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파랑새 증후군"인가?

권순선의 이미지

한겨레신문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났네요.

Quote:
김아무개씨는 한 중소기업의 자재과에 다니는 사원이다.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지만, 마음은 이미 회사를 떠난 지 오래다. 아니 처음부터 마음을 붙인 적도 없었다.

그는 집안의 기대를 듬뿍 받고 자라난 외동아들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집안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고시를 준비했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결국 고시를 포기하고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때는 IMF로 경기가 나쁠 때라 자신이 원하는 대기업으로 갈 수는 없었다.

원하지 않는 직장에 입사를 한 그에게 가장 힘든 것은, 자신에게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다. 현실은 항상 불만스럽다. 항상 우울하고 때로는 다 때려치우고 죽고 싶은 마음도 든다. 자격증 시험 준비를 멈추지 않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여전히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씨와 같은 사람들은 과거의 기준으로만 현실을 본다. 부모님이 그에게 거는 기대는 컸고, 자신도 뭔가 큰 일을 하게 될 줄 알았다. 같이 공부하던 동기들은 다들 잘 나가는 것 같은데, 자신만 이게 뭔가 싶은 생각이 든다. 더욱 큰 문제는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도 비관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를 일명 ‘파랑새 증후군’이라고 한다. 동화 <파랑새>의 주인공처럼 미래의 행복만을 몽상하면서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정열을 느끼지 못하는 현상이다. 유례없는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취업한 20대 직장인들의 상당수는 취업 후 자신의 주변이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뚜렷한 현실적 대안 없이 직장을 그만두곤 한다. 더 좋은 대안을 위해 그만두는 것이야 문제가 없겠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냥 막연히 꿈만 꾸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의학적 용어는 아니지만, ‘피터팬 신드롬’, ‘모라토리엄 인간’과도 공통된 일면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덩치만 컸지 정신적 성장은 멈춰버린 어린아이와도 같다. 예컨대 어린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면 남의 것부터 먼저 살펴보며 제 것과 비교한다. 남의 떡이 커보이기 때문이다. 파랑새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그들은 현재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좋은 대우를 받는 것에만 관심을 둔다. 어른이 됐는데도 어린아이처럼 참을성이 없기 때문에, 즉각적인 만족이나 보상에만 집착한다.

이런 현상은 왜 생기는가. 우선 부모의 과보호를 받으면서 자라난 사람은 가족의 높은 기대를 한몸에 받은 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과보호로 인해 자율성(autonomy)이 제대로 길러지지 못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낳게 된다. 자신의 판단대로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진 적이 없는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현실이 조금만 힘들어져도 인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는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누군가 도움을 주겠지라는 식의 책임감의 결여로 이어진다.

가정 환경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IMF 외환위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를 만들었다. 고용불안과 취업 기회의 축소, 극소수의 성공 사례는 어쩌면 파랑새 증후군을 더 부추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파랑새 증후군을 치료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물론 적성에도 맞지 않고 능력을 발휘할 수도 없는 직장을 죽자 살자 다닐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에는 분명한 목표와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무조건 직장을 갈아치우기 전에, 자신이 디디고 있는 곳을 발판으로 삼아 미래를 일구어내겠다는 긍정적 사고방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높은 기대는 버리는 게 좋다.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역설적 사실을 가슴에 새겨볼 필요가 있다. 인생의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자신, 그리고 주변의 자연과 타인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눈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 지나버린 과거의 모습에 허우적대다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요즘 원체 머리가 복잡하다 보니...상당히 공감이 가는 얘깁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박영선의 이미지

극소수의 사람들을 빼면 대부분 공감할수있는 내용이 아닌가합니다.

^^;;

brandon의 이미지

딱 제모습이군요.

그런데 생각해 봐야 할것이 대부분의 큰 조직에서는 개개인한테 거는 기대가 별로 크지 않다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다시말해, 개개인에 대해서 하나의 기계 부품 정도의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죠.

이런 조직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미래에 대한 비젼도, 업무에 대한 열정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 같습니다. 어짜피 먹고 사는 일이야 뭘해도 가능한 것이니 만큼 좀더 보람찬 일을 찾으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직원20명 -> 120명 -> 300명 인 회사에 각각 근무해봤는데, 보수는 회사가 클수록 올라간 반면, 일에 보람은 직원이 20명인 회사에 있을때 가장 컷습니다. 제 권한도 컸고, 나만의 영역이 있었기 때문에 임원들도 저의 의견을 굉장히 존중해 주었고....

옛날에는 현대건설에서 중동파견나갈때, 근로자들이 가정과 모든것을 팽개치고 오직 회사와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 땀을 흘린적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개개인의 삶의 질을 더욱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의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Quote:
김씨와 같은 사람들은 과거의 기준으로만 현실을 본다. 부모님이 그에게 거는 기대는 컸고, 자신도 뭔가 큰 일을 하게 될 줄 알았다. 같이 공부하던 동기들은 다들 잘 나가는 것 같은데, 자신만 이게 뭔가 싶은 생각이 든다. 더욱 큰 문제는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도 비관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저역시 현 생활에 만족을 못하고 있는 사람중에 하나 입니다만, 원래 저는 어린시절부터 친구들에 비해서는 풍족한 생활을 했었습니만, 대학 졸업후 친구들과 비교해 보니까, 대학시절 자취하면서 고생 많이 한 친구들이 대체적으로 자기 생활에 만족하면서 잘 생활하더군요.

hi ~

불량청년의 이미지

저도 요즘 이런 생각에 빠져 있습니다.

