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야기] 어머니와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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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핸드폰
2004. 1. 4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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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에는 보통 어머니가 이모들이 있는 목포에 친목계를 가신다. 올해도 어김없이 목포에 가시려고 하였다. 그런데 형과 동생이 같이 있는데 가기전에 나한테 핸드폰을 빌려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나는 하는 업무(시스템운영 및 관리 기술 지원)가 언제 연락을 받고 출동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안된다고 하였다. 그러자 하시는 말씀. “작년에는 핸드폰 빌려준다고 하더니...” 다시 형과 동생에게 핸드폰을 빌려달라고 하신다. 동생은 집이 좀 멀어서 힘들고 형이 형수님 핸드폰을 빌려준다고 하였다. 그래도 어머니의 말씀 “작년에는 핸드폰 빌려준다고 하더니...” 그런데 내가 그런 말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 말을 했다면 작년에는 내가 급박하게 연락을 받고 뛰어갈 일이 없어서일 것이다.

형수와 함께 종교생활을 하는 것이 있어서 그곳에 갔다가 오후에 시골로 출발을 하셨다. 형수가 핸드폰을 가지고 왔지만 빌리지 않고 그냥 왔다고 한다. 어머니가 특별히 핸드폰에 욕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 가니 핸드폰이 편리하기는 하였을 것이다.

실은 작년에도 몇 번 핸드폰을 사드릴까 말과 고민만 했다가 말았다. 업으로 하고 있지만 컴퓨터를 비롯하여 디지털기기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핸드폰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씹을 수 있는” 삐삐가 좋았지만 98년도인가 99년도에 회사업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입비만 내고 핸드폰을 처음 쓴 이후에 잃어버려도 임대폰을 계속 써왔고 최근에 잃어버렸을 때도 남의 것을 가져다가 썼다. 이런 상황이 있으니 새 핸드폰을 사는게 그렇게 마음내킬 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빌려준다고 하더니라는 반복되는 말에 마음이 흔들렸고 1월 1일부터 인터넷에서 핸드폰 정보를 찾아보았다. 제일 싼 것 사야지 마음먹고. 인터넷에서 살까 하다가 빨리 사고싶어서 토요일날 잠시 시간을 내어 용산에 갔다. 제일 저렴한 것은 얼마에요 물어보았다. 17만원이었다. 누가 쓸 것이냐고 물어봐서 어머니가 쓸 것이라고 말을 하였더니 그보다는 좀더 비싼 23만원짜리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단추를 누르면 소리가 나오고 글씨가 크게 나와 나이드신 분들이 쓰기에 좋아보였다. 보여준 핸드폰보다 더 저렴한 핸드폰도 그런 기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리저리 돌아다니기가 싫어서 바로 결정을 하였다. 이래서 처음 업무 때문에 회사에서 지원받아 핸드폰을 만든 것 빼고 내 일생일대에 처음으로 20만원이나 넘어가는 핸드폰을 샀다. 전철을 타고 집에 오면서 설명서를 보면서 계속 꼬물락꼬물락거렸다. 새로운 기계를 처음 샀을때의 그 신기함과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2일날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던 어머니는 계속 돌아오지 않았고 3일 밤에 돌아오셨다. 아는 사람과 맥주 한잔 먹고 나는 집에 들어갔다. 어머니도 졸려보이셨는데 그래도 새로운 기계를 보니 흥미가 당기셨을 것이다. 몇십분동안 어머니에게 핸드폰 사용 교육을 하였다. 문자메시지 보내고 받는것까지는 당연히 무리이고 밧데리 끼고 빼기, 전원 켜고 끄기, 전화받기, 전화하기 등의 연습을 하였다. 철저한 교육을 통하여 어느정도 익숙해질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4일날에는 밖에 나가시면서 어머니는 핸드폰을 가지고 나가셨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형에게 전화가 오는 것이다. 어머니한테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고. 핸드폰 사준거 맞냐고. 약속이 있어서 나갔다 들어오면서 다시 어머니한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형이랑 동생, 그리고 이모들이랑 통화를 했다고 한다. 약간의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핸드폰 받기는 성공을 한 것이다.

내가 핸드폰을 싫어한 것은 첫 번째로 업무시간 이후에도 초과노동을 하게 되는 얽매인 삶이 된다는 것, 두 번째는 나름대로 편리함은 있지만 우리네 삶에서 점점 더 빠른 것을 요구하게 되고 잠깐의 기다림과 참음의 아름다움마저도 잃어버린다는 것에 있다. 없었을 때도 잘 살았지만 한번 경험하고나면 다시 거기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정말 힘들다. 그것이 현대물질문명의 엄청난 힘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없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데 자꾸만 욕망을 만들고 내고 우리의 욕구를 자극하여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만드는 자본의 논리가 싫어서이다. 머 그렇다고 어머니한테 “자본의 논리에 빠지면 안됩니다” 이렇게 말하지는 못한다. 이제 나의 가계부에서는 어머니의 핸드폰비 항목이 하나 늘어날 것이다. (집의 돈관리를 내가 직접 하고 있음) 고정비용이 하나 늘어나는 것이 한편으로는 씁쓸하지만 그래도 다음에 어머니가 목포에 갈 때는 이모들이 집에 전화하는 불편은 없을 것이다.

