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에 sex dolls 배치한 K 리그

Stephen Kyoungwon Kim@Google의 이미지

한국은 대형 스포츠가 무관중이나마 열리는 몇 안 되는 나라입니다. BBC를 포함, 상당히 많은 나라의 방송국에 중계권을 판매했다 하는군요. 중앙일보 보도입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772209

FC 서울이 관중석을 채워 보려고 마네킹을 구해왔는데, 소위 "리얼돌"이었습니다. RealDolls는 브랜드인 것 같고 일반 명칭은 sex dolls로 보입니다.

뉴욕 타임즈입니다:
https://www.nytimes.com/2020/05/18/world/asia/south-korea-sex-dolls-soccer.html

워싱튼 포스트고요:
https://www.washingtonpost.com/sports/2020/05/18/korean-soccer-club-apologizes-using-sex-dolls-fill-empty-stands/

로이터스입니다:
https://www.reuters.com/article/health-coronavirus-southkorea-soccer/soccer-k-league-imposes-100-mln-won-fine-on-fc-seoul-for-sex-doll-spectators-idUSL4N2D230E

BBC 보도입니다:
https://www.bbc.com/news/world-asia-52702075

기사당 검색 소요 시간은 1분 미만입니다. 그냥 K league sex dolls 언론 이름, 하니까 줄줄이 나오더군요. 시애틀 타임즈도 보이고 ESPN도 보이고..

이게 그냥 이례적인 해프닝이었으면 좋겠습니다만, 남성이고 체육계에 의사결정을 할 자리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관중석에 sex dolls을 갖다 놓는 게 최소한 얼마나 어이없고 심각한 일인지 모르는 게 그렇게까지 드물지 회의적입니다. 불과 얼마 전에 여성 선수들 대상으로 어린 나이부터 저질러져 왔던 성폭력이 고발되었는데 그 피해자 중에는 심석희 선수 같은 엘리트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BBC는 의도치 않게 빚어진 일일 거라고 썼던데, 글쎄요, 저는 의사결정권자/추진자가 알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OK 사인을 냈을 것 같은 의심이 드네요.

대구 지역 모 의대는 뭔가 레지던트 N년차인지 전문의가 아니면 구내 버거킹을 못 쓰는 룰이 최근까지 있었다 합니다. 내부에서 보면 너무나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죠. 그런데 한발 벗어나면 얘기는 전혀 다릅니다. 남들도 괜찮다 여기고 우리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보편적으로 타당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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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봤을 때는 스팸 광고인 줄 알았는데,
글 쓰신 분이 이상한 광고 올릴 분이 아니군요.
내용은 스팸 광고 아니고 심각한 지적이었네요...

Stephen Kyoungwon Kim@Google의 이미지

리얼돌은 섹스 돌의 의미를 희석하고 싶은 분들이 그런 맥락에서 쓰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리얼돌에 대한 영어의 일반적 표현은 sex dolls라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인용한 뉴욕 타임즈 기사와 그 후속 기사에서도 그렇게 쓰고 있고 저도 의도적으로 섹스 돌이라고 번역하거나 원어를 그대로 씁니다.

제가 인용한 뉴욕 타임즈 기사 클릭하셔서 제목 읽어보세요.

IT 내의 여성의 지위를 신장시키기 위한 운동을 다루는 글에서 "Women"을 "여인"으로 번역한 건 오역 맞습니다.

"She is a fine woman now." 같은 대사를 무슨 텍사스 카우보이가 했다면 그때는 "여인"으로 번역하는 게 온당하겠죠.

그리고 번역은 단순히 구글/사전 검색해서 표현만 기계적으로 바꾸는 작업으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한국어와 원어 모두 잘 하셔야 하는 건 물론이고, 번역되는 글/말의 주제를 양쪽 문화적 맥락에서 동시에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둘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걸 충분히 고려해서 옮겨야 하고요. 그래서 번역이 어렵다고들 말하는 것 같습니다.

세벌의 이미지

"관계를 맺는다" 고 번역할 때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뜻으로 한 건데 다른 뜻으로 해석하시는 분도 많고...
번역 뿐 아니라 우리말도 어렵네요.
Stephen 님 덕분에 많이 배워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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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은 좀 다른데요, 성평등에 대한 문제와 섹스돌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섹스를 죄악시"하는 측면에서 보면 비슷한 경제 수준의 국가들 중 우리나라만큼 발전된(?) 국가가 없습니다. 몇 년 전까지는 자위기구도 수입금지였죠.

