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운로드 논쟁, 다시 수면위로?... 슬래시닷, 공방

inews 기사
http://www.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126071&g_menu=020600&pay_news=0
"South Korean Music Retailers Dying "
http://slashdot.org/article.pl?sid=04/10/11/0424231&tid=187&tid=141&tid=1
한국 음반산업의 95%가 죽었다고?
한국 음반산업이 미국의 정보통신 커뮤니티인 슬래시닷(slashdot.org)에서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슬래시닷 방문자들이 '불법 다운로드로 한국 음반산업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번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다운로드로 위기에 처한 한국 음악산업'(South Korean Downloaders Push Music Stores to Brink)'이란 제목의 기사.
◆ "편향된 기사다" "아니다" 열띤 공방
로이터통신은 이 기사를 통해 소리바다, 프루나 등 무료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가 생긴 이래 한국 음악산업이 고사 위기에 처해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0년 소리바다가 생긴 이래 한국내 CD판매는 거의 50% 수직 하강했다"는 주장도 담고 있다.
또 서울에 있는 한 음반가게 주인의 말을 인용, "5년 전 한국의 음반가게는 8천 군데가 넘었지만 현재 남아있는 것은 400군데뿐이다"고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소매음반산업의 95%가 지난 5년간 실패를 거듭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기사는 무료로 음악 서비스를 하던 벅스뮤직이 음반업계와의 소송에서 패배, 오는 11월부터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것을 언급하며 "이제 음반업계가 조금이나마 힘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음악평론가 박준흠씨가 "음악 파일 공유는 이미 1990년대부터 시작됐는데 음반업계가 그 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와서 불평하고 있다"며 "실천적인 대안이 아쉽다"고 지적한 내용을 싣기도 했다.
이 기사가 나가고 난 뒤 IT 관련 커뮤니티로 유명한 슬래시닷에서 치열한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편향된 기사다"는 주장이 있는가하면, 한국의 현실을 잘 지적했다는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stephanruby란 네티즌은 "기사의 자료가 편향됐다"며 "음반산업의 95%가 위기에 처했다는 통계는 음반점 사장의 인터뷰에만 기반한 것 아니냐"며 이의를 제기했다.
Grimster라는 네티즌은 "한국인은 아니지만 나도 CD가격은 효용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고 생각한다"고 한국의 네티즌들을 두둔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몇 년간 일하면서 한국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는 xylix는 "내가 CD를 샀더니 '멍청하다'고 놀리는 학생들이 많았다"며, "많은 한국인들에게 음악 불법복제는 흔한 일이다"고 말했다.
◆ 전반적인 음반산업 위기 거론많아
이번 토론에 참여한 네티즌들은 한국 사정에 밝지 않은 외국인들이 주류를 이룬 듯 했다. 그러다 보니 한국 음반산업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전반적인 음악산업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이들의 주장 중엔 새겨들을만한 건설적인 대안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A 1Kmm라는 네티즌은 "저작권은 창작자들의 창작의지를 북돋워주기 위해 정부가 만들어놓은 독점상태지만 미국 음반협회같은 탐욕스런 중개업자들 때문에 창작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저작권 독점을 창작자들에게 합리적인 몫의 이윤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rual654도 "음반 소매업자들은 사실상 음반에 어떤 부가가치도 더하지 않으면서 중간 이익을 가져간다"며 "아마존이나 아이튠스 같은 사이트들이 음악을 더 싸게 판매하면 이익 감소로 위축될 수밖에 없지만 산업 구조가 바뀌면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실업현상 아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음악파일을 공유하는 네티즌들은 독점적인 저작권의 횡포에 대항해 의사표현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거창한 이유를 댄 네티즌도 있었다.
이에 대해 Anonymous Coward는 "내 주변의 어떤 사람도 '의사 표현의 자유'를 위해 음악을 다운로드하지는 않는다. 그저 공짜가 좋아서 그런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spectec은 "옛날 베토벤, 바하, 모짜르트, 슈베르트 등 대음악가들은 음반을 내지 않고도 후원자들의 후원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며 "요즘 음악가들에게 대규모 후원가는 없지만 모든 팬들이 십시일반으로 콘서트 티켓이나 기념품을 사주는 것으로 후원금을 내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폈다.
한편 zxflash는 미국 음반업계의 소송을 염두에 둔 듯 "(음반)업계는 새로운 기술혁신에 대항해 소송을 제기했다"며 "이 싸움이 어떻게 끝날지 두고 보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