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내가 본 한국 경제와 대학 - 정운찬

시렌의 이미지

올해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강연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좀 길지만..아니..꽤 길지만..;;
평소에 제가 가졌었던 생각을 이렇게 잘 표현을 하다니..-_-)=b
한번쯤 찬찬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blog.naver.com/seoseo94.do?Redirect=Log&logNo=120002356460

offree의 이미지

읽고 왔습니다. 교육부분이 참 인상깊네요.

교육이 참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구체적인 행동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서울대가 변하길 바랍니다.(물론 다른대학도 마찬가지겠죠.)
빠른변화는 아니지만, 조금씩은 변하고 있는 듯 합니다.
각 대학별로 주된 학과,강좌를 중심으로 재편을 하고 있는 듯 하구요.(대학이 너무 많긴 많지요. 많이 구조조정이 되야 할텐데..)

사용자가 바꾸어 나가자!!

= about me =
http://wiki.kldp.org/wiki.php/offree , DeVlog , google talk : offree at gmail.com

hb_kim의 이미지

좋은 말씀도 많았습니다만, 제 생각과 틀린 부분도 많았습니다. 이것 저것 모두 다 말씀드리기는 힘들겠지만...

Quote:

사실 대학은 전문지식 뿐 아니라 지식, 지혜, 자긍심, 자기통제력, 사명감, 타인에 대한 감수성, 비판정신 등을 교육하는 곳입니다. 창의성의 토양을 개발하고 경륜을 키우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학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완수해야만, 비로소 한국의 미래가 밝을 수 있습니다. 특히 정보화 사회가 가속화 할수록 개별지식에만 능한 것이 아니라 지식과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판별할 수 있는 감식안과 종합적 판단력을 갖춘 인재가 요구됩니다.

또한 대학의 교육은 전문지식의 전수 못지않게 사회적 책임과 연관해서 정의, 고결함, 도덕관념, 책임감, 의무감, 그리고 지도력의 가치를 강조해야 합니다. 그러한 요소들이 한국 사회 안에서 행하는 역할과 중요성을 가르치는 교과과정을 개발하고,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적절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의식을 가진 지도자들을 양성해야 합니다.

"지식, 지혜, 자긍심, 자기통제력, 사명감, 타인에 대한 감수성, 비판정신 등..."
"사회적 책임과 연관해서 정의, 고결함, 도덕관념, 책임감, 의무감, 그리고 지도력의 가치..."

이런것을 대학에 들어온 다음에 가르치려고 아무리 해봤자 안됩니다. 젖먹이 때부터 가르쳐서 유치원, 초등학교 나올때면 벌써 기본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대학에 갈때쯤에는 이런것이 몸에 배어서 저절로 나와야 됩니다. 대학은 이렇게 기본이 된 사람들을 잘 고르고 뽑아서 '전문 지식'을 가르쳐야 하구요. 괜히 쓸데없는 시도를 하느라 전문지식조차도 못가르치면 큰일입니다.

말이 쉽지 이게 실제로는 너무나도 힘든 일이라는것은 알고 있습니다. 뭐 딱히 대책도 생각안나구요.

Quote:

또 하나는 적자생존의 원칙을 지키자는 것입니다. 잘 되는 기업은 시장에서 보상을 받고, 잘 안 되는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합니다. 기업은 문닫고 싶은데 정부가 사회적 충격을 고려해서 못 닫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정부는 문을 닫기 원하지만 기업이 문을 닫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재벌 그룹이 소유한 4-5개 기업 가운데, 한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이 3년 이상 1 미만이라고 합시다. 그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합니다. 그런데, 재벌 그룹의 본부에서 그 기업을 키우고 싶어서, 잘 되는 타기업의 이윤을 그 쪽으로 돌리고, 망하지 않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국가적인 자원배분 측면에서 그런 행위는 옳지 않습니다. 정부는 문 닫으려는 기업이 있으면 그대로 문 닫게 두고, 또 재벌 그룹 내의 망해야 기업들은 문을 닫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투명성과 적자생존의 원칙을 지켜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부작용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가장 큰 부작용은 말할 것도 없이 실업입니다. 정부는 실업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사회 안전망 확충을 비롯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 부분은 철없는 사회 초년생이었을때의 제가 했던 생각과 비슷하군요.

