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이고 커밋을 끝냅니다.
목요일 오후, 금요일 오전과 오후동안 디버깅하고 패치를 작성해서 상사에게 보냅니다. 어제 리뷰가 끝난 패치가 돌아옵니다.
수정사항 다시 한번 체크해서 패치를 고치고 커밋을 합니다.
아, 로컬 리파지토리를 업데이트해야 하는군요. 업데이트합니다. 혹 컨플릭트가 나올까 조마조마합니다.
아, 결국 하나 나왔군요. 헤드폰을 껴고 떨리는 손으로 두번 빠르게 클릭합니다.
아아, 디버깅용으로 뒀던 임시 statement가 걸렸군요. 가슴을 쓸어담고 헤드폰을 띈 뒤에 처리합니다.
재빠르게 이 패치가 뭘 하는지를 커밋 메세지에 적어야 합니다. 간결하되 추후에 읽을 사람을 생각해서 충분히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아, 재미있는 단어가 생각나서 씁니다. 커밋을 하기 전에 혹 모르니 사전을 찾아보니 3번째 definition쯤에 있군요. 삭제하고 간단한 단어로 바꿉니다.
그러면 숨죽이고 커밋을 끝냅니다. 커피잔은 말라있습니다.
0에서 100으로 채워지는 녹색 바가 노란 색으로 바뀌지 않고 천금같은 시간을 버팁니다.
혹 머지 컨플릭트가 나올까 조마조마합니다.
잠깐 멈춥니다. 노란색입니다. 뭔가 하니 이클립스 컴파일이 지금 하는군요.
기다리고 다시 커밋을 합니다. 에러가 납니다.
뭔가 보니 그 짧은 사이에 누군가가 커밋을 했군요. 다시 업데이트를 합니다. 원칙대로라면야 유닛 테스트를 해야하지만 제가 고친 부분과 전혀 다른 모듈입니다. 패스하기로 합니다.
이제야 준비가 끝났습니다. 커밋을 합니다.
월척을 낚을때 이런 기분일까요, 정말 기분좋게 메세지가 뜹니다. 커밋이 끝났습니다.
시계를 봅니다. 4:55 PM. 정시야 6시지만 저녁 1시간 그것도 금요일 저녁에 1시간 갖고 뭘 하냐고 합리화를 합니다. 가방과 헤드폰을 들고 자리를 뜹니다. 들켜서 곤란한 건 없지만 조용히 가려 합니다.
일어서기 전에 집 컴퓨터로 remote-in 해서 스팀에서 구매한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4를 다운로드 시작해둡니다.
한시간 그것도 금요일에 빨리 퇴근하는 건 연차를 땡겨쓰는 레벨의 고차원 오피스 테크닉이라 자신하고 일어서겠습니다.
요약하자면, 빨리 오늘 할 거 마무리하고 금요일에 한시간 빨리 퇴근하는 자랑입지요.
금요일에, 일찍.
룰루 랄라.
두근두근..
훌륭해요. 저도 niuzeta님과 같은 문화에서 일해보고 싶어요.
어떻게 개발이 진행되는지 숙달되어 마치 게임하듯이 일을 즐기시는 것 같네요.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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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금요일 오전과 오후동안 디버깅하고 패치를 작성했습니다...
인터페이스를 일부 변경하는게 readability나 퍼포먼스 면에서 훨씬 이득이지만, 이걸 함께 일하시는 상사께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후.. 인터페이스를 변경하지 않고 코드가 조금 난감해지더라도 제 모듈 안쪽에서 고쳐보도록 합니다..
전역변수들이 많이 생겼고 미심쩍은 부분이 있지만, 테스트를 해보니까 별 문제 없이 돌아갑니다..
인터페이스가 변경되지 않았으니 그냥 커밋을 해야겠습니다..
아, 로컬 리파지토리를 업데이트해야 하는군요..
업데이트합니다..
혹 컨플릭트가 나올까 조마조마합니다..
아, 결국 하나 나왔군요..
헤드폰을 껴고 떨리는 손으로 두번 빠르게 클릭합니다..
아아.. 제가 이번에 수정한 부분 중 상사와 함께 작업하는 부분에 수정 사항이 있었습니다..
히스토리 로그에 뭐라고 적혀있는데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물어보고 싶은데 뭘 물어봐야 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디버그 메시지를 왕창 집어넣어서 트레이싱을 해봅니다..
