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순이 이야기....

najavaba의 이미지

점순이 이야기......

어릴적 부터 똑똑하고 재능이 많았던 점순이의 꿈은 빠숑뒤쟈이너다.

이쁘기도 하고 입어서 편한 멋진 옷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

그런 점순이도 도시로 취업을 나갈 때가 되어서 모 봉제공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뭐, 자신의 꿈과는 약간 틀리지만, 대충 옷과 관련된 일이고,

마침 정부에서 섬유의류산업을 육성한다고 하니 미래도 밝은 것 같아서 일을 시작했다.

일은 생각했던 것 보다 무척이나 힘들었고,

고생에 비해서 월급은 상당히 짰다.

그러나 우리의 점순이에게는 희망이 있었으니....

미국에서 가져왔다는 최신 미싱을 다루는 법을 익힐 수 있었고

좀 어려운 방직기도 작동시키는 법을 배울 날을 생각하며

야근은 물론 철야작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늬우스에선 늘 섬유의류산업이야 말로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며 떠들어댄다.

때론 반복적인 재봉질 작업에 회의를 느끼기도 했던 점순이지만,

그런 늬우스를 볼때 마다 넘 가슴이 뿌듯하다.

'난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역군이야~ 므훗~~, 열쒸미 해야쥐~

의욕에 불타던 있던 점순이는 다른 작업자들에 비해 미싱질도 능숙했고, 불량도 적었다.

그래서 다른 동료 노동자들은 늘 점순이를 대단하게 생각했고,

작업반장도 점순이의 실력을 인정했다.

근데, 이상하게 그 공장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어서,

늘 철야작업을 하기가 일수였다.

작업반장은 작업자들에게 할당된 양을 줄여주려고

윗놈들에게 알랑거리면서 애쓰는 듯하지만, 결국 밤을 새기는 매 한가지였다.

점순이의 작업반장은 재봉질 작업에 대해 좃도 모른다.

어떻게 작업반장 됬는지 도대체가 이해가 안될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자자, 이번주까지 3000벌 만들어내야되. 우리는 할 수 있어~ 자 열쒸미 해보는거야~!!"

라며 쪼으는게 주업무다.

점순이는 말이면 다 되는줄 아는 작업반장이 조온나 밉지만,

자기도 열쒸미 해서 작업반장이 될 날을 생각하면 또 참는다.

....세월은 지나 우리의 점순이는

이제 재봉질은 눈감고도 하고, 방직기도 제법 만진다.

물론 예전보다 월급도 무려 10만원을 더받는다.

짬밥 먹고도 철야작업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며칠간의 철야작업으로 작업량을 다 맞추고 나면

몸은 씹-창이 났지만, 나름대로의 보람이 있었다.

살아가는 유일한 재미였을지도 모른다.

시골 부모님이 시집 안가냐고 난리칠 때 마다, 늘 시집 갈 생각 없다고 말한다.

사실, 점순인들 얼른 시집가서 남자 품안에 안겨 아양을 떨고 싶지 않겠는가?

근데.... 이런 된장, 조오또 닝기리 썅봉 터미널~!!

남자가 있어야 시집을 갈 것 아닌가?

시간 없는건 둘째 치고, 32살 까지 지난 수년간을 재봉틀 앞에만 앉아있었더니

뽕근했던 가슴은 쪼그라들고,

날씬했던 뱃살은 쳐져서 어디가 가슴이고 뱃살인지 구분조차 안되고,

탐스러웠던 엉덩이는 의자 형태랑 똑같이 맞춰져 버렸으며,

팔다리는 가늘어져서 마치 ET의 형상을 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매일 숨어서 피는 담배 두갑과, 일주일에 주말빼고 다마시는 술 때문에

속은 문드러질 때로 문드러져 피부는 50대 노가다꾼 같이 되었으니...

그 어떤 미친넘이 거들떠나 보겠는가?

우리의 노처녀 점순이가 가진거라곤 남부럽지 않은 적금통장 뿐~

가끔 통장 잔고 액수를 은근히 내밷고 다니지만, 아무 남자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제 미싱질에 비애를 느끼고 좀 편하다는 다른 공장으로 옮기고 싶지만

이런 쓰봉할 할줄 아는게 미싱질 뿐이라 딴건 엄두도 안나고 나이도 많아 받아 주지도 않는다.

그래도....

우리의 봉제공장 노처녀 점순이는 열쒸~~~미 미싱질을 하다보면,

어릴 적 꿈이던 빠쑝뒤쟈이너가 되는걸로 굳게 믿고 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점순이가 되기 싫습니다.

첨엔 SI 가 싫었지만, 그 마음이 점점 번져서

컴터 자체가 싫어졌습니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이길을 접습니다.

전산이여 안녕~~

gsong의 이미지

공감합니다.
SI 는 IT 업의 암적인(?) 존재입니다.
저도 한때 SI 회사에 있었던지라 윗분이 쓰신 글에 참 공감이 가네요.
하지만 컴퓨터가 싫어지셨다니 안타깝습니다.

우겨의 이미지

혹시 떠나서 어떤 쪽으로 가시는지?
32살 형님 같으신데, 저도 다른쪽 할일들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서요.

fairycat의 이미지

감동적인 풍자네요. ㅠ_ㅠr 시대의 아픔을 반영한.. 후세에 국어 시간에는
1998년에는 다음과 같은 풍자가 유행했다.. 라면서 위의 글을 예문으로 첨
부하지 않을까요? IT버블의 붕괴와 함께 밀어닥친 어쩌구.. 극심한 경제 상
황속에서 자조를 나타내는.. 풍자로서 이를 승화시키는.. 어쩌구 주제가 어쩌
구.. 암튼.. 언능 결정해야 되는데.. 휴..................................

가이: 리여.. 확실히 너는 네지와는 다르다
록리: 위로라면 집어치세요..
가이: 위로같은게 아니다 ! 너는 네지와는 다르게 천재도 아니고 재능도 없다 하지만 너는 노력의 천재다..

- 나루토 <키시모토마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