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컴맹탈출기 #3

흠...아니나 다를까 벌써 고전 겜이야기가 난무하는군요.. =)
제사진이 공개되니깐.. 남색이라던가.. 색남이라던가.. 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데.. 그런글들 자제를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특히 신의 손 사건에 대하여 말이 많은데… 그건 신의 손 입니다. 더 이상의 코멘트는 없었으면 합니다. ㅡ.ㅡ;;;
점심식사들은 하셨나요? 에휴....전 식곤증땜시 지금 제정신이 아니랍니다. 그럼 3편에 들어가기 앞서.....
*** 키보드를 익히자 ****
요거 잊지마시고 정말 한달만 꾸준히 연습해보세요. 마땅히 일기쓰기가 어려우면 신문같은거라도 따라서 기사를 입력해보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애국가라도 꾸준히......
세미나 때 컴팩 키보드 정말 맘에 들더군요.. 맨위쪽에 있던 쓸데없는 단추들만 없다면…..
세미나 때 컴팩 키보드 꼬불치신분 있으면 고가에 구매 합니다. =)
자 그럼 제 3탄의 막을 올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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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건 컴퓨터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일이다.
대학2학년시절 나는 우리 동문회의 영향력있는 인물이었다. 왜 어떤 모임이던지 주도세력이란게 있지 않은가? 동문회라봐야 뭐 어렵게 약속해서 저녁때 진창 술한번 먹는게 다였고......사실.....학생신분으로 동문회는 후배는 선배갈구기 좋은 자리고 선배는 어렵사리 꼼쳐둔 비상금 털리기 딱 좋은 그런 자린데......하여간 동문회만큼 정겨운 모임도 아마 없을 것이다. 정확히는 같은고등학교-같은대학 요런 공감대가 있었다.
동문회라고 끈끈한 정(情)말고는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었다. 모교의 역사가 길지 않아 사회에 진출한 선배도 거의 없었고....어찌 보면 당시 재학중이었던 그 멤버들이 동문회건설이라는 중차대한 사명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다니던 대학의 고교동문은 모두 30여명...근데 군대간 사람...실종된 사람(행방이 오리무중인 자)....휴학한 사람을 빼면 한 10여명이 있었다. 그중에 그래도 동문모임에 열성인 사람은 5여명 정도.....
만날 술먹고 흥청대고 그럴게 아니라 무언가 동문회의 실체를 남겨보자...이런 취지에서 제안된 것이 동문회보였다. 제안에 대해 만장일치로 좋다고 적극 추진하자고는 하면서도 막상 그럼 누가 맡아서 하지? 하면 서로 옆사람 혹은 앞사람을 정겹게 쳐다보는 것이었다.....너무 그윽한 눈초리라 징그럽기까지하게........ 그래서 그 일을 내가 맡게 되었다. 이른바 편집장에 스스로 임명하고 취임한 것이다. 이바닥 하고 같다.. 말꺼낸 사람이 시작한다는……
목표는 동문 전원이 한줄이라도 좋으니 시도 좋고 소설도 좋고 수필도 좋고 낙서도 좋고........하여간 무언가를 써서 모아서 주소록이나 동정등과 함께 책으로 펴내는 것. 원고를 모으기 위해 불철주야 쫓아다녔다. 짐작하시겠지만 몇월몇일까지 원고좀 써서 보내달라고 하면 얼마나 참여하겠는가? 챙피한 일이지만 결과먼저 말씀드리면 접수율 0%!! 그래서 맨투맨으로 사생결단을 하기로 하고 종이와 펜을 들고 한명한명 찾아다니며 그 자리에서 모두 강제로 원고를 써내게 했다.
역시 챙피한 일이지만 원고를 제일 많이 받은 장소는 도서관.........이 아니고 학교 근처 당구장하고 술집이었고......원고의 형태는 시가 가장 많았다. 왜 일까?? 모두 시적 재능이 있어서였을까??
