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옴][단편소설] 2010년. 특허와 저작권 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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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2010년. 특허와 저작권 피하기

0600 무지한 액수의 저작권이 걸린 "새벽종이 울렸네~" 노래가 나오는 알람시계 소리를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0620 창밖을 보니 마치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같은 광경이 펼쳐져 있다. 나는 산수화 중에서도 특히"몽유도원도"를 좋아하는데, 안견의 후손이라는 작자가 이번에 그 그림에 대한 저작권을 얻고 모든 달력에서 그 그램을 삭제 하도록 했단다. 제기랄, 덕분에 반이 찢겨져간 내방의 달력...
0700 TV를 켰다. 엇, 재미있는 삼행시가 있었네. 친구에게 메일로 보내줘야지.... 그런데, 아니 이게 뭐야 "본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모든 권리는 KBC가 소유합니다.". 읔 이걸 보냈다가는 저작권상의 "공중전달권 침해"사항 때문에 고소 당하겠구나. 외워서 얘기 해주는 수밖엔 없구나...쩝.
0800 지하철을 탔다. 세월이 가니 좋긴 좋구나 청주에도 지하철이 개통되고... 옆사람이 신문을 본다. 아니 그 비싼 신문을... 요즘 유명 칼러미스트들이 저작원 행사를 시작하여 신문사가 신문 한면을 찍는데만도 수백만원의 저작권을 지불한다고들 한다. 그래서 요즘신문은 한부에 3만원이나 한다...
0900 회사도착. 우리회사는 22세기 유망산업으로 주목받는 "인터넷 저작권 취득 대행"을 해주는 회사이다. 80년대 땅투기 90년대 증권투기, 2000년대 도메인 투기에 이어, "인터넷 저작권 취득"은 한번 잔대가리만 잘 굴리면 앉아서 수억원을 벌수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1100 단골고객이 찾아왔다. 그는 유명한 "전문 저작권자"로 대학때 자신의 홈페이지에 실은 어린시절 일기장과 크레파스그림을 가지고 수십억을 벌어들인 전대미문의 실력자다. 어떤 어린이홈페이지를 만드는 회사가 "무모하게" 그의 홈페이지에 있는 글과 그림을 가져다 썼다가, 어릴때 만든 글과 그림은 그사람 인격형성과정에서 나타난 유일무이한 결과물이며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유아기의 유산이니 어쩌니 하는 고소로 무려 50억의 보상금을 받아냈던 것이다.
1300 점심시간이다. 회사앞 한식식당으로 갔다. 오늘도 역시 밥한공기에 물한그릇 떠다가 밥말아 먹었다. 주문식단제가 정착된 지금, 수십가지 반찬은 있지만 저마다 "하순정 멸치 볶음", "순칭 고추장", "달찬들 깍두기"니 하여 만든사람의 특허료및 저작권료가 포함되 있는 반찬 뿐이기 대문이다. 다행이도 "100%쌀밥"은 정부가 특허및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지정하여 값이 무지하게 싸다. 그러나 같은 밥이라도 "11%흑미+89%백미", "콩6알+백미235g" 등등의 밥은 전부 특허가 설정되어 있다.
1500 아들놈이 학교 일찍 끝났다고 회사로 놀러왔다. 직원들 눈치보여 밖에 데리고 나가서 아이스크림을 사줬다. "왜 오늘 일찍 끝났니?" 아들놈의 말이 학교에서 칠판 바꾸는 공사를 해서 일찍 끝났단다. 좀더 얘기를 들어봤더니 어이가 없었다. 지금까지 교실에 "화이트보드"에 글씨를 쓰고 "벽걸이 TV"에 사진을 비추어가며 공부를 했는데, 어떤 대기업에서 "화이트 보드와 보드마카를 이용한 교육"이란 특허를 취득하고 다른 기업에서 "벽에 걸린 것을 이용한 교육법" 이란 특허를 취득해서 학교가 특허법 위반 혐의로 고소되어 학교 칠판 전부를 새카만 "흑칠판"과 분필로 바꾼다는 것이다. 쩝...
1600 아들놈이 집에 안가고 있다.. 다행히 사무실 한구석에서 뭔가를 열심히 읽고 있다. 그럴만도하지... 우리 아들놈은 올해 고3이라 연말에 논술고사를 치뤄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글이란 글에는 저작권이 걸려 있어 교과서및 참고서에는 오로지 조선시대 시조나 저작권 유효기간이 지난 20년전 즉 1990년쯤의 글이 최신의 글이라고 한다. 그래, 회사에 있는 비싼잡지나 책이라도 봐야지.. 기특한 넘...
1800 집에 돌아왔다... 후우~ 오늘도 특허권이나 저작권에 걸린 일은 없었다... 오는 길에 바로 집앞에서 어떤사람이 교통순경에게 딱지 끊기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유인즉슨 자신의 차에 "대한민국인"이란 글씨와 마디하나가 없는 약지의 손도장이 새겨진 스티커를 차 꽁무니에 붙이고 다녔기 때문이다. 멍청한 자슥... 독립유공자협회 재원마련을 위해 얼마전 정부에서 그 문양에 대한 저작권료 징수를 시작했는데... 그걸 모르다니...
2100 9시 뉴스가 나왔다.. "저작권및 특허권 철폐를 위한 범국민 연대"에서 특허청 항의집회를 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어떤 사람이 "저작권및 특허권 철폐를 위한 범국민 연대"란 이름의 상표권 등록을 했다는 것이다. 참 황당한 일이자 번득이는 아이디어다.
2300 잠자리에 들었다... 뭔가 허전하다.... 퇴근길에 받았던 "우리는 모두 조상에게 물려 받은 지식과 몸과 유산을 가지고 살아가니까, 현존하는 모든 것은 조상들이 그 저작권을 가지고 있지 않는가, 따라서 특허/저작권은 인류 모두의 공유 재산으로 환원되어야 한다"란 내용의 유인물이 머리에 떠오른다... 그래, 10년전보다 나아진게 하나도 없어. 오히려 퇴보했지. 글과 지식을 얻어야 할 모든 곳에 "CopyRight"가 새겨져서 사람들이 무식해져 가고 있어....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고는 하는데 누구나 사용하게끔 공개된 기술과 제품이 하나도 없는 현실... 주위를 둘러봐도 10년전 그대로의 모습.....모습... zZZ~~~

끝,

점심먹고 심심해서 써봤습니다. 과장된면이 많이 있습니다만 알아서 걸러서 드세요...
역시 끝으로 CopyLeft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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