벌써 10년도 넘은 일입니다. 제가 대학원 갓 졸업하고, 한국의 대표적 conglomerate 인 S모 전자에 입사해서 무선사업부에서 생산 실습을 했습니다. 미숙한 제품 설계에 엄청난 불량률로 악명높은 사업부에서 생산 실습 내내 한일이 반품된 불량 무선 전화기 PCB에서 핵심 고가 부품을 재활용할 수 있게 뜯어내는 일이었죠. 그러다 불량품 잔뜩 쌓아놓고 화형식하고. 그런것을 보면서 생각했죠. "왜 이런 사업부를 정리하지 않고 그냥두는가? 재벌이라고 문어발식으로 이것저것 다하지 말고 정말 잘하는 부분만 남겨두고 경쟁력을 강화하면 안되는가?"

그 사업부를 정리하지 않고 계속 투자와 개선을 한 결과, 지금 cell phone 으로 엄청나게 많이 수출도 하고 기술력도 세계에서 우위를 갖고 있죠. 근데 그 사업부만 그런게 아니었죠. 뭐 쌀이나 설탕같은것을 들여와서 포장해서 파는거라면 모를까 모든 첨단기술 사업이 다 그런것 아닌가요?

지금은 미국회사에 다닌지도 꽤 오래되었습니다. 모든게 투명하고 모든게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되는, 투명하지 않으면 즉각 SEC 의 제재를 받는, 매 쿼터마다 평가받고 시장원리에 따라가지 못하면 사업부는 조정/정리되고 직원은 layoff... 저도 한번 사업부가 통째로 날아가서 layoff를 경험했었죠. 미국에는 분명 이게 맞습니다. 넓은 땅덩어리, 풍부한 자원, 많은 인구/인력, 내수 수요... 한 기업이 경쟁력없는 제품을 만들다가 사그러지면, 다른 기업들이 살아남죠.

한국은 분명히 틀립니다. 대기업에서 제품하나 하다가 돈 많이 들고, 기술이 어렵고, 수익이 안좋다고 포기하면 다른 한국기업이 살아남는게 아니라 해외의 경쟁기업들에게만 희소식입니다. 적자생존이 원칙적으론 맞지만, 그 '적자'라는게 전부 외국의 기업이라고 하면 그 원칙도 잘 생각해봐서 적용해야겠죠. 내가 안하면 남이 하면 되는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가적인 큰 손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경우니까요.

결국 누군가가 현재의 상황을 정리하고, 제품의 미래에 대해서 판단하고 전략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이건 대학교수님들이나 대학총장님들이 할일이 아닙니다. 정부가 할일은 더더욱 아닙니다. 대기업내의 비서실등의 brain tank 에서 모든 상황과 권고사항을 총정리해서 보고하면, 최고경영자가 결정을 해야겠죠.

지금까지 한국의 대기업은 엄청 잘해왔다고 봅니다. 최소한 밖에서 보는 시각은 다들 그렇게 동의합니다. 국내에서야 많은 아쉬운 점이 더 가깝게 드러나고 이를 토로하겠지만.

(한편 기술 관련 중소기업은 정말 적자 생존을 해야 하겠더군요. 뚜렷한 기술력이 없이 회사를 유지해가면서 외형적으로만 커지다 결국엔 붕괴되는 몇몇 회사를 보고나니 일하시는 분들에게도 큰 고통일 뿐더러, 이게 무슨 국가적 재원 낭비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Darkcircle의 이미지

미시경제와 교육부문에서
워낙 적나라하게 기술해서인지 할말이 없습니다. :oo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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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인이 되자 (/ㅂ/)

logout의 이미지

학부때 운좋게 정운찬 교수님의 수업을 청강한 경험이 있는데 정운찬 교수님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기자들은 어느 나라나 다 비슷하다지만, 가끔씩 정운찬 교수님의 고견이 신문 기사에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인용되는 일이 있을 때마다 무척 갑갑함을 느끼곤 했는데... 그래도 온라인에서 정교수님 강의 내용을 제대로 요약한 글을 보니 저도 무척 기쁘군요.

경제 구조를 미시적인 관점에서 바꾸어 나가보자는 얘기는 정운찬 교수님이 IMF 직후에도 누누히 얘기하던 주제였습니다. 아직도 교수님이 같은 얘기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 참으로 서글픕니다. 카드 부실 문제도 역시 경제학자라는 직함이 어울리는 분석을 해 주셨네요.

"I conduct to live,
I live to compose."
--- Gustav Mah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