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플린 개혁안, 좌초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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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플린 개혁안을 지지한다

나는 KAIST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쯤에 있는지 근처에도 못가본 사람이다. 그러니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러플린 개혁안과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다는 점을 밝혀둔다. 뿐만 아니라 내가 러플린 개혁안을 지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KAIST라는 대학과는 직접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다. 오히려 대한민국 대학교육 일반에 관련된 난맥상, 후진성, 봉건성등을 혁파하기 위한 첫 시도로서 러플린 개혁안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개혁하기 위한 가장 좋은 지렛대 역할을 KAIST개혁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이런 지지글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물론 러플린 개혁안에 대한 지지가 김진표 교육부 장관의 "대학산업론"과 동일시되어서는 안된다는 점 역시 쐐기를 박아두자. 대학은 산업이 아니라 학문과 교육 그 자체이다. 어설픈 산업화 논리로 우리나라 백년지대계를 그르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설령 산업화에 대한 요구가 긴급하게 요청된다 해도 산업화를 하는 방식, 그 주체는 대학이 아니라 기업, 정부가 담당해야 한다. 대학교육을 산업의 요구에 무작정 종속시키는 방식은 학문을 죽이는 것은 물론 산업 그 자체를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 산업, 혹은 기술혁신은 대학이 담당해야 할 몫이 아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 기업이 감당해야 할 몫이며 지금까지 기술혁신이 지지부진했다면 그것은 대학의 책임이 아니라 정출연과 기업의 책임이다. 우리의 대학교육이 비판받아야 할 점이 있다면 그것은 산업화에 대한 기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학문과 교육, 그 자체에 대해 무능력했기 때문이다. 튼튼한 기초과학의 토대가 없이는 어떤 기술혁신도 불가능하다. 현대 기술의 흐름은 학제간 지식, 기술융합을 축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경쟁의 중심축 역시 개별기술에서의 개발시간 및 비용 단축, 혹은 제품성능이 아니라 해당 산업에 대한 기술설계(technology architecture)를 축으로 진행된다. 기업들이 비용절감 기술혁신에만 매달려 있는 한, 기술 설계가 아니라 개별기술에 정부가 매달려 있는 한, 대학의 산업화라는 슬로건은 대학을 기업의 값싼 노동력 유입창구로 전락하도록 만들것이며, 그 결과는 또 다른 형태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런 기술혁신 패턴이 유지되는 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 인력은 어차피 땜빵용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산업의 부침에 따라 이공계 학생을 소화할 수 있는 통로 역시 요동을 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얘기를 더 구체적으로 하는 것은 글을 지나치게 길게 만든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거듭 강조해 두자. 미국의 대학들이 기술혁신에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정부의 전략적 선도능력, 정책적 개입을 통한 기술혁신 디자인(innovation policy design)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의 무능력을 대학교육의 산업화라는 슬로건으로 회피하는 것은 적반하장일 뿐이다)

