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장애 딛고, 스타크래프트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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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관심 많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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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 딛고, 스타크래프트 즐긴다
시각장애인 이민식 군 등, 프로게이머와 한판

소성렬 기자

지난 23일 서울 신림동에 있는 게임 개발사 한빛소프트 사무실에서는 이색 '스타크래프트' 대회 두 경기가 펼쳐졌다.

프로게이머 박정석 선수와 이민식(16 )군의 경기, 역시 박정석 선수와 박민수(18 )군의 경기가 그 것이었다. 이날 열린 경기에서 박정석 선수의 상대로 나선 이군과 박군의 실력은 얼핏보기에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청소년들임이 분명했다.

이들은 프로게이머 지망생 혹은 한 수 지도를 받기 위해 사무실을 찾은 열혈 '스타크래프트' 팬들일까. 이들이 연신 땀을 훔쳐내며 게임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은 동네 PC방을 찾아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군은 게임이 잘 안 풀리는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박군도 생각만큼 실력을 보여 주지 못한 듯 아쉬움이 남는다. 게임이 끝났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대결 때문이었을까. 박정석 선수가 승리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만큼 결과가 안 나왔는데도 이들은 즐거워하고 있다. 게임이 끝난 뒤 박정석 선수가 상대 선수들에게 악수를 청한다. "예 재미있었습니다" 인사를 마친 상대선수들이 박정석 선수가 내민 손을 잡으려 공중을 휘저으며 그의 손을 찾는다.

이들은 일반인들이 아니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이었다. 앞도 보지 못하는 학생들이 '스타크래프트'를 그것도 프로게이머와 대전을 펼친 것이다. 설마 하는 생각도 잠시 모니터에는 지금까지 이들이 즐긴 게임의 성적이 슬라이드로 펼쳐졌다.

믿기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이들은 지금 게임을 했다. 아무 소용에도 없는 모니터를 앞에 두고 말이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유니트의 소리에만 의존해 게임을 즐긴 것이다. 그것도 꿈에 그리던 프로게이머와 한판 승부를 펼쳤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이 소리로만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고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시각장애인 이민식, 박민수군. 장애인들을 위한 정보통신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모니터를 통해 전달되는 게임에서 앞을 보지 못한 사각 장애인들이 게임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게다가 여러 가지 유닛들을 생산하고 건물을 지어야만 하는 '스타크래프트'를 시각장애인들이 즐긴다는 것은 일반인들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인간승리와도 가까운 기적을 만들어낸 이군과 박군은 지난 5월 23일 한빛소프트를 찾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이나 유도블록이 없어 사무실까지 혼자 오기에도 벅찬 이들이 프로게이머 박정석과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소식에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온 것. 한빛소프트에 도착한 이들이 바로 안내된 곳은 직원들이 게임 대회를 하는 공간이었다.

특별한 장비도 없이 오로지 소리에만 의존해 '스타크래프트'를 대회를 하는 이들을 보고 이 회사 직원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 시간 정도 이들과 게임을 즐긴 프로게이머 박정석 선수도 이들의 신기에 가까운 솜씨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게임이 끝나자 박정석 선수는 이들에 대해 "앞을 못 보는 사람이 '스타크래프트'를 한다길래 무슨 초능력자들인 줄로만 알았다"면서 "게임을 하는데 있어 앞을 못 본다는 건 정말 치명적인 일이지만 순수하게 감각에 의해서만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통사람이 따라갈 수 없는 경지에 이른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박 선수는 "비록 이들과의 게임에서 이기긴 했지만 순전히 정상인의 조건하에서만 가능했었던 일이며, 만약 모니터를 꺼놓은 상태에서 경기를 했다면 100퍼센트 질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며 "이들과의 대전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군과 박군이 게임을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은 3년전. 함께 교회를 다니는 김국환(20)씨의 권유에 의해서다. 김씨 또한 이들과 마찬가지로 시각장애를 겪고 있다. 김씨는 앞을 약간 볼 수 있기는 하나 약시인 관계로 돋보기를 쓰고 봐야 겨우 사물을 볼 수 있는 수준의 시력을 갖고 있다.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접한 김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이민식군에게 게임을 해볼 것을 제안했다. 평소 지는 것을 싫어하고 정상인과 똑같이 보여지길 원해온 이군은 이같은 권유를 계기로 '스타크래프트'를 배우게 됐다.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던 박군도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주종족은 '테란'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은 '과연 시각장애인이 게임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우려를 했다. 이들은 주변의 우려와 아랑곳없이 건물과 유니트에서 나오는 고유의 소리를 듣고 게임을 배워 나갔다.

그러기를 3년, 이들은 철저히 귀의 감각에 의해서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물론 정상인과 같은 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주로 이군과 박군이 서로 연습 상대가 돼야만 했다. 일반인과 게임을 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장애인이라고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아요. 단지 장애를 겪고 있다는 것뿐이죠. 정상인들처럼 '스타크래프트'를 똑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라고 박군의 말이다.

박군은 '스타크래프트'뿐만 아니라 피아노, 바이올린, 색소폰 등을 자유롭게 다루는 만능 연주자다. 그는 또 '좋은 이웃'이란 이름으로 1집 앨범 '이 길을 함께'를 내놓기도 한 만능 재주꾼이다.

이민식군도 앨범작업에 함께 참여했다. 이민식군은 성격이 활발해 학교에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1992년 장애인 캠프에서다. 그 뒤로 이들은 단짝이 됐다. 이들은 노래도 부르고 함께 게임도 즐겼다.

"프로게이머 박정석 선수와 게임을 함께 즐겼다는 것 자체로 만족합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재미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장애우들도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고 있습니다."

이 자리는 이들의 실력이 과연 어느 정도이고 정상인과 같은 수준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특별히 프로게이머 박정석 선수가 자리를 했고 실제로 함께 게임을 펼쳐본 것. 물론 서로 질문을 던지며 궁금한 것을 알아보는 토론의 시간도 있었다.

"아직까지 저희들처럼 게임을 즐기는 시작장애인들이 많지 않아요. 최근엔 기술이 좋아져 음성인식 컴퓨터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게임은 아직 장애인들에게 그림 속의 떡입니다. 청소년 장애우들을 위해 업계에서 많이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군과 박군의 바람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곧 '스타크래프트'의 개발사인 블리자드에 전달될 예정이다. 한빛소프트는 이외에도 프로게이머들과의 팀플경기도 주선한다는 방침이다. "시각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스타크래프트' 팀플을 즐기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이들의 소망은 소박했다.

keizie의 이미지

그래, 이번엔 보조 기술이 전혀 개입되지 않고 진행된 거죠?
맵에서 일어나는 일을 스피커로 다 알려준다 하더라도, 입력 장치인 마우스 자체가 시각적인 도구니..

신기해하고 지나칠 게 아니라,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겨의 이미지

"마우스보다 커서키를 많이 쓴다"는 내용이 위 기사에는 빠져있네요.

http://sports.chosun.com/news/news.htm?name=/news/entertainment/200305/20030527/35729004.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