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예언은 적중할것인가?

scjd2010의 이미지

* 다른글에 대한 댓글로 썼다가 주목을 받고 싶어서 여기 다시 올립니다.

제가 만약 서울에서 지금(40대 중반)까지 있었더라면 아마 비슷하였을겁니다. 30대 중반쯤 부터 프로그래밍은 손을 놓았을것이고, 소위 관리자의 길로 가면서 점점 정치적인, 혹은 사회적인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밖에 없었겠지요. 지금 그 회사의 입사동기들이 부장이나 차장, 이제 막 이사까지 바라보고들 있으니까 말입니다.

서울에 있는 그 회사는 소위 잘나가는 공기업이고, 거기 전산실에서 8년을 근무했습니다. 물론 전산직으로요. 하지만 그 어렵다는 대리시험을 치루고 난 후 부터 어떤 진로로 나갈지는 거의 분명해 보였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져 보이지 않는군요. 즉, 상하 수직형의 한국 직장문화와 분위기에서 나이가 지긋할때까지 프로그램으로 밥먹고 사는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할 수 도 없을뿐더러, 그렇다하더라도, 친구들이 모두 관리자 레벨로 올라가는데 허구헌날 코드 잡고 씨름하는게 쪽팔려지는 사회분위기 아닙니까?

그러다보니 어느분 말대로 한국에서는 킬러 소프트웨어 기업이 나오지 못하는겁니다. 선진국과 한국의 IT 기업문화와 비젼에 커다란 차이가 있는것이지요.

이렇게 뭘 좀 아는냥 떠들어대는 저, 지금도 프로그램 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래 했으니까 시니어가 붙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고, 미국이니까 가능하다는것도 모두들 이해하실줄 압니다. 제가 한국나이로는 내일 모레면 50 인데, 지금도 온갖것으로 가지고 일을 합니다. 소위 잘나가는 회사의 시스템 부서에서 일하면서, C 에서부터 Perl, Java 그리고 여러종류의 JCL 이나 script language 로 회사시스템에 필요로하는 유지보수 및 신규개발 프로젝트로 "재미나게" 일을 하는게 그저 감사할 뿐이지요.

요 근자에 신문지상에 나온 삼성과 애플에 대한 기사를 보고 어딘가에 이런얘기를 꼭 해서 뭔가좀 변화가 시작되는 단초라도 만들고 싶었었습니다. 여러분은 애플이라는 회사가 어느날 갑자기 아이폰이랑 아이팟, 아이팻 만들어내면서, 미국 국민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면서 그덕에 성공가도를 달린다고 보시지는 않을겁니다. 특히 프로그램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내면을 잘 파악할것이고, 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잘 파악하고, 한국이 고쳐야 할점들이 무엇인지 답답해 하면서 잘 이해 할겁니다. 그저 저는 그걸 여기 몇자 끄적여 정리하는것이고요.

한국사람들, 똑똑하고 매우 성실합니다. 세계 어디가도 다른나라 다른민족에게 손색없이 자기 일 똑부러지게 잘들하지요. 그런데 그런 한국사람들이 있는 한국, 한때 IT 강국이라는 소리도 들었던, 그리고 아직까지는 삼성의 휴대전화기 잘 팔아먹고 있는 한국이 결국은 애플의 신비한 요물딴지같은 아이폰에 한방에 뻑가는것을 나라밖에서 지켜보면서, "그럼 그렇지! 올것이 왔구나!" 싶었습니다.

애플이던 마소던, 심지어 미국 곳곳에 있는 금융회사들(은행, 증권회사, 보험사, 기타 등등)의 시스템 부서의 인원구성을 대충 훑어보시면 금방 답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속해있는 개발부서에서 40대 중반인 저는 젊은층에 속합니다. 60대가 2명, 50대가 8명, 40대가 4 명, 30대 딱 한명! 물론 하는일이 어느정도 개발일에 능숙한 개발자들을 선별해서 뽑다보니 그런것도 있지만, 제가 미국의 첫직장으로 있던 다른 금융회사도 인원구성을 보면 60 대 개발자가 있었던게 사실이고, 중추 핵심은 40대 였었습니다.