그래서 거둔 원고가 76매....대단하지 않은가? 근데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다. 첨에는 원고를 친필그대로 복사를 떠서 제본할 생각이었는데 당구치다가 혹은 술먹다가 적어주는 글이 어떠하겠는가.....보나마나 개발새발이었고 내용은 차치하고 난 이게 어느나라 문자일까를 해독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마치 기호학...암호학에 심취한 사람처럼........다들 핑계는 '천재는 악필이란다' 근데 그건 글자일때 얘기고 나중에 이게 뭐라고 쓴거냐고 물어보면 정작 본인도 알아보지 못하는데 무슨 얼어죽을 천재....... 하여간 그 과정에서 몇몇 F학점의 천재들이 왜 학점을 그렇게 받을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교수라도 답안지 읽느라 아니 암호 해독하느라 X 빠지는데 학점줄 맘이 날리 없다.
요즘같으면 간단히 해결되겠지. 워드로 투두두둑 찍고.....그림도 삽입하고......고급 편집기능을 다 동원하고........당시에는 동문중에 컴퓨터를 갖고 있었던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었다...... 지방대에서 그것도 자취방 혹은 하숙방에 컴퓨터를 개인적으로 보유한다는 실로 갑부가 아니라면 힘든 시절이었으니깐. 그래서 생각해낸게 여상근처에서 타자기를 빌려 옴팡지게 노가다 하는 거였다.
2벌식 수동클로버타자기를 한달간 빌려 정말 손가락끝에 굳은 살이 베기도록 원고를 타이핑해댔다.....혼자서...... 첨에는 하루 왠종일 걸려 한장 찍었는데 한 2~3일 지나니깐 신기하게 속도가 붙고 자판도 익숙해졌다. 마지막 원고를 타이핑할때는 스스로 감탄할 지경이었다. 오 신이시여...이것이 정녕 저의 손가락놀림이란 말입니까.......
컴퓨터와 비교해 보면 타자기는 정말 원시적이다. 오타가 날 경우 수정액을 바르고 후후 불어 말린뒤 고기만 다시 찍는다....줄은 볼펜으로 정성껏......타이핑은 탁탁 경쾌하게 두드리듯 쳐야 한다. 그래야 먹물테이프의 잉크가 제대로 종이에 찍힌다........ 두장정도는 먹지를 대고 한번에 끝낸다. 이때 타이핑하는 손가락의 힘을 두배로 증강시킨다........ 중간에 글자를 삽입하려면 첨부터 다시 쳐야 한다....... 등등........ 하여간 한달간 작업을 끝내고 마스터로 100부씩 떠서 제본해서 책으로 나온 날 그 감격이란.........
하여간 이경험을 통해 자판을 배웠으며(정식은 아님)....나쁜 습관을 가졌다. 나중에 컴퓨터를 접했을 때 타자기 타이핑하듯 하는 습관(강하고 경쾌하게 탁탁 끊어쳐야 함)땜시 키보드를 몇번 바꿔야 했다.....(사실 주 이유는 키보드에 커피를 쏟아서....쩝)
후기 내가 만든 동문회보는 동문들의 찬사를 한몸에 받게 되었고 표창을 받았다. 그 표창이란게 뭐 상패에 상금....그런거 절대 아니다. 늘 그렇듯 술집에 끌려가 20여잔의 격려주를 받아 먹은거....난 사실 술을 잘 못한다. 그 바람에 그 날 사망직전까지 갔다........그 동문회보는 우리 동문회의 창간회보였고 동시에.....동시에.....종간호였다. 그 담엔 아무도 그 작업을 하지 않았다. 모든 건 노력과 열정에 달려있다.
그러고 보니 그땐 한창 X-WING에 빠져있을떄군요..
▶ 4편에서 이어집니다. (맘 내키면.....)
__ 아직도 컴맹탈출을 위해 아둥바둥 애쓰고 있는 야나기 __
Re: 야나기 형님....
혹시 성인군자 세욤??
ㅡㅡ?
대단하십니다...^^
Re: 나의 컴맹탈출기 #3
신의 손 탄생 비화군요.
-.-;;
Re: 나의 컴맹탈출기 #3
의지의 한국인이군여... ^^
야낙님께 전해 드리고 싶은 말이 있네여.
'굳세라 시퍼런 젊음이여~!'
달밤에 요강들고 체조하던 도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