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제 친구는 거의 매사에 저와 견해가 다릅니다. 친구는 미국 생활 15년 했고 저는 10년 했습니다. 저는 온갖 종류의 문제에서 미국 민주당 리버럴들과 비슷합니다. 제 친구는 자기가 겪은 사람들 중에 매니저들과 동료들 중에 이상한 사람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저는 지금껏 60명이 넘는 동료를 봤습니다. 밀접하게 같이 일을 해본 사람도 대충 한 25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성격이, 제 견해로, 이상했던 사람은 딱 두 명 뿐이었으며 그 누구도 제 4명의 매니저 중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제 얘기는 실리콘 밸리에서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라기 보다는 저라는 개인의 성향에 맞게 편향된 얘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개인 사정상 이직이 늦을 수밖에 없었는데, 어쨌거나 첫 직장도 나쁘지 않았지만 두 번째 직장은 상당히 괜찮습니다. 대기업 치고는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 10명 남짓의 작은 팀인데, 문화 자체가 '엄청나게' 친절합니다. 모여 있는 엔지니어의 질에 비해 "겸손함"이 덕목이고요. 너무 미안해서 매니저한테 다들 너무 친절한데 친절한 걸로 승진하는 거 아니지 않느냐, 이렇게 남들 시간 빼앗아도 되느냐고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제 멘토는 보통 거의 한 팀이 붙어서 몇 년 하는 일을, 비록 같은 회사 다른 팀에서 3, 4년 있다 오긴 했지만-상당히 젊습니다-몇 달 안에 해치우고 피어 보너스를 받더군요. 그런데 한 번도 무슨 자기가 똑똑하다는 걸 굳이 티 내어 말한 적도 없고, 남을 깎아 내려서 자기를 높이려는 시도를 한 적도 없습니다. 제 매니저도 여기저기 오픈 소스에 기여해 놓은 흔적만 봐도 수퍼 스타인 거 같고 실제로 팀으로 들어오는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하다시피 하지만 자기 에고를 공격적인 방식으로 발산하는 일은 본 적이 없습니다.
딱 두 번 그런 경험을 했는데, 하나는 일본계 미국인이고 15년간 라이브러리만 했습니다. 그 회사가 지금의 구글 같던 시절부터 거기서 일했던 사람이고요. 눈을 마주 쳐도 인사를 안 하더군요. 두 번째가 불행하게도 제가 지난 회사 떠나기 마지막에 같이 일했던 사람인데.. 말을 말죠. 나중에 보니 제가 이직한 두 달 뒤에 은퇴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일을 하나도 안 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더군요. 왜 저를 싫어했는지도 이해가 되고요.
요는, 말그대로 World Best 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도 에고가 강하면 회사가 뽑기 부담됩니다. 불행히도 우리 대부분은 전혀 그 수준이 아니죠. 예컨대 제 매니저라면 페이스북이든 넷플릭스건 무슨 회사에 떨궈 놔도 수퍼 엔지니업니다. 그런데 도대체 우리 중 몇이나 그 수준, 혹은 그 근접한 수준인가요?
저도 한국 인사과의 인성 면접은 희극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인사과가 인성 면접을 보지 않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이런 회사들이 삼성만 못해서일까요? 특히나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제 역사도 짧지 않습니다. 규모도 못지 않고요.
그러나 그냥, 같은 동료로서 일을 하는데, 굳이 사람들을 다 불편하게 만드는데 실력이 너무나도 대단해서 참아줘야만 하는 케이스가, 저는 그리 많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회사 인사과가 사람을 그다지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별개로 일반적으로 회사 동료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 협력해서 회사를 위해 최선의 결과를 내게 할 수 있는 태도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무슨 벼락치기 테크닉 같은 게 아니라, 그냥 교양인 것 같고요.
저도 한국 회사 면접을 본지 거의 10년이 지나서
저도 한국 회사 면접을 본지 거의 10년이 지나서 요즘도 한국에서는 인성면접이라는 걸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한국 회사 면접을 볼 때는 소위 압박 면접이라는 것이 유행할 때 였습니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계속 말꼬리 잡고 늘어지면서 물어보는 것이지요. 면접을 당하는 입장에서도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으면서 대답했던 기억이 나네요.
미국에 와서는 인터뷰를 딱 두 번 봤습니다. 한 번은 구글이었고 한 번은 지금 다니는 회사입니다.
