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널개발을 꿈꾸는 고등학생...고민이 큽니다.

김과자의 이미지

안녕하십니까. 고3을 앞두고 있는 고2입니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해서 프로그래밍 쪽으로 진로를 잡은지 한참되었습니다. 초중 때까지는 파이썬 정도만 공부하였고, 고2때 들어 프로그래밍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챗GPT에게 프로그래밍이나 컴퓨터 OS 관련 질문을 하면서 답변으로 주는 코드를 분석하고 설명을 읽으며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C언어,C++,파이썬을 쓸 수 있는 상태입니다. C++은 객체지향이 추가된 C언어 정도로 사용하고 있고(클래스 생성, 상속, private/public), 파이썬은 그래프 그리기, 데이터 처리, 프로그램 구현에 쓰고, 코틀린도 조금 공부해서 안드로이드 앱도 하나 만들어보긴 했습니다. 백엔드 서버와 소통해 정보를 가져오는 앱인데, 백엔드 서버 설계는 단순하게 해서 한명만 사용할 수 있고, 앱은 사용자 입력을 받을 수 없는 아주 불안정하고 간단한 앱이어서, 안드로이드 앱 개발을 했다고 말을 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OS 공부도 올해 시작하였는데, 영어는 통달해서(영어 모의고사는 웬만해선 100점이, 수능은 풀어보면 90점대가 나오는 편입니다. 토익도 초등학생 때 870점 받기도 했고요.) 해외자료를 읽어가며 어느 정도 이해해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OS 공부를 하며 리눅스 커널 모듈도 조금씩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커널로 거창한 것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간단히 프로세스 정보를 가져오거나 정도만 할 수 있습니다.

올 초부터 파일시스템 개발도 해보고 있는데(리눅스 커널 코드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만들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리눅스 vfs(가상 파일 시스템)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지 오류만 나서 의욕이 떨어지기도 했고, 올해 커널 개발자 회의에도 가봤는데, 뭔가 다 대기업 직원이고, 명문대 학생들이어서 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져 프로그래밍을 하는데 의욕이 심각하게 저하되고 내가 프로그래밍을 잘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프로그래밍을 2달 정도 멀리하고 공부에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며 거부감이 들기도 해서 시험도 그냥저냥 봤습니다.

저는 프로그래밍을 바탕으로 보고서 같은 걸 작성해서 학교에 제출해 수시로 가면 될 거 같다고 1학년 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내신이 생각보다 나오지 않고, 3등급 초중반에 계속 머물러 제가 원하는 컴공과에 갈 수 있을까 싶어졌습니다. 친구들은 정시(수능)으로 좋은 대학에 가라며, 과학탐구 과목 말고 사회탐구과목으로 전환하라며 하는 모습을 보고 명문대라는 이름에 목매다는 친구들을 보면서 대학을 안 가면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게 아닐까하는 공포감이 생겼습니다. 모의고사 성적은 국어, 수학은 3등급은 어떻게 유지가 되고, 영어는 1등급 정도가 나오지만, 모의고사는 솔직히 제대로 안 보는 학생들이 더 많아서 성적이 괜찮게 나온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공포감에 계속 억지로 제 몸을 이끌고 공부를 해봤지만, 공부에 집중이 안되고 문제가 잘 안풀리자 공포감과 불안감이 더 커져 최근엔 공부하면서 울기까지 했습니다. 아직 병원은 안가봐서 모르겠지만, 우울증인거 같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글을 작성하면서까지도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며 불안해하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 대학교를 좋은 데를 가지 못해 제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을 프로그래밍 능력을 발하지 못할까봐 고민이 크고, 공부를 하면서 거부감이 느껴지는 상태라 대입 문제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고3때는 프로그래밍을 하지 말고, 공부에 집중을 해야하는데, 불안감이 더 커져 수능 성적이 처참하게 나와 대학교를 가지 못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대학에 목매달고 있는 태도 때문에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걸까요? 좋은 대학을 안 가도 된다는 마인드로 임해야 하는 걸까요? 대학교가 IT 쪽에서 많이 중요한 편인가요?

지금 읽어보니까 맥락없이 제 감정을 토해낸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기까지 읽어주신 거에 매우 감사드리고, 조언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상 한 고등학생이 우울해하며 작성한 고민글입니다.

https://github.com/EricKim27

김정균의 이미지

참 할말은 많은데, 주관적인 견해이다 보니 조언을 하기가 참 애매합니다.

다만, 학벌이 중요하지는 않지만 여러가지 의미로 필요는 합니다.

1. 공부하는 커리컬륨의 질이 좋습니다. 강의도 학생의 능력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니까요.
2. 대기업이나 준 대기업의 공채 시에는 확실히 어드밴티지가 있다고 봅니다. (벤처나 중소기업은 별 차이가 없어요). 단, 경력직의 경우에는 학벌이 크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경력직은 대부분 당장 일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한건데, 학벌이 좋다고 다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서, 경력직 구인의 경우에는 능력에 대한 검증을 많이 하는게 요즘 추세 입니다.