1. 러플린이 KAIST총장으로 취임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막연한 가능성을 머리속으로 그리며 좋아했던게 겨우 몇달 전이다. 그가 그릴 개혁의 청사진이 어떤 방향으로 나타날지 가늠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혈연, 학연, 지연, 권력과 엮인 국내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스탠포드에서 배운 미국식 합리성을 체득하고 있다는 점에서, 게다가 물리학계의 국제적인 스타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대학교육 개혁의 최적임자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 아니고는 뚝심있게 대학개혁을 추진하지 못한다. 개혁을 추진한다 해도 그 근본을 확 뒤짚는 그런 개혁은 꿈도 꾸지 못한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문제점은 정말이지 난맥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정 먼저 지적되어야 할 것은 교수들이 무능력 하다는 것이다. 논문편수로 대표될 수 있는 학문적 성취도 평가를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대학교수들은 이러한 제도에 대응해서 인위적인 편수 늘리기, 무분별한 학술지 창간으로 대응하거나 경험연구 여러가지 방식으로 울궈먹기, 이론들 짜집기로 정책논문 작성하기, 한 논문에 여러명의 이름을 올리기 등, 온갖 치졸한 방식을 동원하는게 다반사다. 그냥 간단하게 따져보자. 인문사회과학은 물론이고 이공계 분야에서 세계적인 이론들을 주도하는 사람들 중 한국내 교수가 몇이나 있는가? 노벨상 수상 같은 거창한걸 말하는게 아니다. 그저 논문 인용도가 높고, 특정 이론을 언급할 때 반드시 따라나오는 학자들 중, 그 중에 한 명으로 불리우는 한국 교수들이 몇이나 있느냐는 얘기다. 통계조사를 안해 보았으니 모르지만 경험으로만 얘기한다면 정치학, 경제학, 철학 각 분과학문에서 한 명 이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가령 경제학만 놓고 보자면 그 안에 얼마나 유파가 많으며, 경제학 내에 하위 분과는 얼마나 또 많은가? 그런데도 한국내 교수들 중 중요 논자들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유력한 학자, 그 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게 현실이다. (내가 인문사회 계열이니 이공계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이공계는 그나마 가끔씩 한국인 교수들이 눈에 띄는게 사실이다.) 왜 그럴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만 그 중에 가장 중요한걸 꼽으라면 학연으로 얽혀진 근친상간이요, 돈으로 얽힌 임용과 승진이 근원이다. 도대체가 대학교수 자리 한번 꿰차면 연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기초과학을 연구하자니 유학가서 배운건 실험연구나 응용연구의 경험밖에 가진게 없다. 기초과학에 꿈을 가진 학생들은 도무지 기초과학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기업의 현실과 정부의 냉대로 인해 학문의 문을 들어서기 이전부터 좌절하게 된다. 위로부터의 경쟁압력도 없고, 옆으로부터의 경쟁압력도 없으며 후학들로부터의 경쟁압력 역시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러고도 공부 열심히 하기를 바란다면 그게 바로 나무에서 물고기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격에 다름 아니다. 러플린 개혁은 바로 이런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전근대성, 봉건성을 깨뜨리기 위한 절호의 기회다. 최소한 미국의 대학교육은 Peer review, 학문내적으로 요구되는 과학방법의 자체원리에 충실하다. 학문연구의 기본이 안된 사람은 몇단계에 걸친 공개적인 심사과정을 통해 자동 탈락되며, 일단 심사과정을 통과한 사람들 역시 국제적인 저널을 통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연구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항상적으로 요구받는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Peer review의 경우도 그 수준과 종류가 다양하다. 직접적인 이론적 효과를 평가하는 게 있는가 하면 현실과는 전혀 무관하게 이론적 상상력의 정도만을 평가하는 것도 존재한다. 물론 영어권 학문의 중심이라는 지정학적 조건이 작용하겠지만 미국에서의 연구활동은 투명하고 직접적으로 세계적인 학문시장에 그대로 노출된다. 뿐인가? 세계의 모든 국가로부터 유입되는 새로운 학생들은 밑으로부터의 거센 경쟁압력을 만들어낸다. 한국의 대학교수 자리가 천국의 자리라고 종종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쟁압력 무풍지대, 그게 바로 한국의 대학교수 자리다. 그런데다가 학맥과 돈맥으로 얽혀 있으니 안 썩는게, 부패하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2. 기대했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드디어 러플린 개혁안의 전모가 공개되었다. KAIST 사립화, 과기대에서 종합대로의 방향수정, 그리고 연구성과에 의거한 승진 및 임용 제도가 그 골간이다. 모두 다 환영할만한 방향이다. 사립화를 통하지 않고는 개혁 드라이브를 제대로 유지할 수 없다. 지금도 과기부의 정치적 개입이 시도되고 있듯이 개혁이 본격화되면 여기저기서 방해가 걸려올 것이고, 개혁시도는 중간에 소리도 없이 좌초될 수 있다. KAIST 사립화는 스스로가 정부의 보호, 정부로부터 지원되는 연구자금을 포기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Peer review 없이, 정책평가 한번 제대로 하지 않은채 책정되는 정부지원자금은 KAIST를 살리는게 아니라 죽이는 것이라는 점을 러플린은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 과기대에서 종합대로의 수정 역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과학기술은 그 자체로 성장할 수 있는게 아니다. 