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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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 자신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직장에서 동료(?)들과 이야기할 때 특히 회의할 때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을 보면 어이없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일을 꼼꼼히 하지 않는 것을 볼 때 더욱 그렇고요.
기획자 혹은 사용자가 요구사항을 애매하게 이야기하거나 programmer가 bug를 만들면 그런 부분에서 항상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싫어하더군요.. -_-.
저도 programmer지만 전 QA에서 제가 만든 bug 지적해주면 감사하던데 뭔가 사고방식이 다른 것 같습니다. 물론 bug인지 애매한 것에 대해서 무조건 우기면 참 답답하기도 했지만 말이죠.

저는 대화를 하거나 일을 할 때 항상 남을 배려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식이 선택권을 남들에게 주는 것이었죠. 방식이 여러가지가 있으면 장단점을 설명하고, 원하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동료들에게는 일을 주는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민하게 하고, 선택한 것에 대해 돌아오는 책임은 그들에게 확실히 부담이었을 겁니다. 어쩌면 남을 배려한다고 했지만 제 일을 같이 고민하게 하고, 선택에 대한 책임을 미룬 것이었을까요?

모든 문제가 조기에 밝혀지고, 해결할 수 있다면 좋은 것일겁니다. S/W Engineering은 그렇게 말하죠. 하지만 사용자는 S/W를 써봐야만 좋은지 나쁜지를 분간할 수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획자나 요구사항 제안자가 그런다면 저로서는 그가 무책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자신이 직접 programming 하지 않는 사람이 최종 사용자 경험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이 기획자이거나 요구사항을 제안하는 현실이 재앙이긴 합니다만... 고객은 어떨까요?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S/W는 만들어지지만 자신의 원하는 바를 명확히 모르는 고객은 너무나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고객입장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S/W 발주는 안 하겠습니다만... 돈이 남아돌아 헛짓한다고 할까요?

그런데 제가 작업하던 일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고, 그럭저럭 잘 굴러가는 것 같습니다. 기획자이자 사용자인 그분은 별 불만없이 제 작업을 넘겨받은 분과 일을 하고 있죠. 제가 하는 방식처럼 치밀하게 업무가 진행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팀내에서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작업결과물이 고객에게 넘어갔을 때 고객의 반응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업무이관을 하면서 업무성격이 달라진 것도 있습니다만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자신의 일처리가 수월하게 해줄 완벽한 S/W를 원하는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고민거리를 들어주고, 응해주는 것이 바로 제 1요구사항이었습니다.

저는 일을 할 때 고객입장에서 하곤 했습니다. 그것도 제 머릿속의 이상적인 고객을 두고요. 그러다보니 일처리가 치밀하지 않으면 언제나 문제제기를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을 하는 사람일 뿐 아니라 직장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직장에서 무난한 업무협조(?)와 대인관계도 중요합니다. 제 자신을 위해서기도 하고, 저 혼자 일하지 않는 이상 고객을 위한 최종결과물은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내기 때문이기도 하죠.

직장이 저한테 잘 안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직도 생각해봐야겠죠.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현 직장에서 사람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것은 익혀두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