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집착, 그리고 이성과 감정

redneval의 이미지

우선 미국 역사학의 대가였던 제임스 하비 로빈슨을 글을 읽는 것으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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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우리는 어떠한 저항이나 별다른 감정없이 우리의 생각을 바꾸곤 한다.
그러나 우리의 잘못을 지적당하는 경우에는, 상대를 비난하고 우리의 생각을 바꾸길 거부한다.
우리가 어떤 믿음을 형성할 때에는 놀라울 만큼 경솔하지만,
누군가 우리의 믿음을 빼앗아 가려고할 때에는 그 믿음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게 된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생각 그 자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 의해 상처받는 우리의 자존심이다.
- 출처 : The Mind in the Making, 제임스 하비 로빈슨(James Harvey Robinson, 1863-1936)
(http://www.gutenberg.org/etext/8077)

영어원문
We sometimes find ourselves changing our minds without any resistance or heavy emotion,
but if we are told that we are wrong we resent the imputation and harden our hearts.
We are incredibly heedless in the formation of our beliefs,
but find ourselves filled with an illicit passion for them when anyone proposes to rob us of their companionship.
It is obviously not the ideas themselves that are dear to us, but our self-esteem, which is threate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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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을 읽고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안좋은 쪽으로 해석한다면, 잘못된 생각을 바꾸기를 거부하는 사람을 보며 `쓸데없이 자존심을 지키는 중이로군'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고,
좋은 쪽으로 해석해보면, 말을 할 때는 상대방의 자존심도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양쪽 모두 틀린 생각이 아닙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해보면 둘 다 일리가 있습니다.
다만, 전자의 해석은, 자신도 역시 언젠가는 `누군가가 자신의 믿음을 빼앗아 가려고할 때 쓸데없이 자존심을 지키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잊고 있거나 인정하기 싫은 것일 겁니다.
후자의 해석은, 자신도 똑같은 인간이고 그렇기에 자신 역시 실수를 할 수도 있기에, 관용을 베푸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것일 겁니다.

둘의 차이는 이성이나 논리의 차이가 아닌 감정의 차이입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만을 내세우면 참으로 각박한 세상이 될 것이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감정이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 이 당연한 것을 찾아보기 힘들어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고,
혹시라도 제 잘못은 없었는가 돌이켜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