힘도 하나도 없고, 어깨는 축~ 늘어지고...

일도 하기 싫고... 회사 관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하는지... 큰일이군요.

H/W가 컴퓨터의 심장이라면 S/W는 컴퓨터의 영혼이다!

sjpark의 이미지

brandon wrote:

그런데 생각해 봐야 할것이 대부분의 큰 조직에서는 개개인한테 거는 기대가 별로 크지 않다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다시말해, 개개인에 대해서 하나의 기계 부품 정도의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죠.

이런 조직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미래에 대한 비젼도, 업무에 대한 열정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 같습니다. 어짜피 먹고 사는 일이야 뭘해도 가능한 것이니 만큼 좀더 보람찬 일을 찾으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직원20명 -> 120명 -> 300명 인 회사에 각각 근무해봤는데, 보수는 회사가 클수록 올라간 반면, 일에 보람은 직원이 20명인 회사에 있을때 가장 컷습니다. 제 권한도 컸고, 나만의 영역이 있었기 때문에 임원들도 저의 의견을 굉장히 존중해 주었고....

인턴으로 방학 중 몇 곳에서 일해 보았고, 지금은 휴학을 하고 작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느끼는 것이, 좀더 큰 곳에서 일하고 싶다 였습니다.

윗 분 말씀 중에 큰 기업에서는 사람들은 기계 부품같이 여겨진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면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어떤 점에서는 꼭 그런것만 같지는 않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한 선배 중 하나는 밤늦게 까지 일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기업인 만큼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 만큼 자신의 실력도 쭉쭉 늘어나고 배우는 것도 작은 기업에서 보다 많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ps. 파랑새.... 언젠가 제대로 된 길을 저도 걸을 수 있겠죠. 지금은 워밍업이라고 생각하려고 애쓰는 중.. ;)

elmia의 이미지

brandon wrote:

저는 직원20명 -> 120명 -> 300명 인 회사에 각각 근무해봤는데, 보수는 회사가 클수록 올라간 반면, 일에 보람은 직원이 20명인 회사에 있을때 가장 컷습니다. 제 권한도 컸고, 나만의 영역이 있었기 때문에 임원들도 저의 의견을 굉장히 존중해 주었고....

저는 지금 직원이 5명인 회사에서 (개발자는 2명..) SI 를 하고 있습니다만, 개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임베딩까지 모두 제가 하고 있어서 그런지.. 일의 보람은 커녕 너무 힘들어서 일에 치이기만 하는군요. 회사에서 제 능력을 벗어나는 프로젝트를 준 것이 잘못 되었겠지만요. 저도 사람이 좀 많은 곳에서 일해보고 싶네요. (여럿 같이 개발하면, 더 힘든 면이 있다곤 하지만.. )

이번 프로젝트 끝나면 그만두고 복학할 생각입니다만, 파랑새 증후군.. 이란 말을 들으니 나도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한 번 해보네요. 하지만 아무래도 공부는 할 만큼 하고, 일터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맞는 것 같네요. 제 능력이 너무 부족하여 프로젝트가 계속 지연되고 있어서 원 -.,-;;

제 아는 선배가 한 말이 생각나네요.
일하고 여자는 평생 찾아도 만족하지 못 한다고..

뭐 여튼, 모두들 즐겁게 삽시다~

Music is the greatest communication in the world.

girneter의 이미지

애들한테 잘못된 교육을 해서 더 그렇습니다.

윗분의 서명처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고,
(학벌이 중요하긴 하지만...)
연봉은 실력순이 아닌데도
학교에서건 집에서건 마치 그런것처럼 가르치거든요.

"공부 잘 해서 대학만 가면 이쁜 애들이 줄을 선다"
는 식의 말도 안되는 망상을 지속적으로 심어주니,
그 망상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괴로운거지요.

개념없는 초딩들은 좋은 말로 할때 DC나 웃대가서 놀아라. 응?

coldmind의 이미지

어제 황태자의 어쩌구란... 드라마를 수박먹으면서 잠시
시청하게 되었는데... 보면서 느낌이.. 이거 애들이 보면..참 좋아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디가...

항상 행복하고 빤짝거리는 생활을 동경하게 되지 않을까 싶더군요..

TV라는 바보상자의 말을 어린애들은 쉽게 믿어 버리니까요...

리아의 노랜가요? "세상에도 없는 걸 또 만들어 낸 거네..."

암튼 요즘애들에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디어가 환상만
만들어 주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나름대로 의식있는 프로그램들도 있지만... 채널을 돌려 버리면 그만이니...

안녕하십니까....카르페디엠 Carpe Di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