그런데 사실 여성인권이 발전한 서구권 국가들을 자세히 뜯어보면 이런 짐승의 나라가 없습니다. 포르노는 당연히 합법이고 상당수 국가에서는 매춘도 합법입니다. 프랑스 같은 곳에서는 대통령이 마누라 두고 바람을 피워도 "그건 대통령 개인 문제지 우리랑 뭔 상관이냐" 한다더군요. 뭐 덴마크인가 어딘가는 삼촌과 결혼도 합법이라던데..

반면 이런 종류의 어떠한 성적 표현이나 쾌락의 수단도 철저히 죄악시하고 규제하는 국가들은 대표적으로 중국과 이슬람 국가들이 있는데, 이런 나라에서 여성 인권이 딱히 우대받지 않는다는 건 다들 아실 겁니다.

그래서 사실 저는 이런 류의 리얼돌 얘기를 보면 좀 속이 편치가 않습니다. 대한민국이 힘들여 민주화를 쟁취한 이유는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를 위한 것이었지, 골방에서 맘에 맞는 남녀끼리 (혹은 남남끼리, 혹은 여여끼리, 혹은 혼자서) 무슨 짓을 하든 그걸 "사회 보편적"인 잣대로 재단하고 평가하는 나라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방에서 섹스를 하든 게임을 하든 대마를 피든 자위를 하든 남에게 피해만 안 주면 됐지 그게 도대체 왜 문제가 됩니까.

뭐 대놓고 "섹스"를 위해 팔리는 인형을 어린이들도 볼 수 있는 야구장에 가져다 놓은 건 좀 부적절했다고는 생각합니다만, 인형은 인형일 뿐이고, 섹스돌이 여성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을 조장한다 어쩐다 하는 이야기는, 요즘 애들이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GTA를 하다보니 강도 살인을 우습게 안다 규제해야 하지 않느냐와 비슷한 논법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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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방향에서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한일은 애매하긴 하지만 빅토리아식 성엄숙주의의 시대가 서구에서는 대부분 이미 과거입니다. 현대적인 논의는 성엄숙주의 대 자유라기보다는 권력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한일은 아직도 일부 과거의 문제가 뒤섞여 있습니다. 간통제 폐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요. 그러나 그게 한국의 모든 문제를 엄숙주의 대 반엄숙주의로 보게 해주진 않습니다.

둘째, 연장된 얘기인데, 당연히 사회적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가벼운 예로 미국 페미니스트는 남성에게 데이트 비용을 못 내게 하고, 한국 페미니스트는 남성이 데이트 비용이나마 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이 흔합니다. 전자가 메갈이 아니라서 그러는 게 아니죠. 남성 중심적 문화가 표현되는 양식이 다르니까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래의 논의로 돌아와 구체적으로 몇몇 문제를 살펴 보죠. 예컨대 네덜란드와 스칸디나비아 3국의 성매매 정책을 비교해 보면, 네덜란드는 성매매가 합법입니다. 반면 스칸디나비아 3국은 금지주의이고요. 후자가 성매매를 금지하는 건 엄숙주의와는 무관합니다. 어느 쪽이든 핵심은 성을 판매하거나 착취당하는 '여성'의 보호가 최우선이죠. 네 나라 모두, 사회 각 집단은 권력에서 차이가 있고 다수의 경우 여성이 성을 판매하고 있었고 하고 있게 되며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합의가 있는데, 차이는 방법론 같습니다.

전자는 금지를 할 경우 오히려 성매매 사업이 근절되기는 커녕 음지로 들어가서 더욱 통제하기 힘들어지니까 국가가 관리를 함으로써 보호도 하자는 취지입니다. 후자는 그 합법화 이론의 효용에 의문을 제기하고, 성매매 자체가 반인권적인 행위의 강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장기 판매가 자유의 이름으로 허용될 수 없어야 하듯 성매매도 그렇다고 봅니다.

요컨대 네 나라 어디에서도 "성매매"는 더 이상 엄숙주의의 맥락에서 논의되지 않습니다. 더 광범위하게 합의되는, 소위 미성년과의 합의된 관계를 성폭력으로 처벌하는 형법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미성년의 성적 자유보다 보통은 자주 권력이 약한 처지에 놓이는 미성년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도구가 필요하다는 점이 더욱 고려됩니다. 여기에서도 엄숙주의는 주요한 고려 사항이 아니죠.

