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안 쓰는 프로그래밍 언어, 취업에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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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ackoverflow.com/questions/1897609/non-mainstream-languages-bad-for-your-resume

많이 쓰이지는 않는 언어로 프로그래밍한 경험은 프로그래머로 취업할 때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이 SO에 올라왔더군요.

채택된 답변은 많이 쓰이는 언어를 일단 배우고나서 그걸로 오픈소스에라도 기여한 경력을 만들라고 하고 그리고 채용하는 사람들과 직접 컨택하라고 조언합니다.

다른 사람의 답변 중에서 재밌는 건, 프로그래머들에게는 두 가지 타입의 일자리가 있는데, 하나는 그 회사에서 요구하는 툴과 언어들을 모조리 아는 사람들을 채용하는 타입이고, 나머지는 일단 최고의 인재를 뽑아놓고 회사에서 필요한 툴은 직접 교육시키는 타입이라고 합니다, 후자와 같은 회사가 많지는 않지만 그런 회사를 찾으라고 조언합니다.

Haskell을 잘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회사에서 Haskell을 쓰지 않더라도 저라면 채용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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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SICP(Structure and Interpretation of Computer Programs)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마법사의 책(Wizard Book)으로 알려진 이 책은 스킴(scheme)이라는 언어로 다루고 있습니다.
TIOBE Programming Community Index for December 2009에 의하면 15위로 1%로 안되는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컴퓨터 공학계에서 고전으로 뽑히고 있는 이유는 언어 때문이 아니라 무엇을 다루었느냐 때문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많이 쓰이는 언어로 프로그래밍을 했는지보다는 그 언어로 무엇을 해보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는가 생각이 됩니다. 원리를 단단히 익힌 사람은 다른 언어에도 쉽게 적응을 할 테니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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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SICP 대부분의 내용을 소화해 내는 순간,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로 특정 내용을 구현하는 방법은 단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겁니다.

드릴, 육각 렌치, 각종 드라이버, 남땜기 등으로 취미생활 하시는 분들은 이해할 겁니다. 때때로 어떤 일을 하는데만 사용하는 특정 툴이 있습니다. 그런 툴이 없어도 일은 할 수 있지만, 그런 툴의 있고 없음이 천국과 지옥 정도의 차이가 있는 툴들이 있습니다. 한 일주일 전에 그런 툴이 하나 꼭 필요한데 없어서 마침 갖고 있던 비슷한 자전거 체인 툴을 절삭하여 만들어 썼습니다.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는 마치 그런 특별한 툴과도 같습니다. 그 툴이 없어도 일을 할 수 있지만,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결국 그 툴을 구입하거나 그보다 못하더라도 만들어서 써야해요!

프로그래밍 언어 인기 순위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못합니다. 마치 가요 인기순위 같은 겁니다. 이를테면 정말 궁금한 것은 어떤 프로그래머 집단이 생산성이 높은가, 그들의 숙련도 분포는 어떻게 되는가, 벌이의 편차는 어떤가, 얼마나 빨리 숙련자가 될 수 있는가, 프로그래밍 언어 애착 정도는 어떠한가, 관련된 개념의 이해도는 어떠한가 하는 등등 단순 머리수가 아닌 집단의 질적 속성이 더 중요한데 그런것들은 알아 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어쩌면 그런 질적 속성에 대해서는 15위의 언어 집단이 1위 일지도 모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택하고 익혀서 다른 프로그래머 들보다 훨씬 높은 생산성으로 먹고사는데 사용하는 것입니다. 쉽지 않겠지만 순수한 재미로 익힌 언어로 밥벌이 또한 되면 기쁨이 안그런 경우보다 최소 두배이상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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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취업)을 떠나서 순수한 재미로써의 프로그래밍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돈 되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코볼 아닐까요? 순수한 재미로 코볼에 손대기는 불가능하겠고 돈 된다면 하겠다는 사람들은 있을 겁니다.

돈벌이를 미리 생각하고 Haskell을 혼자 익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순수한 재미 때문에,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는 막연한 nerd 기질로 시작하겠죠. 나중에 돈이 되어주면 고맙지만 아니라더도 즐겁던 기억은 남겠죠.

