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건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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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15년 4월 21에 제대하니까 아직 5달은 시간이 남는 군인입니다.

저는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만화가를 꿈꾸다 3학년에 인생 진로를 게임 프로그래머로 결정을 했습니다.
다만 그 때 처음으로 사든 C 언어 책은 저한테 너무 어려워서 그 때는 포기하고 학교 공부를 했구요.
(이전 글을 읽어보면 학생 때는 학교 공부가 제일이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맞는 것 같습니다.)

아래는 제가 어떻게 했는지를 나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고 생각해서 올립니다.
광운대학교 컴퓨터공학과라는 인풋 그런저런 대학교에 11년도에 입학하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학점, 등수가 실력의 기준은 아니지만 1학년 1학기 4.21로 103명 중 4등, 2학기 4.28로 3등, 2학년 1학기 4.43으로 3등이었습니다.
(정말 거의 도서관에서 살았습니다. 캠퍼스의 낭만이라던가 먼 얘기네요 저한테는)

그러다 iPhone 앱 개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2학기를 듣는 대신 휴학을 했습니다.
열심히 해보려고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근성이 있다고 해도 그걸 밀어주는 게 없으면 안 되겠다 싶습니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일이라도 누군가 강제로 시켜야 하기 싫을 때도 억지로 한다는 그런 느낌입니다.

이 휴학 기간에 제가 만든 거라곤 스도쿠랑 미궁 게임 같은 초등학생도 만들 법한 게임이랑
잘 쓰이지도 않는 Gtk#으로 파일 이름을 형식에 맞게 바꿔주는 HandyComicNamer뿐이었습니다.
스도쿠는 Cocos2D를 이해하고 써봤다, 미궁 게임은 처음으로 자작 스크립트 언어를 만들어봤다,
HandyComicNamer는 Gtk라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써봤다고 자기합리화해봤는데
지금 보면 그 결과물이 너무 초라해서 이걸 만들었다 어떻다고 하기도 뭐합니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4월에 입대하고 지금까지 왔네요.
5달이면 남들은 시간이 멈춘다고 하지만, 저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인생 목표가 있어서 아주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일병 갓 달았을 때부터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현재도 시간이 날 때마다 13년 12월부터 시작한 Compiler 프로젝트를 개발하며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다만 과연 지금 내가 하는 게 정말 의미있는 일이었는가, 내가 해놓은 걸 대단하다고 여기는 건 자의식 과잉인가,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지금도 사회에서 피터지게 공부하고 있는데 내가 이 정도로 사회에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입니다.
프로그래머는 맨날 야근하면서 잘못 직장 잡히면 급료도 못 받고 몸을 버린다카더라, 한국은 대우가 안 좋더라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바라보게 되면서
게임 프로그래머를 하겠다고 난리를 치는 게 너무 애들같은 철없는 생각인가 싶습니다.
남들은 스펙 쌓는다고 자격증 알아본다 어쩐다고 하는데 혼자 뒤쳐지는 느낌이 계속 들어서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이러다간 정말로 치킨을 튀기는 게 아닐까 싶구요.

하지만 위로를 받고 싶다고 이 글을 올린 건 아닙니다. 이 곳에서 어떤 것을 공부해야 하는가를 얻어가고 싶습니다.
얼굴 본 적도 없는 분들께 질문 몇 번 올려봤다고 인생 상담을 부탁한다는 생각도 들고, 염치 없지 않느냐는 생각도 들고 그럽니다만
여긴 몇 년, 아니 몇 십년은 이 바닥에서 근무한 선배 프로그래머 님들이 계시는 곳이고 제 주변에는 그렇게 이 쪽으로 믿을 만한 사람이 안 보입니다.
다른 사이트도 여기만큼 신뢰가 가지 않네요. 지식in같은 데야 이런 질문 올리면 학원 가면 되니 우리 학원 오라는 광고성 답변뿐이고.

지금까지 군대에서 한 공부는 남들이 다 꺼린다는 컴파일러, 어셈블리에 집중되어있었고,
HTML도 이를 통해 배우기는 했지만 뭔가 기초 서적이라 공부한듯만듯하고,
운영체제 책이랑 네트워크 책은 Operating System Concepts, 윤성우 저 TCP/IP 소켓 프로그래밍 두 권을 샀습니다만 테스트할 수 없다보니 자주 보게 되진 않네요.

여튼 결론은, 염치 불구하고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여쭤보고 싶습니다.
포상도 준다는데 자격증 공부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복학 전에 어떤 공부를 해놓으면 괜찮을까요?
수학도 공부해야 한다고 하고 물리도 공부해야 한다고 하고 영어도 공부해야 한다고 합니다.

영어는 알아서 찾아보겠습니다. 컴퓨터, 수학, 물리 세 분야에 대해 추천해주실 책이 있거나, 일반적인 사람들이 타는 테크트리를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게으르다고 하시면 할 말 없습니다)
컴퓨터는 '자료구조', '알고리즘', '네트워크', '운영체제', '디자인패턴', '마이크로프로세서' 이런 책을 본다고 들었습니다.
수학은 '이산수학', '선형대수학', '공학수학' 이런 과목을 본다고 들었습니다.
물리는 '회로이론', '디지털논리회로' 이런 과목을 본다고 들었습니다.
적어도 복학 후에 빠릿한 후배들하고 나란히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목표는 대담하게도 졸업 때까지 학점 4.5를 찍는 거긴 합니다만)

이런 이유로 처음으로 KLDP에 고민을 올립니다.
시간 내서 이런 글 읽어주셔서 먼저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