인문과학이 없이, 사회과학이 없이 기술이 존재할수는 없다. 철학이 없는 물리학, 문학이 없는 기술은 죽은 기술이다. 미국에서 만들어낸 기술을 베껴쓰는데는 문학과 철학이 오히려 거추장 스러운 장애물일 수 있지만 우리가 기술혁신의 세계적 본류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반드시, 필요한게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통합, 학제간 연구의 활성화이다. 연구성과에 의거한 승진 및 임용 제도, 사실 이게 개혁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앞서 거칠게 살펴보았듯이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문제는 바로 이 승진과 임용의 전근대성, 봉건성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Peer review가 무엇인지, 학문세계에서 어떻게 정글의 법칙이 작동하는지 모든이들의 눈에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KAIST가 아닌 다른 대학들에게도 그 효과가 전파될 수 있다. 모범과 전형의 창출, 그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쟁압력을 본격화해야 한다. 물론 개혁안 내용 중, 돈 안되는 분과는 폐과 및 흡수통합 한다는 방안이 제기된 것은 지나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학문의 발전 논리는 시장의 논리와 일치하지 않는게 오히려 정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의 흐름에 따라 분과학문의 폐지를 결정한다는 것은 그 긍정적 효과 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는 이런 방식을 취한다해도 워낙에 수많은 대체 연구기관들이 존재하기에 전혀 문제가 안될 수 있지만 한국은 다르다. 시장의 움직임으로부터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방식 보다는 임용과 승진의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만들어서 물갈이를 빠르게 진행하는게 오히려 효과적이다. 교수진 역시 한국인들만을 대상으로 할 게 아니라 세계인 전체를 대상으로 문호를 확장해야한다. 외국인 교수영입 별로 어려운이 아니다. 기숙시설만 보장한다면 현행 한국인 교수들의 월급과동일한 수준으로도 훌륭한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연구학생들의 수를 늘리고, 그들의 연구활동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대신에 교수들의 물갈이를 아주 빠르고 파격적으로 단행하는 것만으로도 개혁의 본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3. 현재 KAIST내부의 교수들, 그리고 과기부, 전문 노동조합들에게서 러플린 개혁안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그러나 나는 러플린 개혁안을 반대하는 이들 주요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어떤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개혁안 비판도 접하지 못했다. 학문의 영역은 시장경쟁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와야 한다는 일견 당연한, 그러나 우리나라 학문세계의 수구보수성, 철밥통을 보장해 왔던 고색창연한 이데올로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러플린 개혁안 중, 한가지 지나치게 극단적인 개혁안을 제외하고는 그 어디에서도 시장경쟁의 압력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러플린이 시도하는 핵심은 학문내에서의 경쟁압력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에 불과할 뿐이다. 설령 러플린 개혁안에 연구자금 지원 폐지, 프로젝트 수주에 의한 연구자금 확보방안이 제시되어 있지만 그것이 전체 대학예산에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 것인가? KAIST의 특성을 감안해 본다면 기초과학은 아예 존재하지 않기에 새로 만들어내야 하는 상환인 반면,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시장에 보다 근접해야 한다. 한국내 기업들의 기술개발이 후진적이라면, KAIST의 기술시장을 한국을 벗어나 아시아, 세계로 넓히면 된다. 그래서 시장과 보다 근접하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시장을 확장하고자 한다면 기초과학의 토대가 튼튼하고 풍부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왜 KAIST교육예산의 절반이상을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한편, 기술 및 응용연구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운영하자는 주장이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이런 주장이 학문을 시장에 내다 팔려는 것이라는 모함을 받아도 좋은 것인가? 물론 좋다. 신문지상에 발표된 내용대로라면 러플린 개혁안을 관통하는 전반적 분위기가 "경쟁의 강화, 시장 논리의 도입"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급진적인 시장경쟁의 논리를 통하지 않고도 우리 스스로 학문내적인 자정장치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을까? 이미 지난 10년전부터 시작된 대학교육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뤄진 것은 없다.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은 혁명에 버금가는 과감하고도 급진적인 개혁을 필요로 하는 심각한 지경에 내몰려 있다. 서울대 해체안이 거론되는 이유 마찬가지다. 서울대 해체론은 그 자체로 해법이 될수는 없다. 서울대 해쳬는 상징이며, 그것을 통해 파급될 효과에 주목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찬가지 이유로 나는 러플린 개혁안이 지금보다 더 노골적인 시장경쟁의 도입을 추구한다해도 그것을 지지할 것이다.