구글 면접은 유명하지요. 저는 흔히 말하는 코딩 인터뷰라는 화이트보드 인터뷰도 딱히 좋아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좋아하지 않는 것이지 구글님은 좋아하시니까..:)
제가 인터뷰어로 면접을 본적도 많습니다. 인터뷰이의 레주메를 정독하고 그 사람이 레주메에 써 놓은 항목중에 제가 질문할 수 있는 내용을 찾아서 제가 아는 가장 어려운 질문을 합니다. 그래야 그 사람도 아는 것 중에 대답할 수 있으니 그 사람의 실력을 돋보이게 할 수 있을테니까요.
제가 구글 스타일의 인텨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는게 이 지점입니다. 구글은 인터뷰이의 경력과 경험을 거의 참고하지 않고 질문합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준에서 그들의 문제 은행에서 문제를 내고 나오는 답변을 정량화해서 인터뷰이를 측정하지요. 이런 스타일은 인터뷰이 입장에서는 완전히 복불복입니다. 인터뷰어가 한 질문이 운이 좋아서 본인이 아는 질문일 때는 높은 점수를 받겠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분야와 도메인에 대한 질문이라면 버벅일 수 밖에 없지요. 물론 구글은 이런 상황에서도 정량화해서 측정하는 방법을 인터뷰어 교육에서 다 한다고 하더라구요.
스테판님의 글을 읽으면서 위와 같은 제 생각이 어쩌면 과한 에고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구글 면접에 떨어졌나봐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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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2.5년 전에도
인성 면접을 봤습니다. 2.5년 전의 일인데 지금이라고 다를 것 같지 않습니다. 제가 들어본 질문은.. 아버지 뭐하시냐부터 시작해서, 팔이 기형인 거 같은데 왜 그러냐, 실리콘 밸리는 월급이 비현실적으로 높은 거 같은데 그런 거 기대하냐, 이렇게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제시한 연봉이 제가 지금 받는 거 1/3도 안 됩니다. 다른 계열사에서 당시 제가 받던 연봉의 한 1.2배 정도를 얘기하셨는데.. 저는 지금 그 연봉 두 배 넘게 받습니다.
제 매니저는 저 정도면 그거보다 더 받아야 되니까 자기가 서포트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삼성 면접에서 온갖 무례한 질문은 다 받아 봤습니다. 자기네가 봤을 때 무난한 한국 남성들한테는 무례한 질문 안 하는 것 같은데, 처지가 좀만 달라 보여도 쉽게 경계를 넘습니다. 미안한데, 그 인사과 임원보다 제가 지금도 더 많이 받고 앞으로도 더 많이 받을 거 같고, 임금 빼고 대우도 더 잘 받습니다. 도대체 면접을 그렇게 하면 뭐하러 가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면접 본 미국 회사가 괜찮은 데로만, 오퍼를 준 데만 몇 개 되는데, 그 얘기는 제가 그래도 경제적으로 기여를 할 능력이 된다는 뜻이겠죠. 그런 질문 해봤자 삼성이 손햅니다.
구글은 그래도 무례하진 않죠. 구글은 사실 A라는 분야에서 일하던 분을 뽑아서 A를 시키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주로 이 사람이 구글로 왔을 때 전혀 새로운 분야에 떨어져도 살아남을 것인지를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오퍼도 현재 타이틀보다 깎여서 나가는 걸로 악명이 높구요
미국은 구글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넷플릭스, 페이스북, 스냅챗 등 그래도 비슷하거나 나은 대우를 해줄 회사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어느 하나도 인사과가 나와서 아버지 뭐 하시냐, 당신 팔은 왜 그러냐 물어보지 않고요. 제가 느끼기엔 다른 회사에서 쌓은 전문성을 보통 소위 FAANG에서는 안 믿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말 탁월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는 엔지니어--리처드 스톨만 같은--가 아니라면 똑똑한지 보고 뽑아서 필요한 데 배치해서 쓰겠다는 태도처럼 보였습니다.
다른 회사에서 쌓은 전문성을 믿지 않는다는 말이
다른 회사에서 쌓은 전문성을 믿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듯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어떻게 보면 그 회사들의 과한 에고가 아닐까 싶네요..ㅎ
그 사람이 쌓은 전문성을 측정할 것이 아니면 제네럴하게 접근해서 그 사람의 실력을 측정해야 하는데 딱히 그들의 질문이 제네럴하다고 느끼지 못했거든요. 뭐 한군데 면접보고 느낀 것이니, 다른데도 봐야 더 알 수 있겠네요.
저는 여러면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나은 부분이 아주x10000 많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살면 살 수록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들어요. 미국이 의외로 살다보면 후진적인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그런데 정말 단언컨데 미국이 한국보다 나은건 직장생활 문화입니다. 면접 포함해서요. 이건 한국이 더 배워가야 합니다. 대체 엔지니어 뽑는데 아버지 뭐하시냐는 왜 묻고.. 코딩하는데 지장없으면 된거지 팔은 왜 물어보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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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네..
