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푸념.

안녕하세요, 케이준리 이경준이라고 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컴퓨터'를 접해본 것은 86년도쯤에 영국의 한 초등학교에
서 였습니다. 그곳에선 BBC컴퓨터라고 하는 기종을 널리 쓰더군요.
일반 가정집에서는 MSX호환(?)기종처럼 보이는 Commodore64라는 컴퓨터가
퍼져 있었고, Spectrum같은 골동품(기억이 가물;)도 있었습니다. Amstrad
라는 회사가 만드는 꽤 괜찮은 i8086 PC도 있었지만.. 구경도 못해봤었지
요....
89년도 쯤에 우리나라에 되돌아왔습니다. 그때 난생처음 주물러 봤던 컴퓨
터가 애플 호환기종이였습니다. CALL명령어를 통해서 한글모드를 썼던 것
으로 기억합니다. 이때 베이직을 처음 접했고, 프로그래밍이 뭔지 대충 감
을 잡았습니다.
1년쯤 후 Amstrad PC1512라는, 램 512KB에 CGA흑백 모니터를 가진 i8086
(!)기종을 영국에서 공수해와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SIMCGA를 안쓰고 오
락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았어요. 램이 조금 절약되었죠.. ^^; 덕분
에 허큘리스에선 640KB 이상에서만 되는 오락도 잘만 실행시켰습니다..)
Amstrad는 PC스피커가 참 멋졌습니다. 볼륨조절이 가능했고.. 소리가 정
말 예술적이였어요. 젤리아드를 할때 정말 황홀했습니다. (이 컴퓨터로는
오락밖에 안했습니다;)
그 컴퓨터를 95년도까지 계속 썼습니다. 그러다가 Pentium 60을 샀지요.
이때쯤 통신을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는..
오락을 하다보니 Allegro를 알게되었고, 오락을 하다보니 DJGPP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고, gcc가 뭔지 알게 되었고 GNU가 뭔지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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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내용을 고1때 알았더라면, 나는 지금 어떻게 되어있을까.
저 생각이랑 비슷한 생각을 종종 하곤 합니다.
중학교 교과과정에 선택과정(?)으로 컴퓨터 과목이 포함됩니다. 교과서 내
용이 궁금해져서, 단골서점 누나한테 말을 해서 책을 구경해봤습니다. 쭉
읽고 나니 허탈해지더군요. 이런걸 교과서라고 만들었다니..
컴퓨터 교과서를 통해 컴퓨터를 처음 접했다가는 거짓말 좀 보태서 컴퓨터
쪽 인생(?)은 완전 종치게 생겼더군요.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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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족이지만) 오늘, 이메일주소를 어설프게(?) 기재했다가는 죽도 밥
도 안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