4. 러플린 개혁안에 대한 암묵적인 사보타지, 정치적 중재 시도, 그리고 침묵을 통한 개혁좌초를 기대하는 사람들, 나는 그 사람들이 지금이라도 앞에 나서서 러플린 개혁안 외에 다른 어떤 대안이 있는지를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무엇이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진짜 문제인지, 그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공감과 합의를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비온뒤
http://nanoasia.org

macsaint의 이미지

바뀔수 없을 것 같더군요.
이미 그러기엔 실력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자리를 잡아버렸죠.
실력이 있던 사람도 한국에서 5년이면 폼만 잡고 말로만
일하는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과학원도 예전에 비하면 정말 ....

오늘 하루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ydhoney의 이미지

이런 장문의 글을 올릴땐 뒤에 세줄요약 남겨주는 센스;;

Fluence의 이미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산실이라고 불리우던 KAIST...
중학교 시절만해도 저의 이상이자 꿈이었던 곳이...
한 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지만,
썩어서 다른 부위에 번지기 전에 완전히 그 살을 도려내야 하겠죠.

하지만 역시나 그 일은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이 힘든 일.
러플린도 그것을 알기에 총장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계혁안을 추진하고 있겠지만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너무나도 당연시 되어오던 일들, 관습들이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순 없으니까요.
기반 세력들이 없어지지 않는한.

아쉽습니다.

p.s 지금도 연구실에서 진정으로 열심히 학문정진에 힘쓰고 있는 대학원생, 교수님들이 있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아..그리고 제 개인 블로그에도 이 글을 올렸습니다. 물론 출처도 명시하였구요.
글을 쓰신분에게 해가 된다면 당장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Together의 이미지

다른 것은 잘 모르겠지만 사립화는 반대입니다. 이건 '개혁'이 아니라 '혁명'인것 같습니다. 올바른 방향인 것 같지도 않고요.

그리고 인문학과를 개설한다 하여도 공대생들을 보조하는 취지에서라면 충분히 공감하지만 종합대학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과학기술대학이라는 설립취지와 다르게 종합대학이 될 경우 커진 규모를 감당하지 못하고 방만한 운영을 하게될 가능성이 큼니다. 또 재정지원이 여러학과로 분산 될 것이므로 자칫 이공계에 대한 지원마져 소홀히 하게 될 수도 있고 이건 과학기술대학이라는 설립취지 자체를 훼손하는 것이 되겠지요.

그러나!!! 철밥통 깨기에는 찮성입니다.

(학생들이 투표를 해서 일정기간 동안 감사임무를 수행할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식의 '사외이사'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요.)

- 험한 세계에서 자주국방 없는 경제력은 경비없는 은행이다. -

lsj0713의 이미지

사립화 해봤자 우리나라에 명문사립대 하나 더 생기는 것 외에 뭐 달라질 것이 있습니까? KAIST는 돈을 벌어 변할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은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돈 적게 내고 다닐 수 있는 공립학교 수만 하나 줄어들 뿐입니다.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0412150086

Quote:

등록금을 징수할 경우 현재 석사 55만원, 학사 114만원 수준의 등록금은 500만원 수준으로 오르고 국고로 운영돼 온 예산의 32%도 자체 해결해야 한다.

무지막지한 등록금의 사립대를 다니고 있는 저로서는, 목숨걸고 반대해야 될 사안으로밖에 안보이는군요^^;; 등록금 인상은 어떤 경우에도 Evil입니다.

아무리 예산이 궁하다고 해도 KAIST가 가지고 있는 공립 과학대학이라는 위상을 생각해 볼 때 사립화에다가 종합대학화는 뭔가 아닌 것 같습니다.