골방에서 맘에 맞는 남녀끼리 합의 하에 무슨 짓을 하는 경우엔 당연히 나라가 간섭하지 않아야죠. 저는 개인적으로 그거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한쪽은 가학하고 한쪽은 피학당하면서 성적 쾌감을 느끼는 거, (SM이라고 흔히 짧게 얘기하는) 취향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건 국가가 통제할 이유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전 10년도 더 전부터 대마는 남에게 피해 안 주고 개인에게도 담배 대비 해악이 적은데 왜 금지하는지 회의적이었습니다. 대마 합법화 그때나 지금이나 일관되게 지지하고요.

그런데 장기 판매는 어떤가요? 미국에 요새 "마스크 거부는 새로운 MAGA다"라는 농담이 생겼더군요 --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이라는 드라마 제목 패러디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이미 뉴잉글랜드 저널 옵 메디슨이라는 최고의 저널에서 이례적인 무증상 감염을 인증했습니다. (천) 마스크를 쓰면 감염이 75% 낮아진다는 연구도 최근 나왔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일부 멍청이들은 아직도 마스크가 미국적 자유를 반한다고 얘기하면서 굳이 안 쓰고 몰려 다니는데, 그런 부류가 주로 트럼프나 지지하는 멍청이란 의미의 농담이죠.

그러니까 모든, 겉으로 보기에 반-엄숙주의적인 결정이 여성을 항상 보호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결정이 그런 맥락에서 만들어지고 있지도 않구요.

성매매가 합법인 이유는 이미 소개되었습니다만, 한 번 더, 공식 석상에서 장관이 언론에다 쓰는 언어를 보면, 합법인 이유가 성매매 여성의 보호지 결코 남성의 성적 자유를 위해서는 아님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바람을 피우는 건 어떤 사회에서는 개인 문제고, 프랑스는 그런 사회입니다. 전제는 성별 임금 격차가 적어야 하고 여성이 아이를 떠맡게 될 때, 그걸 떠받쳐줄 공공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프랑스는 국가가 보모 보내주고 남성이 1을 벌면 여성은 0.8은 그래도 버는 나라입니다. (물론 문화적으론 유럽 내에서도 가부장적인 동네이긴 합니다만.) 다른 극단에서, 말씀하신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환경에서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일처제를 강제하는 상황이라면, 이때는 그 일부일처제 강제를 단지 성엄숙주의에 반한다는 이유로 폐지하자는 주장이 정당성을 얻기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일부일처제 강제가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적용되어 가부장제 강화에 기여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겠죠.

근친 결혼에서 현대적인 문제는 아마 아동 보호일 겁니다. 예컨대 1촌과의 결혼은 단언컨대 앞으로도 허용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도 친부에 의한 여아 강간 사건이 무척 많습니다. 언론 보도가 되는 건 극히 일부예요. 제 동생이 전문가로 그런 피해자를 다루는 센터에서 몇 년 일했습니다. 언론 보도만 봐도 그 친부 처벌이 너무 가벼워 출소 후 다시 딸을 찾아오는 경우도 있고 하죠. 그런데 1촌 결혼을 허용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삼촌과 결혼이 허용되려면, 삼촌에게 행여 성적 학대를 당했을 때, 아버지부터 여아의 편인 사회여야 되겠죠. 한국은 클리앙에 직장 동료한테 성희롱을 당했다고 아버지한테 얘기한 초등학교 고학년 딸을 아버지가 비난하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이걸 허용하고 말고는 성엄숙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죠. 어떻게 그런 잠재적인 피해 여성 아동을 보호할 거냐는 문제입니다. 물론, 이게 다 되는 사회라도 소위 전통 문화의 영향으로 N촌 이내 결혼이 금지될 수 있겠습니다. 이건 개인 자유의 침해고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에서 데스크탑 바탕화면으로 알렉산드라 다다리오의 헐벗은 사진을 붙여놓는 건 어떤가요? 미국 캘리포니아는 엄숙주의와 거리가 있습니다만, 그건 인사과에서 섹슈얼 하라스먼트의 교과서적인 사례로 언급합니다. 따라서 인사과 불려가죠. 경고 받을 거고 안 고치면 해고도 각오해야 합니다. 한국은 이런 거 아직도 하는 회사들 있죠? 캘리포니아가 더 엄숙주의적이라서인가요?

