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기사]리차드 스톨만 방한 후일담

조선일보 it 클럽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은
http//www.chosun.co.kr/w21data/html/news/200006/200006220070.html
에 있습니다.
--------------------------------------------------------------
"아우~~~~~~~~~~"
정보를 동영상으로 제작하는 컴슨의 김태진 사장은 사무실에서 가끔씩 소리를 지릅니다. 바로 글 첫머리에 있는 '아우'는 김 사장이 가끔 낸다는 늑대가 울부짖는 소리를 써 본 것입니다.
직원들의 증언에 의하면 "강한 힘으로 직원들을 찍어 눌러 더 열심히 일하라고 강요하기 위한 것" 또는 "같은 건물에 입주한 다른 벤처기업들을 향해 우리가 더 힘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지르는 소리"라는 두 가지 설이 있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강남의 한 빌딩에 입주해 있습니다. 빌딩에는 의료관계 벤처회사들, 카드 코리아, 비즈투비즈 등 벤처기업들이 둥우리를 틀고 있습니다. 다른 건물과 마찬가지로 밤 10시 무렵이면 관리인이 빌딩을 한바퀴 돈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은 이때 관리인을 붙잡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무실에 몇 명이 남아 있는가를 물어 본다고 합니다. 다른 사무실에 남아 있는 직원이 더 많으면 전화를 돌립니다. 그리고 질 수 없다며 퇴근한 직원을 회사로 불러들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회사 직원들이 사장을 무서워하지는 않습니다. 사장이 잘못한 경우 "이런 저런 것은 당신이 잘못했으니 책임지라"고 따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심한 경우는 "물어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더군요. 김 사장도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깨끗이 승복하고 고친다고 합니다.
정보통신 벤처기업에는 특이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만용 리눅스코리아 이사 이름을 아시는 분도 꽤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알짜 리눅스 배포판' 제작을 주도한 인물입니다 한동안 알짜는 국내 리눅스 배포판의 표준이었습니다.
얼마전 이 이사는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스티커 문신 한 움큼을 구입했습니다. 당시 옆에 있던 사람은 말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완강했습니다. 스티커는 한자로 힘력(力)자가 들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조직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주로 몸에 새기는 것입니다.
이 이사가 문신을 구입한 이유는 회사 직원에게 나눠 주기 위해서 입니다. 그는 전직원에게 팔에 문신을 새기라고 했다고 합니다. 힘내서 열심히 일하라는 것입니다. 자신도 문신을 새겼습니다. 리눅스코리아의 홍보책임자인 원안나씨의 증언에 의하면 그는 물이 닿으면 지워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몸을 닦아도 문신 부위에 물이 닿는 것을 며칠간 피했다고 합니다.
이만용 이사와 원안나씨는 지난 98년 결혼했습니다. 원안나씨는 이만용 이사가 "생긴 것과 달리 무사기질이 있다"고 합니다. 좀 과격하고 성격이 급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이만용 이사는 정말 성격이 이상한 사람을 만나 고생을 했습니다.
바로 카피 레프트의 성자라 불리는 리처드 스톨먼이 그 주인공입니다. 리처드 스톨먼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 회장은 '글로벌 리눅스2000'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14일 우리나라에 들어 왔습니다.
평생 빗어본 적이 없는 듯한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채,나타난 스톨먼의 주머니에는 피리가 꽂혀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 공용화(카피레프트) 운동인 GNU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스톨먼은 전 세계 해커와 리눅스 사용자들이 영웅으로 여기는 인물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스톨만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 컴맹이었던 저는 스톨먼의 'GNU선언문(kldp.org/root/gnu/manifesto-k.html)'을 읽고 컴퓨터란 물건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그는 자신의 감정에 지극히 충실했습니다. 행사장에서 미지 리서치의 황치덕씨 등이 한국 리눅스 발전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았습니다. 시상 순간 음악이 나오자 그는 음식 접시를 들고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참지 못하는 인물이었습니다. 14일 코엑스 리눅스2000행사장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그는 그것을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던 스톨먼은 존 맥피 미 상무부 정보통신 무역대표단장이 자기소개를 하자 "소프트웨어 독점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 정부는 부자에 의한,부자를 위한,부자의 정부”라 항의했습니다. 아마 맥피 단장은 스톨먼이 누군지도 몰랐을 것입니다. 또 처음 만난 사람이 그런 식으로 나온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16일 기자회견장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14일 만찬장에는 통역이 없었지만 16일에는 통역사가 참석했습니다. 그는 이날 여러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었습니다. 우선 그는 기자들에게 15일 자신이 한 강의에 참석했는가를 물었습니다. 물론 강의를 들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무려 2시간에 걸쳐 자유소프트웨어의 정신과 기원 등 평소의 주장을 설명했습니다.
기사를 보내야할 시간이 넘었는데 인터뷰는 시작도 못한 상태였습니다. 기자로선 난감한 순간입니다. 그래도 신문은 나와야 하기 때문에 전에 스톨먼이 한 이야기를 묶어 기사를 회사로 전송했습니다.
더 곤란을 겪은 사람은 통역사입니다. 스톨만은 통역사가 영어를 섞어 말하면 계속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가령 그는 소프트웨어라는 단어에 해당하는 한국말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이야기하는 도중 무심코 영어를 사용합니다. 특히 정보통신 계통에서는 영어를 유난히 많이 사용하는 편입니다.