KAIST는 어디까지나 Kore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입니다. 러플린 개혁안 대로라면 우선 이름부터 뜯어고쳐야 되겠군요.

ps. 개혁 자체를 반대하는건 아닙니다. 잘못된 점이나 비효율적인 면이 있다면 고쳐야 되겠지요. 그러나 KAIST의 사립화, 종합대학화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또한, 러플린에게 KAIST 총장자리가 이런 중요한 사항에 내걸 정도로 가치있다고 생각되지도 않으며(아무데나 가도 그정도 자리는 얻을테니), 노벨상 탄 외국인의 주장이라고 무조건 옳다고 보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러플린이 총장일을 잘해서 노벨상 탄건 아닐테니 말입니다.

mycluster의 이미지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공룡은 멸종하게 되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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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위의 리눅스 윈도위의 윈도우 리눅스위의 익스플로러

vacancy의 이미지

사립대 하나 더 늘리는 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네요.
차라리 없앤다면 모를까.
그냥 두는게 좋다고 봅니다만. ;;
( KAIST가 국내 여타 사립대들보단 논문 실적등이 좋을텐데요. -_- )

그나저나 우리나라 대학 너무 많습니다.
교육비만 분산되고 막상 교육은 엉망이고.
좀 줄였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펭귄맨의 이미지

저번달인가 요번달인가..

한겨레21에 보면 (카이스트의 위기편) 카이스트가 여러면에서 포항공대에 뒤지기 시작한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포공은 학생1인당 5000만원 드는데, 카이스트는 2500만원 든다고 합니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립화를 제외하고 이러한 차이를 극복할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사립화에 반대하는 가장큰 두가지 이유가...

1. 종합대학으로 변환은 카이스트의 설립취지와 어긋난다.
2. 등록금이 너무 비싸진다.

이 가지인것 같은데... 글쎄요~ 이것들이 합당한 이유가 될런지요.

설립취지야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고, 옛 취지만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일 수도 있는 것이고, 등록금문제는 기존 사립명문대들도 이러한 방식으로 이미 운영되고 있지 않습니까?

펭귄맨

정태영의 이미지

lsj0713 wrote:
무지막지한 등록금의 사립대를 다니고 있는 저로서는, 목숨걸고 반대해야 될 사안으로밖에 안보이는군요^^;; 등록금 인상은 어떤 경우에도 Evil입니다.

역시나 무지막지한 등록금의 사립대를 다니고 있는 저로서는.. 등록금인상이 좀 되더라도.. 그 얼마 안되는 인상분을 가지고.. 좀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그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소하시는 분들 조금 더 고용해서.. 조금 더 깨끗하게 만들고..
냉난방 기구 추가로 설치해서..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를 할 수 있고..
실기실에 좀 더 쾌적한 환경이 갖춰질 수 있다면..

또.. 좀 더 많은 교수진을 채용해서.. 좀 더 많은 강의를 개설하고..
교수들에게 좀 더 시간을 만들어줘서 학생들이 피드백을 적절히 받을 수 있도록만
해줄 수 있다면..

그까짓 몇만원정도의 인상분 정도는.. 충분히 큰 의미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학생 수가 최소한 몇만명은 될텐데.. 10만원 정도가 오른다면.. 사람 하나하나에게는..
감당 못할 정도의 큰 돈이 아니지만.. 학교차원에서는..

(제대로 쓰이기만 한다면.. ) 정말 의미있는 돈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3=33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간다...

http://mytears.org ~(~_~)~
나 한줄기 바람처럼..

momentum의 이미지

답글들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한겨레 기사를 보니 기사 내용이 상당희 악의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러플린이 세상물정을 모른다는 식의 분위기를 강조하더군요. 게다가 러플린이 했다는 말을 모두 모아보니 "사립화+등록금 인상+마케팅"에 대한 측면만 강조되어 있구요. 물론 저는 러플린이 아니니 그의 본심이 무엇인지 판단할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나라 대학교육이 세계적으로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그리고 그 첫 걸음이 러플린 개혁안이라는 것도 동의합니다. 방식에 있어서 시장경쟁의 논리 말고 어떤 다른게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는거, 이게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문제인듯 싶습니다. 현행 대학교육 시스템 내에서의 자정시도는 거의 불가능하다는게 제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등록금 인상 문제를 러플린 개혁안 반대의 명분으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거론되는 만큼의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한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습니다. 문제는 등록금 인상액의 정도가 아니라 개혁이 필요한가, 개혁의 기본방향에서 러플린의 발상에 동의하는가 여부가 아닐까 합니다. 얼마로 올라야 할지에 대해서는 조정과 타협, 대안확보가 가능한 일이니까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대학교육의 부실, 연구능력의 후진성 그 자체도 중요한 문제지만, 곧이어 닥쳐올 교육시장 개방의 문제가 더 심각하게 고려돼야 합니다. 교육시장이 완전 개방되기도 전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이미 한국내에 부분적으로나마 진출해 있습니다. (예일, 하버드, 스탠포드, 맨체스터 등) 지금 당장이라도 몇몇 학과, 단과대의 경우는 진출모색을 위한 시장평가가 아주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학위장에 적힌 학교 이름만으로도 먹고 들어갈 대학들이 말 입니다. 과연 교육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으로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얼마나 될까요?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러플린 개혁안은 그 첫 걸음에 불과합니다. 교육시장이 전면개방되고 외국의 대학들과 경쟁을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학문, 기술, 사상,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대학들 스스로의 경쟁력 창조가 필수적입니다. 선생들을 수입해다 쓸 수는 있지만 사상과 문화, 우리의 산업에 가장 적합한 내용들을 외국인들이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한국의 대학들이 무너진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학문이 종속된다는 것과 동일한 것이죠.