말씀대로 A에 일하던 분을 뽑아서 B에다 쓰면서 A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건 오만하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글만 그런 것도 아니고 페이스북도 그러는 거 같고 아마존도 그러고 어지간한 큰 회사는 다 그런 것 같아요. 다만 약간 호의적으로 이해해 보자면, 그런 회사들은 사람을 뽑을 때 전문성을 보고 그게 필요해서 뽑는 쪽에 가까운 패스와 비슷하거나 아예 달라도 똑똑한 사람 뽑아서 가르쳐서 쓰는 패스가 분리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분들 (예컨대 90년대말에 이미 교수였고 한동안 스탠다드 정하는 커미티 멤버였던 분)은 인텔 가실 때 보니 완전히 세부 분야가 같진 않지만 크게 보면 비슷한 분야를 하는 팀에서 채용을 시작하더군요. 그 팀과 면접 보고, 그 팀 멤버가 인터뷰어들이었다 합니다. 알고리즘이랑 자료구조는 거의 안 물어봤다고 합니다. 아마 구글 등도 이런 채용 경로이면 아마 이전 경력을 깎는 건 잘 안 하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이런 회사들은 얼마나 높은 비율을 그렇게 뽑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는 분들이나 저 자신한테 온 인터뷰 기회를 보면, 구글은 그냥 HR이 연락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오직 딱 한 번 제가 한국 있을 때 구글 코리아에서 A라는 팀이 있는데 혹시 면접 보겠냐고 연락 주셨습니다. 아마존은 항상, 예컨대 보스턴 로보틱스 조직이 당신한테 관심이 있는데 면접 보겠냐고 연락하는 거 같던데, 합격을 하고 나도 그 관심을 보인 조직이 아니라 전미의 카탈로그를 보고 팀을 고르게 합니다. 시애틀에서 인터뷰 보고 붙어도 나중에 서니베일에 있는 아마존 부서의 매니저와 톡을 하고 그리로 가도 개의치 않는 분위기로 보였습니다. 물론 관심을 보인 팀으로 가는 옵션도 있습니다만 의무는 아닌 것 같구요.
이런 채용 방식에서는 인터뷰어가 관심을 보인 팀에서 오지도 않고 합격도 특정 팀과 무관하게 커미티 선에서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 합격하고 나면 맵핑을 하는데, 이 맵핑 과정에서 딱히 했던 일과 정확히 일치하거나 비슷한 일을 하는 부서로 늘 떨어지게 되는 것은 아닌 듯 하구요. 만약 비슷하지 않다면, 그때는 흔히 이전의 경력을 대우에서 깎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이게 싫으면 다른 회사를 가라는 태도 같구요. 아는 분의 아는 분은 그래서 드랍박스로 갔다고 합니다.
저는 다른 회사에서 구글 L5급 직급의 하드웨어 하던 분이 L3 받고 구글 소프트웨어 쪽으로 들어오셨다는 얘기도 들어봤습니다. (이건 검증 가능한 얘긴 아닙니다만, 한 직급 깎는 건 너무나도 흔한 일이고요)
지금 구글 SWE인, 개인적으로 잘 아는 분은 모바일 칩 회사 다니다가 그만 두고 다른 회사 갔다가, 다시 그 모바일 칩 회사에 인터뷰 보고 합격했는데 다른 회사 경력을 인정 안해줬다고 하더군요. 제 기억으론 그분은 어떤 회사에서도 기여가 탑에 속하는 편이었으며 그 모바일 칩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정 부분은 "다른 회사에서 했던 건 나는 모르겠고"라는 게 그 회사들의 오만 같기도 하고, 일정 부분은 어느 채용 경로를 따르느냐에 달려 있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 이런 기업들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어지간한 기업들 사이에는 널리 퍼진 경향 아닐까 싶습니다. 예컨대 구글 SWE는 대부분 온사이트로 바로 간다고 하는데,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회사 프리미엄은 있는 것 같지만, 서로 서로 비슷한 회사들끼리는 서로 안 믿는 게, 특히나 일반 채용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해 안 믿는 게 흔한 경향 같기는 합니다.
말씀하신 내용이 거의다 맞는 말 같습니다. 제가
말씀하신 내용이 거의다 맞는 말 같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도 그렇고요.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회사에서 그런식으로 사람을 뽑아서 채용하는게 어쩌면 엔지니어의 커리어패스에는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속 한 도메인에 얽매이는 것보다는 좋은 회사에 들어가면서 동시에 커리어에 전환점도 생기니까요.
다만, 원래 글에서 말씀하신 인터뷰가 문제에요.. 인터뷰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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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