (뒤에 다시 적겠지만 제 제안이 받아들여져서 이번 북경에서의 행사에는 심포지엄과 동시에 CodeFest를 같이 하게 되었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러한 행사를 갖기로 합의가 되었습니다.)
어쨌든 이런 취지의 내용으로 금번 심포지엄에서도 뭔가 이룰 수 있는 실질적인 내용들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발표에서 제시하였고, 발표 단상에서 내려오면서 사람들의 얼굴을 대강 보니 이번에도 뭔가 자그마한 것이라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번 행사에서부터 저와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 일본과 대만 친구들은 제게 엄지손가락을 조그맣게 치켜들어 주었고, 처음 만났던 사람들로부터도 참신한 내용이었다며 제게 말을 걸어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이번에도 많은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지요. :-)
제 발표를 마지막으로 3월 3일 오전 순서는 모두 끝났습니다. 점심시간 이후에는 몇몇 관심분야별로 사람들이 모여서 논의를 하는 시간(Working Group Discussion)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Human Resource, Localization, Repository로 나누어서 논의를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저는 지난번 행사에서부터 Repository 쪽의 논의에 참가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Repository 쪽에 참가하겠다고 해 두었는데 논의에 참가하기로 한 사람의 숫자가 많지 않아서 그 사람들과 같이 CodeFest 현장에 가서 논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CodeFest는 호텔이 아닌 북경시 외곽의 IT 관련 기업들이 모여 있는 IT파크라는 곳에서 열렸는데 차가 많이 막혀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어쨌든 겨우 도착해서 현장에 가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한 풍경으로 모두들 앉아서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일본과 중국 친구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먼저 와 있던 장혜식님, 류창우님, 최환진님도 잘 아는 사람들이지만 북경에서 만나니 더욱 반가웠습니다.
함께 CodeFest 행사장에 갔던 Repository 워킹그룹 멤버들은 CodeFest 행사장 한켠에 마련되어 있던 다른 방에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Repository 워킹그룹은 아시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오픈소스 관련 활동들을 한곳으로 모으고 공유하자는 취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 4회 AOSS때까지는 주로 새로운 Repository를 만들어서 그곳으로 정보를 모으고 사람들을 유도하자는 식으로 논의가 진행되었는데 저는 그때도 이미 각국에서 오픈소스 관련 활동들이 자발적으로 있어 왔고 명확한 플랜이 없는 상황에서 새롭게 뭔가를 만드는 것 보다는 이미 있는 활동들을 그대로 존중하는 의미에서 가상의 'web of trust'를 만드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었습니다. 지난 4회 행사에서도 이같은 취지로 이야기를 하여 어느정도의 동조자들을 모을 수 있었는데 그때는 중앙집중적인 별도의 Repository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제 제안은 소수의 제안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중앙집중적인 Repository를 만들고자 했던 사람들은 행사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대부분 참석하지 않았거나, 다른 워킹 그룹으로 옮겨갔습니다.