그런 점에서 본다면 지금 신문지상에서 거론되는 반론이란게 사실은 지극히 지엽말단에 불과한, 그야말로 반대를 위한 꼬투리잡기에 불과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자면 등록금 문제, 사립화 후 시장경쟁의 원리를 얼마나 도입할 것인가의 문제는 협의의 대상입니다. 그것을 이유로 개혁의 큰 방향을 가로막으려는 것은 어리석은 시도일 뿐이거나 혹은 철밥통의 논리에 불과할 뿐입니다.

cdpark의 이미지

momentum wrote:

흔히들 등록금 인상 문제를 러플린 개혁안 반대의 명분으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거론되는 만큼의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한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습니다. 문제는 등록금 인상액의 정도가 아니라 개혁이 필요한가, 개혁의 기본방향에서 러플린의 발상에 동의하는가 여부가 아닐까 합니다. 얼마로 올라야 할지에 대해서는 조정과 타협, 대안확보가 가능한 일이니까요.

러플린 개혁안을 찬성하시는 이유가 그 내용 때문이 아닌, 그 이름이 "개혁"이기 때문인건가요? 개혁의 필요성을 KAIST 구성원들도 동감하고 있고, 그래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러플린 총장의 취임에 KAIST 구성원들 모두가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러플린 구상의 중심에 KAIST를 미국의 스탠포드처럼 큰 학교, 스탠포드처럼 비싼 학교를 만들겠다는 것 말고는 아무 내용이 없습니다. 거기에 드는 비용 마련계획도 "등록금 인상" 뿐이고요. 찬성을 하시려면 내용을 알고 찬성해주셨으면 합니다.

cdpark의 이미지

momentum wrote:
현행 대학교육 시스템 내에서의 자정시도는 거의 불가능하다는게 제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현재의 KAIST는 과기부 소속이라 현행 대학교육 시스템을 상당 부분 벗어나 있습니다. 덕분에 입시 등에서도 수능에 매인 다른 학교와는 다른 정책을 쓸 수 있었습니다. 예전엔 본고사로 뽑기도 했고, 이제는 내신과 면접으로 대부분의 학생을 뽑습니다. 이런 시도를 일반 대학이 참고하며 뒤따르고 있죠.

그런데 러플린 총장의 개혁안은 현행 대학교육 시스템에 KAIST가 뛰어들자는 것입니다.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하면??

warpdory의 이미지

러플린 개혁안이라는 걸 꽤 관심있게 봤는데...

결국은 '돈' 으로 귀결되더군요.

수혜자(학생이죠.)가 '돈'내라 .. 이거죠.
cdpark 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스탠포드나 mit 처럼 비싼 학교 만들겠다는 거죠. 물론, 비싸게 만들어서 연구실적이 아주 좋게 나오면 좋은데... 주변에 널린 사립학교들 보면 그렇지도 않으니 문제입니다.
요새 사립대학교 공대 1년치 등록금이 거의 천만원에 육박하고 있죠. 천만원이면 1만달러입니다. 미국공대가 2만달러쯤 하니깐 거의 반이죠. 엄청나게 비싼 등록금입니다. 거기에다가 미국같은 곳은 장학금이라도 많이 주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도 않으니 ..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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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 엘프의 인사, 드래곤 라자, 이영도

즐겁게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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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건 과연 카이스트가 사립화를 통해서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느냐 입니다.