기업문화와 시스템이 완전 다르기 때문에 고도의 소프트웨어가 나오는겁니다, 나이많은 도사급 개발자들이 실제 업무를 계속 하면서 후배들을 키워내고 있으니까요. 미국에서는 관리자가 되는게 당연한 직장에서의 행보가 아닙니다, 한국과 다르게요. 엔지니어 레벨에서 시니어로 넘어갈때 관리자는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선정을 하는것이고, 관리자가 된다고 해서 그가 모든 부하직원들을 휘두르는 권한을 갖지는 못합니다. 그저 프로젝트 관리를 하고, 매니지먼트 그룹, 실무부서 그룹들과 개발자 그룹간의 연계역할을 하여 회사가 목표하는바로 잘 굴러가게 하는것이지요.

그리고, 이사나 부장이나 금방 들어온 신입사원이나 이름을 부릅니다. 격이 없이 지내다보니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이고, 그러다보니 자기가 잘하는일, 자기가 원하는일에서 전문가 레벨로 기술이 향상되며 그 생산품인 소프트웨어는 나름대로 그 수준이 아주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결정체가 바로 아이팟이나 아이팻 아이폰, 그리고 마소의 여러가지 소프트웨어들이며, 알게 모르게 전세계를 지배하다시피하는 금융권의 각종 소프트웨어들입니다.

이건희회장이 그런말을 했지요. 10년 후에는 지금 잘 팔리고 있는 전화기나 텔레비젼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것이고, 삼성이 아예 망해서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전혀 겁주기 위한 뻥이 아닙니다. 여기에 자주 들르는 여러분들이 40대 50대 60대까지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세계적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는 엔지니어가 될 수 있는 사회분위기로 바뀌지 않으면 이건희회장의 이야기는 그대로 이루어질것입니다.

정신차리고 하루빨리 직장문화와 사회적분위기가 사농공상, 즉 기술자들을 업신여기고 대접을 해 주지 않는 지금 상태에서 선진국의 모습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고 밖에서 바라다 보는 저 또한 답답합니다.

그야말로 공돌이다 보니, 아는게 프로그램에 몇 안되는 종류의 시스템들이다 보니 요정도 밖에 글을 못 쓰겠네요.
열심히들 하십시오.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바뀌어야 살아남는다는것을 느끼는 위정자가 나와 사회분위기를 바꾸어 나갈것이라고 희망을 가져봅니다.

pokev25의 이미지

재미 있는점은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라는 대사가 떠오른다는거죠.

magingax의 이미지

한국을 세계에서 고립시키고.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해 시대를 꺼꾸로 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있습니다.
덜떨어진 아들 수발도 들어야되고..
바뀌어야 살아남는걸 안다고 해도 집권층 자신의 기득권.
그리고 자기가 그동안 열심히 해온일들이 부정되는 현실을 받아 들이지 않을껍니다.
바꾸고 살아남느니..이대로 기득권을 누리며 다같이 망하는 길을 택할껍니다..

LISP 사용자모임
http://cafe.naver.com/li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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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 개발업체
http://playhouseinc.co.kr

IsExist의 이미지

돈을 쥐고 있는 투자자나 운영자들의 문화가 아직 따라가지 못해서 그런것 같습니다.
애플의 창업이나 스티프 잡스의 성공 신화에 보면 투자가가 기술자를 대하는게
우리문화와는 많이 달라 보입니다.

1세대 S/W 개발자들이 좀더 성공해서 S/W 개발을 선도 했다면 지금의 모양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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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가 말한 우리를 파괴시키는 7가지 요소

첫째, 노동 없는 부(富)/둘째, 양심 없는 쾌락
셋째, 인격 없는 지! 식/넷째, 윤리 없는 비지니스

이익추구를 위해서라면..

다섯째, 인성(人性)없는 과학
여섯째, 희생 없는 종교/일곱째, 신념 없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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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ed-racer의 이미지

진짜 직장문화 확 다 바꿔야 하지요. 삼성이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대기업들이 망하더라도 경쟁력 있고 좋은 기업들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