아, 전역 변수를 몇 개 더 넣으면 될 것 같습니다..
가슴을 쓸어담고 헤드폰을 띈 뒤에 처리합니다..
이제 커밋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홀가분한 느낌이 듭니다..
재빠르게 이 패치가 뭘 하는지를 커밋 메세지에 적어야 합니다..
상사께서 보내신 요구사항 메일의 내용을 복사해서 붙여넣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숨죽이고 커밋을 끝냅니다..
커피잔은 말라있습니다..
0에서 100으로 채워지는 녹색 바가 노란 색으로 바뀌지 않고 천금같은 시간을 버팁니다..
혹 머지 컨플릭트가 나올까 조마조마합니다..
잠깐 멈춥니다..
노란색입니다..
뭔가 하니 이클립스 컴파일이 지금 하는군요..
기다리고 다시 커밋을 합니다..
에러가 납니다..
뭔가 보니 그 짧은 사이에 누군가가 커밋을 했군요..
다시 업데이트를 합니다..
주기적으로 제가 만든 모듈의 상태를 알아가는 타이머 값이 변경되었군요..
제가 고친 부분과 전혀 다른 모듈입니다..
패스하기로 합니다..
이제야 준비가 끝났습니다..
커밋을 합니다..
3일 만에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볼 때 이런 기분일까요, 정말 기분좋게 메세지가 뜹니다..
커밋이 끝났습니다..
시계를 봅니다..
6:55 PM..
상사께서 팀 사람들에게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합니다..
집에 가려고 컴퓨터를 끄고 있었는데, 아직 끄지 않았습니다..
다행입니다..
7:45 PM..
저녁을 먹고 왔습니다..
메신저로 아내와 친구들과 잡담을 나눕니다..
트위터와 페이스 북에 새로 올라온 글을 모두 읽은 뒤 괜히 심술이 나서 MB 욕을 합니다..
포털 뉴스를 보다 보니 벌써 열 시가 넘었습니다..
마침 상사께서는 벌써 퇴근하신 모양입니다..
이제 슬슬 퇴근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내일은 오늘 패치된 내용의 테스트가 진행되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대기하라는 메일이 와 있는 걸 봅니다..
집에 가다가 막걸리나 몇 병 사가야 겠습니다..
뱃살이 계속 나오는게 걱정이긴 하지만 아내에게 파전을 준비해달라고 문자를 보냅니다..
왠지 쓸쓸해져서, 이게 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런거라며 다시 MB 욕을 트위터에 올립니다..
고차원 오피스 테크닉 ㅋㅋㅋㅋ
고차원 오피스 테크닉 ㅋㅋㅋㅋ
재벌 2세가 재벌이 될 확률과
금메달리스트 2세가 금메달을 딸 확률이 비슷해지도록
자유오픈소스 대안화폐를 씁시다.
아이디의 아이디어 무한도전
http://blog.aaidee.com
귀태닷컴
http://www.gwitae.com
오랜만에 문학적(?)인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오랜만에 문학적(?)인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커밋에 메시지 적는게 항상 고민일때가 있었죠
커밋에 메시지 적는게 항상 고민일때가 있었죠
하지만 이슈리스트나 패치리스트를 따로 문서화해서 (구글쪽좋음) 공유한다음
--message "#1022" 이런식으로 간략하게만 등록하면
편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적어봅니다..ㅎ
위대한 한글
버그 번호만 적는것보다 그래도 커밋 메시지 몇줄 더
버그 번호만 적는것보다 그래도 커밋 메시지 몇줄 더 적어주는게 낫지요.
fixed issue #1234
workaround issue #1234
fixed regression bug #1234 against issue #4567
오~!
자유로운 문화로군요~! 5시에 퇴근하시다니 ㅋㅋ 출근은 몇시에 하셨는지 모르지만..
그넘의 8시간 채우는게 뭔지, 할 일 다 끝냈으면 그냥 나가버리고싶을 때도 있지만 ㅋ
글을 읽으면서...
왠지 숨이 막히네요ㅋㅋ
글을 읽으면서...
왠지 숨이 막히네요ㅋㅋ
손에 땀을 쥐며(?) 읽었습니다. 계급높은 누군가가
손에 땀을 쥐며(?) 읽었습니다.
직급높은 누군가가 어깨위에 손을 올려놓을것 같았습니다.
다행히도 해피엔딩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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