러플린이 의대, 법대, 경영대등의 인기학과를 통해서 이공계 역시 동반 상승효과를 보겠다는데 우리나라 최고의 의대, 법대, 경영대를 가지고 있는 서울대조차도 이공계의 소외현상을 막고 있지 못합니다.

카이스트의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가 바로 교육부 소관이 아니라는 점이 아닐까요?

그렇기에 신입생 선발에서도 자유로울수 있구요. 학교 운영에서도 다른 대학보다 훨씬더 자유로울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항공대처럼 극소수의 인원만 선발한다면 모를까 정원도 2만명 수준까지 대폭 늘린다고 하는데 과연 얼마만큼 교육개혁을 이루어 낼수 있을런지 궁금합니다.

카이스트가 개혁에 실패를 하면 '우수한 이공계 인력양성'이란 명목으로 제2의 카이스트 설립을 추진하겠죠.

그리고 그 제2의 카이스트가 2~30년 후에는 또다시 사립화를 추진하구요. 또 실패하면 제3의 카이스트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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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e:
카이스트의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가 바로 교육부 소관이 아니라는 점이 아닐까요?

가장 큰 단점이자 온실속의 화초가 되는 지름길이 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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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카이스트 교수들의 개혁플랜은 대략 Caltech 스타일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학부보다 대학원 연구 중심으로 카이스트를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것이지요. 아마도 이 방안에는 학부를 없애든가 최소한도로 유지하는 것도 고려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러플린의 플랜은 목표가 완전히 반대방향을 향하고 있지요. 학부를 키워서 재정 수입을 늘리고 궁극적으로 사립화를 시켜 마치 MIT나 스탠포드 스타일의 대학으로 만들어 나가자는 의견입니다.

어느쪽이든 일단 좋다고 생각해 봅시다. 문제는 결정된 안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인데요. 우선, 러플린의 플랜이 소위 feasible할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러플린의 말대로 카이스트가 사립대로 변화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과연 러플린이 그 과정 하나하나를 챙기면서 카이스트의 살림살이를 담당할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요? 히딩크의 경우는 축구감독이 한국에서 자신의 전공인 축구감독 일을 한 케이스이지만 러플린은 아무리 약력을 뒤져봐도 대학 총장이나 행정쪽의 경력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카이스트가 Caltech과 같이 소수정예 전문대학원을 지향한다고 합시다. MyCluster님 얘기대로 여기에는 카이스트가 교육부도 갈 것인가 아니면 계속 과기부 소속으로 남아있을 것인가의 중요한 문제가 걸리게 됩니다. 제 3의 길로 사립화를 한 뒤 전문대학원쪽으로 갈 수도 있겠지요.

두 경우 모두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습니다. 러플린의 방안은 거의 소설수준이며 카이스트를 계속 과기부에 둘 것인지 교육부로 이관할 것인지도 별다른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국내 대학들간의 경쟁 체제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 하는 데 있습니다. 잠깐 딴 얘기이지만 왜 서울대 정운찬 총장의 대학 자율화 얘기는 여전히 소위 공교육 기조에 밀려서 제대로 된 논의가 안되고 있는지 개인적으로 참 안타깝습니다. 러플린의 구름잡는 소리나 러플린에 반대하는 카이스트 교수들의 뭔가 부족한 방안에 비하면 서울대 정운찬 총장의 대학 자율화는 정확히 대학들간의 경쟁 메커니즘의 촉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말이죠. 대학간의 경쟁을 하는데 대학 자율화는 당연히 가장 기본적인 게임의 룰이 됩니다. 게다가 서울대의 경우 지역 할당제 (Affirmative Action)를 통해서 교육의 다양성과 공공성도 함께 살려 나가고 있구요.

현재 국내의 대학 개혁(?)의 논의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학벌 지상주의 타파라는 명제입니다. 굳이 이공계 기피라는 단어를 빌리지 않아도 최근들어 국내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수는 많이 줄어들어 있습니다. 솔직히, 학점 괜찮고 실력이 어느 정도 된다면 굳이 서울대나 다른 좋은 학교 대학원에 가느니 미국의 좋은 학교로 유학갈 수 있는 마당에 이제 더이상 국내 대학원들은 메리트가 없지요. 게다가 또 하나 우려되는 경향은 소위 "기러기" 부모들이 늘어난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수능 대신에 SAT를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의 숫자가 계속 늘고 있고 이제는 고등학교부터 기러기 부모 소리를 들으면서 아이들 유학을 보내는게 요즘 한국의 현실입니다. 한마디로, 국내 대학들은 서울대부터 하나 빠짐없이 모두 외국 대학과의 경쟁을 이미 직면하고 있는 겁니다.