아무튼 엄마, 사랑해요~ 쪽!

jachin의 이미지

헛. 26만원! -_-;

저는 어머니께서 쓰실 핸드폰이 전화만 걸리면 된다고 해서,

흑백 디스플레이로 나오는 텔슨전자 핸드폰을 사다 드렸는데요. (지금은 4만원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T-T)

휴대폰의 사용이 편리를 위한 도구로서 쓰일 때는 좋지만, 원하지 않는 연락에 대해서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안받는다고 해도 그럴듯한 핑계를 대야 하기도 하고...

연락은 자주 하는 사람들과만 되었으면 하는 바램 때문에,

일부러 핸드폰 연락처를 몇몇 사람들에게만 알리지만,

어쩌다 보면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도 번호가 알려지기 마련이죠.

핸드폰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마음의 짐을 더 부여하게 된 도구인것 같아 씁쓸합니다.

(그래도 편리한 게 더 좋으니까 쓰게되죠. T-T)

sDH8988L의 이미지

저는 뭐... 현대문명이니 뭐니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엄마 아빠 목소리 듣고 싶을 때 바로 들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특히, 회사나 이런 곳이서 좀 짜증나는 일이 있을 때, 식구들이랑 통화를 하면 한결 마음이 가라 앉죠...

송지석의 이미지

jachin wrote:
헛. 26만원! -_-;

저는 어머니께서 쓰실 핸드폰이 전화만 걸리면 된다고 해서,

흑백 디스플레이로 나오는 텔슨전자 핸드폰을 사다 드렸는데요. (지금은 4만원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T-T)


엇 그거 어디서 사죠? 저희 어머니도 전화만 걸리면 되는 폰을 원하시는데...
warpdory의 이미지

저희 아버지께는 19만원짜리 폰을 사드렸죠.

구입한 곳은 용산 핸드폰 골목입니다.
한 몇주일 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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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 엘프의 인사, 드래곤 라자, 이영도

즐겁게 놀아보자.

jachin의 이미지

송지석 wrote:
엇 그거 어디서 사죠? 저희 어머니도 전화만 걸리면 되는 폰을 원하시는데...

http://www.telson.co.kr/product_information/pi_in_ps3000.asp

위의 주소의 모델입니다. 텔슨전자에서 판매하고 있고요, 실제론 LG 019 지원 단말기 입니다.

용산에서 재고가 남아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있다면 그냥 3~4만원에 주는 곳도 있고, 요즘에는 그냥

무료로 지원해 주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팔면 이윤이 많이 안남는 전화기였죠.

실제 기기의 소비자가는 10만원 내외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fibonacci의 이미지

여기분들 모두 부모님께 핸드폰을 사드리는군요... -_-;
저도 못버는 돈이지만, 부모님께 뭘 해드릴 생각을 못했던거 같아요.
부끄럽네요.

No Pain, No Gain.

gokucse의 이미지

저도 작년 여름 휴가 보너스로 아버지 휴대폰 사드렸습니다.

애니콜 X4200 이었습니다. 016 기변으로 23만원 주고 구입했드랬지요.

듀얼이라 전화번호를 확인하기 편해서 좋고

삼성거라 튼튼해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LG 보다는 삼성 핸드폰이 조금더 튼튼하게 느껴 지더군요.

brandon의 이미지

제가 문태준씨를 오랜전부터 알고, 님의 글을 많이 읽어 왔습니다만,
(물론, 님은 저를 모르시겠지요... )

남다른 글솜씨에 탄복하곤 합니다.

Quote:

그것이 현대물질문명의 엄청난 힘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없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데 자꾸만 욕망을 만들고 내고 우리의 욕구를 자극하여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만드는 자본의 논리가 싫어서이다.

맞습니다. 컴퓨터가 없었던 시절에도 인간들은 잘 살았습니다.
전산화가 인간에게 엄청난 편리를 가져온거 라고 생각치 않습니다.

hi ~

문태준의 이미지

그렇게 저렴한 핸드폰도 있었군요.
인터넷 사이트 몇개 뒤져보니 좋은게 나오더군요.

http://www.phonesawa.co.kr/
http://www.phonecafe.co.kr/ => 여기 저렴한듯.

그런데 벌써 구입했으니 후회해봐야 소용없겠지요.

brandon 님 남다른 글솜씨라고 이야기를 하니 지나치시네요.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 쓰는걸 좋아하는 것이지요. 기교가 들어간 것보다는 그저 살면서 생각한것을 솔직하게 편하게 쓰는게 좋은글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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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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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on의 이미지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님이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맘에도 없이 그렇다고 해야 합니까? 맘내키는 대로 그렇지 않다고 해야 합니까?

h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