학벌이 아니더라도, 개발자를 지향 한다면 수학 공부를 많이 해 놓으세요. 알고리즘이 곧 수학 입니다. 알고리즘을 잘 만들 수 있는 개발자가 아니라면 요즘은 코더라고 부르지요. 즉 수학을 잘하냐 못하냐에 따라 나아가는 길이 달라집니다. 이렇게 따로 공부할 수 있는 시절이 학생 때나 군복무시 밖에 없거든요.

gurugio의 이미지

길게 썼다가 제가 학생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조심스러워서 짧게만 남깁니다.
정균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어느정도 좋은 대학을 가는건 본인한테 좋을거에요.
그렇다고 설연고에 목메달고 입시에 과몰입하는 것도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지금 해야될거니까 어쨌든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보자는 마음으로
어느정도 중상위권 대학은 가자. 거기서 좋은 교수님 만나서
똑똑한 친구들하고 같이 공부하고 더 재밌는걸 해보자 하고 생각하면서 좋은 생각으로 공부해보세요.

지금 프로그래밍하신다고 말씀하셨던 것들은 사실 나중에 대학다니면서도 충분히할 수 있는 것들이고요
대학다니면서 더 시야도 넓어지고 좀더 트렌드에 맞는 것들을 할 기회도 생길거에요.
커널 드라이버나 OS이론은 요즘 별로 쓸데도 없어요... 십년넘게 커널이나 커널 드라이버 개발했던 저는
요즘 백엔드 개발합니다.
지금 프로그래밍을 안하면 너무 재미가 없다 싶으면 조금씩은 재미로 하시되 학교 공부에 더 중점을 둬서
대학가서 더 트렌드에 맞고 본인한테도 재밌고 더 길게 써먹을 수 있는 분야를 찾아서 제대로 깊게 공부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이럴까 저럴까 마음이 복잡해서 우울해질 수 있는데요 그럴때는 지금 내가 해야될 것만 집중하고
생각을 단순하게 만들면 좋아요. 고등학생이니까 고등학생이 해야될 공부에 먼저 집중하시고
프로그래밍은 대학가서 더 제대로 더 빡세개하자 지금은 조금만 참자 생각해보세요.

저는 설연고카에서 공부하신 분들이 참 부러운게 수업 질이 참 좋더라고요.
교수님들도 그렇고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이 뛰어나면 그속에서 내가 하고싶은 공부를 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생각하면
고등학교때 공부안한게 후회됩니다.
제 아이들한테도 나중에 후회하지말고 재미없고 왜하는지 이해가 안되도 조금 참고 학교 공부에 충실하라고 자주 말해줘요.

Zagoshipda의 이미지

안녕하세요

우선 우울한 수험 생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질문하신 내용에 짧게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립니다

- 좋은 대학을 안 가도 된다는 마인드로 임해야 하는 걸까요?

무엇이든지 안 해도 좋다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안 해도 좋다는 것은 해도 좋다는 말과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회피를 정당화하기보다는 포기의 이유를 명확하게 설정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커널 개발이 꿈이라고 하셨으니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앞으로 무엇이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인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선순위를 따져본 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고등학교 생활에서는 어떠한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혼자서 어렵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보세요. 우선 순위에서 좋은 대학보다 앞서는 것이 있다면 좋은 대학을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좋은 대학이 높은 우선 순위에 있다면 최대한으로 집중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과거 좋은 대학을 우선 순위로 두었고 이는 그 당시로서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대학교가 IT 쪽에서 많이 중요한 편인가요?

IT 분야에서 실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있고 실제로도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학교 역시나 실력의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은 반드시 명심하셔야 합니다.

그럼 앞으로 남은 고등학교 생활 행복하게 잘 보내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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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빌레라의 이미지

대학교가 IT 쪽에서 많이 중요한 편인가요?

우선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겠습니다. "네 중요합니다"

물론 실력이 아주 뛰어나고 그 실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업적이 있다면 대학교 간판이나 학위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하지만 신입 엔지니어는 그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려고 대학교 간판과 학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경력직 엔지니어라면 이전 회사에서 무엇을 했고 어떤 성과를 이루었느냐가 실력을 증명하는 정보이지요.

어떤 목표를 달성하려 할 때, 보통 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 있습니다.
쉬운길로 가는 것이 현명하죠.
이 바닥 진로를 정했을 때 쉬운길은 대학교에 가서 관련 학과를 전공해서 학위를 받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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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세벌의 이미지

영어 잘 하신다니 부럽군요.
저는 영어 못 해서 수학과 갔더니만... 영어로 된 수학책 읽느라 고생 좀 했네요.
하다 보니 되긴 되더군요.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라는 말이 있지요.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보셔요.

gurugio의 이미지

영어 잘하시면 영미권이나, 경제적으로 여력이 안되시면 유럽에서 영어 쓰는 학교도 알아보시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비테크 유럽 사무실에도 기회가 열릴거에요.
너무 한국에서만 끝장봐야된다는 생각하실 필요없어요.
고등학교 성적이 너무 나쁘지만않으면 유럽 대학들은 더 쉽게 가능해요. 영어가 된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