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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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임

1.

그렇다.
섹스는 극복될 수도 없는 것이며,
극복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섹스야말로 생명이 생명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유일한 증거이며,
섹스야말로 생명이 가질 수 있는 행운이다.

섹스를 극복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문제는 그들의 문제니
아예 무관심하기로 하자.
쓸데없는 문제에 개입하여 일부러
소란피울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그대는 그대의 길을 가면 된다.
육체가 섹스를 요구하면,
그래 섹스를 하면 된다.
그대의 육체가 섹스를 요구함에도
그들로 인하여 방해받는다 싶으면,
그때에 가서 그만큼 반발하면 되는 거다.

그렇다. 섹스를 하자.
그렇다, 여자여.
섹스를 하면 되는 거다.

여자여,
사랑하고 싶던가.
그렇다면 이제부터 섹스를 하자.
섹스는 그대에게 젊음을 지속시켜 주며,
수명을 연장시켜 주는 것 아니더냐.
그래, 섹스는 말할 수 없는 환희가 아니더냐.
그러니, 주저할 무엇이 있겠느냐.

불가에는 이러한 말이 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여자여,
그대 앞에 남자가 나타났는가.
그렇다면 그 남자를 죽여라.'

곱게 화장을 하고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로 나서자.
그리고 누군가에 사랑하고 싶다는 메세지를 보내자.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이고,
그래 그대는 소망을 이루게 될 것이다.

그래, 그대는 그만큼 젊음을 지속시킬 수 있을 것이며,
그래, 그만큼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래, 그만큼 환희로울 것이다.

2.

하지만,

내 남자친구와 자주 만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여름방학 때는 호젓한 공원에서
산책을 하기도 했고 가끔 등산을 가기도 했지요.
처음에는 손목만 잡는 것에도 기쁨을 느끼던 우리는
지난번 남자친구의 방에 가서 난생 처음 키스라는 것을 한 후,
그가 가끔 입맞춤을 요구해 올 때
어떻게 피할 도리가 없었어요.
그러더니 나중에는 페팅까지 요구해 오지 않겠어요.
키스만 해도 처음에는 눈 깜짝할 짧은 순간이었는데
점차 그 시간이 길어졌고,
키스 도중에 가슴이나 엉덩이께를 더듬기 시작했어요.
일전에도 저는 키스를 하는 순간에 머리가 아찔해 있을 때
어느 틈엔가 남자친구의 손이 저의 스커트 아래로 들어와
저는 무의식 중에 "아이 싫어, 그러면 안돼!" 하고
몸을 떨쳐 버렸어요.
그러자 남자친구는 "날 사랑하는 게 아니군" 하면서
화를 내는 게 아니겠어요.
그의 주장은 사랑하는 사이라면
육체도 허락해야 된다는 거예요.
저도 이전에 읽은 어느 작가의 소설에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육체교섭도 허락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남자친구의 손이 뻗어 오는 것은
아무래도 싫어서 그의 몸을 밀쳐 버렸던 거예요.
하지만 전 제 남자친구를 그 누구보다도 좋아하고 있어요.
확실히 그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여고 3년생이라면 아직 어른은 아니지만
숙녀 티가 물씬 풍기는 때가 아닙니까?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와의 만남에서
키스보다 더 깊은 단계로
육체적 허락을 진행시키고 싶지는 않아요.
키스만으로도 기분이 좋고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실감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그런데도 남자친구는 만날 때마다
키스 이외의 것을 요구해 옵니다.
그러고는 제가 끝까지 자기 뜻대로 허락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저하고 사귀는 것조차 그만두겠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하지만 제 지금 심정으로는
그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지는 않아요.
어떻게 해야 지금 상태로 그와의 교제를 계속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제 남자친구에게 제가 누구보다도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전할 방법은 없을까요?
최근 그는 저를 잘 만나 주지 않아요.
여러 차례 전화해서 어쩌다 가끔 데이트를 하게 되어도
전처럼 손을 꼬옥 잡아 주지도 않고
서먹서먹하게 따로따로 걷다가 그냥 헤어지고 맙니다.
저는 입맞춤이라도 예전처럼 변함없이 해준다면 좋겠어요.
우리들이 진정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지내기 위해서는
제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려주세요.

3.

소녀가 섹스를 주저하고 있다.
아니, 거부하고 있다.

소녀야, 이미 입맞춤을 허락하질 않았더냐.
그래 머리 아찔해지는 쾌감마저 맛보질 않았더냐.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질 않았느냐.
예전 같은 입맞춤이라도 애타게 기다리고 있질 않았더냐.
그 머리 아득해지는 거 말이다.

그건 애무마져 기다리는 거 아니었던가.
애타게 섹스하고 싶은 게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지금 그대는 주저하고 있다.
아니, 거부하고 있다.

소녀야, 주저할 무엇이라도 있더란 말이냐.
도대체 무엇이 그토록 망설이게 하더란 말이냐.
생명처럼 간직하고픈 '그대들 나름'의 사랑마져
영원히 잃게 될지도 모르는 긴박한 순간임에도 말이다.

그렇다. 여자여.
이것이 우리의 시작이다.
소녀가,
아니 그대가 무엇 때문에
대부분의 섹스를 주저해야 했던가.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