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습니다.

adieu2010의 이미지

이걸 사기라고 봐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최근까지 회사를 잘 다니고 있었는데 이전직장 동료가 자기네 회사에서 같이 일해보자고 하더군요.
그 회사가 대기업이기는 하지만 SI 하는 곳이라서 별로 내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전직장에서 그분과의 관계나 같이 일할 때의 시너지를 고려해서 어렵게 한 달 만에 이직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마침 다니던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사수분이 퇴사를 결정하셔서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이직하려는 회사에서 입사일자를 정확히 받고 사표를 던지는 것이 맞지만, 그분이 하도 급하게 "빨리 와 달라"라는 식의 얘기를 해서 그분 말만 믿고 다니던 직장을 정리했습니다.

저는 본가를 떠나 월세로 자취를 하던 터라 이직을 하기 위해서는 이사를 해야 하는 시점이었습니다. (그분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급하다고 하던 사람이 갑자기 잠깐 여행을 다녀오라는 둥 입사일자를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싶어 그 회사의 Recruit 싸이트에서 조회를 해본 결과 '불합격'이라고 나오더군요...

급하게 그분에게 연락을 해봤더니 인사팀에서 제 경력을 문제 삼아서 안 된다고 했답니다.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는데 그분한테 화도 못 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분은 자기가 회사를 관두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일은 그냥 못 넘어가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다음날 연락을 주기로 했는데 연락이 안 왔습니다. 그 이후로 세 번 정도 통화를 했는데 전부 제가 먼저 전화를 건 상황이었습니다.
그분이 지방출장 중이고 전화를 받을 수 없는 곳에서 작업을 해서 그렇다고 해도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저 같으면 당장 사무실에 달려가서 사태를 파악하고 되든 안 되든 상대방에게 먼저 연락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세 번의 통화 이후로 여태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고 이렇게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그 사람 말만 믿고 덜렁 회사를 관둔 저도 잘못이지만, 정확히 일처리를 하지 못한 그분도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게다가 뒤처리마저 깔끔하지 못해서 더욱 화가 나네요.

사회생활 하면서 만남 사람 중에 정말 믿고 의지한 사람한테 이런 일을 당하니 너무 황당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집에서 폐인생활 하고 있습니다.
그분 덕분에 저는 아주 행복한(?) 연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혹시나 그분이 이글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당신한테 그렇게 나쁘게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도대체 저한테 왜 그러셨나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니고 경험이 없고 미숙해서 저지른 실수였다고 말해주세요. 제발..."
"너무 미안해서 연락할 생각은 있지만 못하시는 건가요?"

oppor의 이미지

일단.. 사기는 아니네요.
그사람이 이득을 본게 없으니까..

그냥 뒷통수 맞으신듯...

anfl의 이미지

힘내세요.

대기업 같은 경우 그런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그분께서 대기업 프로세스에 미숙하셨나보네요. 그래도 전화 안받는건 많이 아니군요.

혹시 인연이될까 메일 한번 보내봤습니다. 확인해보세요.


adieu2010의 이미지

저나 그분이나 대기업 프로세스를 잘 몰라서 의도치 않게 벌어진 일입니다.
오늘 중에 그분께 문자라도 한통 넣어볼까 생각중입니다.
이런일이 생기기전에 참 사이가 좋았는데 안타깝네요...

warpdory의 이미지

anfl 님 말씀대로 대기업은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제 경우도, 최종합격까지 해서 자리까지 만들어 놓고, 사원증도 만들고 ... 출입등록 절차부터 다 해 놨는데..
(같은 프로젝트를 했었으니깐 매일 같이 만나서 잘 압니다.)

공식적인 첫 출근날, 사원증이 안 찍히더군요. 이게 뭐지 ? 하고 전화거니 뭔가 늦어진다고 일단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가서 근무하던 중, 2,3 시간쯤 있다가 '결재 프로세스가 좀 늦어지고 있다. 내일이면 될 거다. 일단 연구소 가 있으면 연락 갈 꺼다.' 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점심먹고 일단 다시 원래 있던 곳에 돌아와 있는데, 연락이 없고 해서 그 다음날 일단 연구소로 출근해서 일하고, 하루이틀 그렇게 흘러가고 ...
일주일쯤 뒤에 과제 인수인계 때문에 제 자리에 가보니, 제 자리에는 그쪽 팀장 대학 후배가 앉아 있더군요.
그래놓고는 인수인계 어쩌구 하길래, 다 뒤엎어 버리고 하드디스크 그 자리에서 뽀개 버렸습니다.

그 뒤로 3년간 개고생하고 실패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지금은 제가 그 사람들 갑입니다. 반쯤 죽이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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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 엘프의 인사, 드래곤 라자, 이영도

즐겁게 놀아보자.

moonhyunjin의 이미지

멋집니다.

<- 이거면 안 되는 게 없어~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 캠패인

madman93의 이미지

^.^ warpdory 님 같은 경우는 흔한일 같지는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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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t init
git add .
git commit -am "project in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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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ansugar의 이미지

안되셨네요.

새 사람 뽑기 전에 전 직장에 사과를 하고 다시 들어가시면 어떨까요?

그러는 경우가 의외로 있습니다.

고용자도 좋아할 수도 있고요.

재벌 2세가 재벌이 될 확률과
금메달리스트 2세가 금메달을 딸 확률이 비슷해지도록
자유오픈소스 대안화폐를 씁시다.

아이디의 아이디어 무한도전
http://blog.aaidee.com

귀태닷컴
http://www.gwitae.com

cinsk의 이미지

인사담당자가 모집하는 경우, 위와 같은 실수는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만, 가끔, 팀에서 급하게 사람이 필요한 경우, 인사 담당자가 채용할테니 필요하면 팀에서 사람을 알아보라는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개발자 등 비 인사 담당자가 사람을 물색하고, 이력서를 받아서 인사 담당자에 전달, 채용 후 해당 팀으로 발령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 인사 담당자는 "실력만 있으면 뽑을 테니 알아보라.."라는 식으로 말하고, 해당 팀에서는 무조건 채용 가능한 것으로 알고, 지원자에게 말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마다 기준이 있는 것이고, 지원자가 이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채용이 불가능합니다. 아마도, 원 글을 쓰신 분도 이 경우에 해당하신 것이 아닌가 하군요.

그 회사 아는 분도, 확실하게 채용 결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수로) 말을 한 것이고, 글을 쓰신 분도, 채용이 확실하게 된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전 직장을 그만둔 경우인 것 같은데 안타깝습니다.

adieu2010의 이미지

딱 이런 케이스 입니다...

madman93의 이미지

인생 살면서 한번쯤 겪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 약이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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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t init
git add .
git commit -am "project in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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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all의 이미지

그렇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평생 한번도 안 당하고 사는게 좋을 거라고 생각할 것 같네요.
약이 아무리 좋아도 약 먹을 상황이 안되는게 가장 좋잖아요

피할 수 있을때 즐겨라! http://melotopia.net/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