비슷한 프로그래밍 패러다임의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닌이상 A 프로그래밍 할 줄 아는 사람 뽑아서 B언어로 프로그래밍 시킨다는 것도 우스운 이야기 입니다. Haskell 프로그래머 뽑아서 C++나 Java 프로그래밍을 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C++나 Java 프로그래머를 뽑아서 Haskell 프로그래밍을 시키는 것이 맞겠죠. Haskell 프로그래머를 고용하기 어려울 경우, C++나 Java를 잘 하는 사람 중 골라서 Haskell 프로그래머로 만드는 거죠. 그 반대의 경우라면,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프로그래밍 한줄 할때마다 한숨만 쌓여갈 겁니다.

johan의 이미지

스스로 써놓은 것을 지금 다시 읽어보니 순수한 재미에 대한 제 주장이 어디선가 책에서 읽었던 것과 오버랩 되어서 찾아보았습니다.

http://mitpress.mit.edu/sicp/full-text/book/book-Z-H-3.html

요즘은 컴퓨팅 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해서도 좀 순수한 재미를 즐겨보려고 합니다 - 특히 지난날 경제적 혹은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못했던 취미들. 주위에서는 애들도 있는 다큰 어른이 왜 저런걸 하나 하는 시선도 좀 있지만, 그냥 그들은 순수한 재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치부하며 신경안씁니다. 연속 3번 추락후 연속 이틀간 추락없이 hovering 했답니다! :-)

런맨의 이미지

"hovering" 단어를 보는 순간 r/c헬기가 아닌가 생각되는군요.
저두 예전에 대학시절 관심을 두고 했었는데..지금은 다 까먹었는데
언젠가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다시 생기면 해보고 싶네요~

인생은 도박이다.

kyagrd의 이미지

http://www.haskell.org/haskellwiki/Haskell_in_industry

하스켈을 개발에 사용하는 업체들입니다. 물론 저 위키에 올라오지 않은 회사들도 있을 거고요. 저 중에서도 지금 제가 있는 동네 다운타운에 있는 건물 3층을 다 쓰고 있는 Galois라는 회사는 하스켈을 회사 내에서 주력 개발 언어로 사용하고 있고 수십 명의 하스켈 개발자들이 월급받고 다니고 있죠. 하스켈 메일링 리스트를 모니터링하시면 정기적으로 구인 광고도 올라옵니다. 제가 최근 두 번의 비정규직(인턴)은 하스켈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저 사이트는 하스켈 사용하는 회사만 나온 거고 OCaml 등 다른 함수형 언어를 사용하는 회사는 훨씬 더 많겠죠.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함수형 언어를 현업에서 도입하는 업체는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하스켈 말고 다른 함수형 언어의 경우는 바로 얼마 전인 작년말에 랑데브에서 주최한 DEAP 행사에서 오신 발표자들 중에는 테스팅 관련 솔루션을 개바랗는 슈어소프트 http://www.suresofttech.com/ 라는 곳에서 일하면서 현업에서 Erlang을 쓰시고 계시는 박달호 님이 계셨고, 소스코드 정적분석 도구를 만드는 http://www.spa-arrow.com/ 이라는 회사에서 OCaml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다른 회사들도 있을텐데 어디 정보가 한 군데 모여 있는 곳이 잘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함수형 언어 이외에 OOPL 쪽으로는 DEAP 행사에서 첫 발표를 해 주신 김승범 님께서는 컴퓨터 관련 교육 서비스 등을 연구하고 지원하는 파이니 연구소 http://piny.cc/ 에서는 스몰토크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외국에서는 비주류 언어를 사용하는 업체들도 개발자들끼리 그룹이나 연대를 하려고 노력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분위기가 좀 여유가 없는 면이 있어서 그런 연대나 교류가 상대적으로 덜 활발한 것 같아서 좀 아쉽긴 합니다. 국내 소프트웨어 관련 교육과정도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니까 번역한 아래 책 많이 교재로 써주세요 ㅠ.ㅠ 2쇄가 나오는 걸 보고 싶습니다 ㅎㅎ

@ 아 그리고 비주류 언어를 비록 주력 개발 언어로 쓰지는 않지만 그런 경험이 있는 개발자를 고용하는 업체들도 간혹 있는데, 그 이유는 비주류 언어 개발툴 문서나 커뮤니티를 찾아가면서 개발할 정도면 웬만한 다른 툴을 새로 배우라고 해도 거부감이나 두려움 없이 잘 찾아서 습득할 자세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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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s nothing so practical as a good theory. - Kurt Lewin
"하스켈로 배우는 프로그래밍" http://pl.pusan.ac.kr/~hask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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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s nothing so practical as a good theory. - Kurt Lewin
"하스켈로 배우는 프로그래밍" http://pl.pusan.ac.kr/~haskell/

sloth_의 이미지

많이쓰는 프로그래밍언어에 능숙하다는 전제하에선 도움이될테지만, 아니면은 큰 도움안될겁니다.

hongminhee의 이미지

Paul Graham의 다음 에세이도 읽어보세요. The Python Paradox

홍민희 (VLAAH, LangDe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