CodeFest 행사장에서의 논의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지난 4회때 간략하게 논의했던 것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좀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최대한 빠르게 'web of trust'를 구축하기 위해 anybrowser 캠페인 같은 식의 접근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메일링 리스트를 즉석에서 만들었고 단기적인 목표와 중기 목표, 그리고 장기적인 목표도 설정하고 일단은 단기적인 목표에 집중하기로 의견일치를 봤습니다. 인터넷 상에서의 활동을 위해 홈페이지를 개설하기로 하고 도메인네임과 서버 호스팅 주체,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처리를 담당할 사람들도 선정하였습니다. 이날 논의한 사항들은 심포지엄 마지막 날에 간략하게 공지되었고, 메일링 리스트 상에서 이미 논의가 잘 진행되고 있으므로 적어도 한두달 안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후 6시경에는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녁식사 이후 8시부터는 몇 가지 분야에 대한 BoF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저는 CodeFest BoF 미팅에 참석했습니다. 미팅에서는 첫번째로 열린 Asia CodeFest 행사에 대한 참석자들의 참가 소견과 행사에서 아쉬웠던 점, 보완해야 할 점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하였는데 이러한 행사를 가졌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모두들 매우 만족해 했고 아직까지 이러한 행사를 해 보지 않았던 나라에서는 이번 심포지엄이 끝나고 각자 자기나라에 돌아가면 그쪽에서도 자체적으로 CodeFest를 준비해야겠다는 의견들도 있었고, 그에 따라 행사를 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과 주의점 등도 논의되었습니다. 원래 이번 Asia CodeFest는 중국쪽의 행사 파트너인 sw-linux 사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 주어서 가능했고 다음번 AOSS에서 다시 CodeFest를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었는데 이번에 반응들이 기대 이상이었던지 AOSS의 향후 추진 사항에 이 CodeFest를 지속적으로 준비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앞으로 더욱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합니다.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피부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밤을 새면서 서로의 관심사와 의견을 자유롭게 공유하면서 뭔가 같이 해 나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않습니까? :-)
BoF 미팅을 끝으로 3월 3일에 준비된 행사는 모두 끝이 나고 그 다음날인 3월 4일은 오전에 다시 모여 행사를 정리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오전 9시부터 행사를 시작하였는데 먼저 중국쪽에서 행사를 준비했던 친구가 CodeFest에 대해 간략하게 결과를 리포트하였고 그 뒤에는 AOSS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운영될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논의에서는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일단 아시아 각국의 경제여건이나 내부적인 상황, 당장의 관심사들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오픈소스라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고 오픈소스를 좀더 잘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정보들을 공유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앞으로 얼마나 더 실질적인 분야에 대해서 구체적인 활동이 행사장 밖에서도 일어날 것인가가 관건이 될텐데 비록 느리긴 해도 꾸준히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는 너무 조급하게 많은 것을 한꺼번에 이루려고 생각하지 말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일부터 하나하나 해 나가야 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좋은 기회가 되었고,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을 포함해서 우리나라가 오픈소스 분야를 포함한 정보화 분야에 있어 상당히 앞서가는 축에 속하기 때문에 우리도 계속 노력해서 우리나라가 걸어왔던 과정에서 있었던 문제들이나 시행착오들을 함께 공유해야 하는 이유도 재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Asia CodeFest의 지속적인 추진에 대한 사항 Repository 워킹그룹의 추진 방향 등 제가 제안했던 내용과 아이디어들이 받아들여진 점도 개인적으로는 뜻깊은 일이었고, 무엇보다도 비전과 열정을 공유하는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기쁩니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중국에 있으면서 중국에 대해 보고 느낀 점은 따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AOSS뿐만 아니라 제가 경험했던 중국에 대해서도 하고 싶고 남겨두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네요. :-) 참, 그리고 이 글은 비행기를 타기 전에 쓰기 시작했는데 다 못써서 비행기 안에서도 쓰고 집에 와서도 이어 썼습니다. iBook의 긴 배터리 시간이 이렇게 유용하게 느껴진 적은 처음인것 같네요.
(원래 제 홈페이지에 올렸던 글을 이곳에도 올립니다. 홈페이지는 거의 방문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 )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순선님은 공식적으로 다른 job을
수고 많으셨습니다. ^^
그런데 순선님은 공식적으로 다른 job을 갖고 계시는게 아닌가요?
어떻게 보면 kldp는 순선님에게 '과외 활동'이랄 수도 있는데, 어떻게
이런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것이 자유로울 수 있는지요?
그러니까 노골적으로 말해서, 회사에서 허락해주나요?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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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비안 & 우분투로 대동단결!
제가 주워듣기로는 순선님 현재 job이 공식적으로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제가 주워듣기로는 순선님 현재 job이 공식적으로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
[quote="kirrie"]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순선님
월차 휴가 쓰고 다녀왔습니다. 물론 휴가를 쓰는 것도 제 상사께서 아주 많이 양해를 해 주시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