요컨대 섹스돌 문제도 마찬가지지만 소위 빅토리안식의 엄숙주의 대 자유주의로 섹슈얼리티 문제를 둘러싼 판단들을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널리 쓰이는 잣대는 그 이면의 권력 관계를 읽고 약자를 보호함에 있어 무엇이 좋으냐는 거죠.

ps. 알렉산드라 다다리오의 이름을 잘못 기재하여 수정하였습니다. 그 나머지는 jick님의 댓글 이전 상태 그대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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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뭐 정답이 없는 문제이겠습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측면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한 20년 전쯤 인터넷에 "프랑스의 노동 시간이 너무 작아 노동자들이 임금을 충분히 못 받아서,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라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인터넷에서 어떤 반응이 나왔을지는 뻔히 예측할 수 있죠. 아니 저 선진국의 프랑스 노동자들도 노동시간이 길어져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뭐냐? 그럼 이렇게 묻는 것은 올바를까요? 처한 상황이 다른데 당연히 아니죠. 수백 년 노동운동의 결과로 법적 지위보장을 누리고 있는 프랑스 노동자와, 주 7일 일하다 사고로 죽어도 산재보상금도 제대로 못 받는 90년대 한국의 노동자의 상황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의 엄숙주의 논쟁이 빅토리아 시대의 일이라고 하셨는데, 그건 유럽의 사정이고, 유럽에서 그랬다고 한국의 성적 엄숙주의(?)가 흥선대원군 시절의 일이 되는 게 아니죠. 프랑스가 왕의 목을 친 것이 1793년인데 우리나라는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립된 게 80/90년대부터입니다.

물론 모두가 헐벗고 돌아다닌다고 자동으로 여성 인권이 향상되지는 않겠죠. 그건 서로 다른 별개의 문제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개인의 성적 취향을 죄악시하고 억압한다고 자동으로 여성 인권이 향상되지도 않습니다.

솔직히, 지금 리얼돌 가지고 여성인권 문제로 이어지는 것 자체가 한국 사회의 현재 성적 감수성 수준을 반영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섹스돌은 당연히 *여성*의 형상을 하고 있고 *남성*의 성적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 쓴다는 가정을 깔고 있는 거죠. 왜냐, 아마도 남자가 섹스돌을 사면 그냥 미친놈이구나 하지만 여자가 섹스돌을 사다가 들통나면 조리돌림을 당할 게 뻔한 사회 분위기도 한몫을 하겠지요.

그럼 여기서 개인의 욕구를 당당히 드러낼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남성의 섹스돌을 더 죄악시해야 하겠습니까 여성도 섹스돌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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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엄숙주의가 한국과 일본에서는 여전히 문제의 일부입니다. 그 얘기를 제 댓글에 미리 적었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올리기 직전 재검토 하면서 뺀 것 같네요.

그걸 전제하고도 제가 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이런 것입니다. 성매매나 아동의 성적 대상화 (예컨대 베스킨 라빈스 아동 모델의 성적 대상화 논란은 서구 언론을 놀라게 하기에도 충분했습니다) 같은 문제'도' 과연 성엄숙주의란 잣대로 적확하게 볼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섹스 돌을 축구장 관중석에 전시하는 문제나 바탕화면에 헐벗은 여성 사진을 올려놓는 건 허용되지 않는데, 그 역시 성엄숙주의와 그 극복이라는 틀로는 해석하기 어렵죠.

반면 N번방 피해자들의 행실을 두고 얘기하는 건, 성엄숙주의의 구태가 상당 부분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성매매가 자유화된 곳에서 남성 구매자와 여성 구매자의 비율이 비슷한, 아니 하다 못해 3:7이라도 되는 사회라면, 그때는 성매매는 남성에 의한 여성 착취라는 관점에서 더 이상 볼 수 없겠죠. 그러나 지금처럼 대부분이 남성인 경우라면 성엄숙주의로부터의 해방이기 보다는 성 구매의 자유화에 가깝습니다. 빅토리안 시대를 지난 서구는 물론 그렇고, 성엄숙주의의 영향이 아직 있는 한국에서도 어느 쪽 틀로 봐야 하느냐면 남성 구매자 + 포주 대 여성 (소위) "성노동자" 사이의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는 거죠.

남성이 여성을 소비하듯 여성이 남성을 소비하는 사회라면 애초에 섹스돌은 문제가 되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렇지 못하니까 문제인 건데, 그럼 그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섹스돌을 허용하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가 관건이겠지요. 부적절하다고 보는 게 그 인용된 서구 언론 기자들의 다수 견해이다 보니 축구장에 전시된 섹스돌이 충격을 준 거고요. 남성 섹스돌과 여성 섹스돌은 다른 맥락에 있다고 보여지고요. 남성 섹스돌을 허용하는 게 여성도 섹스돌을 즐길 수 있는 사회로 가는 중간 과정 역시 아니라고 봅니다. 그 반대에 가깝죠. 데스크탑 바탕 화면에 다다리오나 케이트 업튼의 비키니 사진을 허용하지 않는 건 성적 억압이라기 보다는 다른 성별에 대한 배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