이 국면을 타파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대학도 경쟁에 뛰어드는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대학 자율화가 필요한 것이고 러플린 식으로 얘기하자면 사립화가 필요한 것이겠지요. 여기에는 학벌 타파의 필요성이나 공교육의 중요성 같은 주제들은 아예 들어가 있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금의 분위기는 여전히 학벌 타파가 중요하며 공교육 기조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고 대학들의 변화를 막고 있지요. 그 와중에 우리네 대학들은 계속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것이구요.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몇 년 뒤 쯤에는 웬만한 입시 학원에는 모두 SAT 강좌가 개설되어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어쨌거나 이번에 러플린 총장의 말을 계기로 소위 학벌 문제에서 서울대에 비해 훨씬 자유로운 카이스트를 대상으로 개혁 논의가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여전히 카이스트의 소속을 어떻게 할 것인지, 사립화를 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플랜이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믿을만한 얘기가 안나오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러플린의 문제제기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만 러플린의 카이스트 개선안은 자칫하면 카이스트를 죽일 수도 있는 위험한 플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의 약력은 아무리 봐도 pure researcher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I conduct to live,
I live to compose."
--- Gustav Mah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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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e:
서울대 정운찬 총장의 대학 자율화는 정확히 대학들간의 경쟁 메커니즘의 촉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말이죠. 대학간의 경쟁을 하는데 대학 자율화는 당연히 가장 기본적인 게임의 룰이 됩니다. 게다가 서울대의 경우 지역 할당제 (Affirmative Action)를 통해서 교육의 다양성과 공공성도 함께 살려 나가고 있구요.

실제로 서울대의 경우 굉장한 위기감을 느끼고 현재의 상황에서 자신들의 이익에 가장 유리하도록 내부를 바꾸고자 하고 있으며(성사될 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자구책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물론, 현재의 기득권을 최대한 유지시키고 이를 이용해서 이러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만, 그나마 공룡이 살아남을려고 발버둥을 몇년째 치고 있다고 보입니다.

예가 맞을른지 모르지만 서울공대의 경우 전공선택과목으로 경영대쪽의 10개과목을 지정해서 전공을 인정해줄려고 하고 있고, 이에 맞춰 경영대에서도 경영학 전공, 비전공, 공대 등에 맞춰서 강좌를 세분해서 개설하고 있더군요.

Quote:
MyCluster님 얘기대로 여기에는 카이스트가 교육부도 갈 것인가 아니면 계속 과기부 소속으로 남아있을 것인가의 중요한 문제가 걸리게 됩니다.

카이스트의 교육부 이관 문제는 3년전인가, 한번 제기되었다가 역시 지금의 반대논리와 거의 유사하게 카이스트에서 주장하여 좌초된 바 있는 것으로 압니다.
http://www.hani.co.kr/han/data/L990317/print/p098e3h97.html

막연히 정부에 '이공계의 안정적 연구환경'을 제공해달라고만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살아갈 수 있는 개혁방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보여야함에도 불구하고, 거의 나오는 이야기는 '현재상황의 유지+더 많은 돈' 이외에는 다른 내용이 별로 보이지 않는 듯 해서 아쉽더군요.

그리고 '우수한 이공계 인력 양성'이라는 모토는 반대하는 것이 아니지만 '우수한'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계속 변해가고 있다고 보입니다. 더구나 최근의 multi-disciplinary한 학문환경에서 30년전의 '우수한 이공계 인력'에 대한 해석은 많이 달라졌다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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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다른 말이 될지도 모르지만...^^;
전 교육개혁은 대학교가 아닌 고등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원래 고등교육 받으면 사회에서 보통사람으로 인정받고 생활하는데 지장없어야 정상아닌가요.
대학은 제발 학문 탐구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자유 게시판 붙박이...
다른 곳은 할 말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