또 통역하시는 분은 관련 용어를 국어로 잘 설명할 만큼 컴퓨터에 익숙한 분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스톨먼의 항의에 견디다 못한 통역사가 자리에서 내려가고 그 자리에 이만용 이사가 대신 앉았습니다.
방한중에 스톨먼은 이만용 이사의 원룸 아파트에 묵었습니다. 스톨먼을 따라다니며 안내한 것도 이 이사입니다. 게다가 전문용어를 많이 안다는 측면도 있어 그가 통역을 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공식석상에 일단 서자 평소와는 달리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스톨먼은 그런 이만용 이사를 배려해 천천히 다시 설명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스톨만과 그 동료들이 만든 프로그램들은 어떤 면에서 최고라는 평을 듣습니다. 또 누구나 그것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고칠 수도, 자신이 고친 프로그램을 나눠 줄 수도 있습니다. 그와 그가 이끄는 자유소프트웨어재단이 없었다면 지금의 리눅스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가 만일 타협하는 인물이라면 자유소프트웨어재단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팔아 부자가 됐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했습니다.
어제 만난 한 후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무난한 착한 사람보다는 훌륭한 나쁜 사람이 더 좋다." 착한 사람은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에 계속 귀를 기울이며 자신을 조금씩 버리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반면 일반적으로 나쁜 사람이란 다른 사람의 평을 신경 쓰지 않고 의지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세상일이란 보고 느끼기 나름이라 그 말도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매일 조금씩 더 무난해지려고 하는 내 모습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편에 속하십니까?
(백강녕 기자 young100@chosun.com)
^^^ [(:
그렇습니다...
참으로 동감하는...
지나가다가 너무나 가슴을 울리는 글을 만나...
그냥 한자 남겨 봅니다...
^^
권순선 wrote..
조선일보 it 클럽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은
http//www.chosun.co.kr/w21data/html/news/200006/200006220070.html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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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정보를 동영상으로 제작하는 컴슨의 김태진 사장은 사무실에서 가끔씩 소리를 지릅니다. 바로 글 첫머리에 있는 '아우'는 김 사장이 가끔 낸다는 늑대가 울부짖는 소리를 써 본 것입니다.
직원들의 증언에 의하면 "강한 힘으로 직원들을 찍어 눌러 더 열심히 일하라고 강요하기 위한 것" 또는 "같은 건물에 입주한 다른 벤처기업들을 향해 우리가 더 힘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지르는 소리"라는 두 가지 설이 있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강남의 한 빌딩에 입주해 있습니다. 빌딩에는 의료관계 벤처회사들, 카드 코리아, 비즈투비즈 등 벤처기업들이 둥우리를 틀고 있습니다. 다른 건물과 마찬가지로 밤 10시 무렵이면 관리인이 빌딩을 한바퀴 돈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은 이때 관리인을 붙잡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무실에 몇 명이 남아 있는가를 물어 본다고 합니다. 다른 사무실에 남아 있는 직원이 더 많으면 전화를 돌립니다. 그리고 질 수 없다며 퇴근한 직원을 회사로 불러들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회사 직원들이 사장을 무서워하지는 않습니다. 사장이 잘못한 경우 "이런 저런 것은 당신이 잘못했으니 책임지라"고 따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심한 경우는 "물어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더군요. 김 사장도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깨끗이 승복하고 고친다고 합니다.
정보통신 벤처기업에는 특이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만용 리눅스코리아 이사 이름을 아시는 분도 꽤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알짜 리눅스 배포판' 제작을 주도한 인물입니다 한동안 알짜는 국내 리눅스 배포판의 표준이었습니다.
얼마전 이 이사는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스티커 문신 한 움큼을 구입했습니다. 당시 옆에 있던 사람은 말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완강했습니다. 스티커는 한자로 힘력(力)자가 들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조직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주로 몸에 새기는 것입니다.
이 이사가 문신을 구입한 이유는 회사 직원에게 나눠 주기 위해서 입니다. 그는 전직원에게 팔에 문신을 새기라고 했다고 합니다. 힘내서 열심히 일하라는 것입니다. 자신도 문신을 새겼습니다. 리눅스코리아의 홍보책임자인 원안나씨의 증언에 의하면 그는 물이 닿으면 지워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몸을 닦아도 문신 부위에 물이 닿는 것을 며칠간 피했다고 합니다.
이만용 이사와 원안나씨는 지난 98년 결혼했습니다. 원안나씨는 이만용 이사가 "생긴 것과 달리 무사기질이 있다"고 합니다. 좀 과격하고 성격이 급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이만용 이사는 정말 성격이 이상한 사람을 만나 고생을 했습니다.
바로 카피 레프트의 성자라 불리는 리처드 스톨먼이 그 주인공입니다. 리처드 스톨먼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 회장은 '글로벌 리눅스2000'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14일 우리나라에 들어 왔습니다.
평생 빗어본 적이 없는 듯한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채,나타난 스톨먼의 주머니에는 피리가 꽂혀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 공용화(카피레프트) 운동인 GNU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스톨먼은 전 세계 해커와 리눅스 사용자들이 영웅으로 여기는 인물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스톨만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 컴맹이었던 저는 스톨먼의 'GNU선언문(kldp.org/root/gnu/manifesto-k.html)'을 읽고 컴퓨터란 물건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그는 자신의 감정에 지극히 충실했습니다. 행사장에서 미지 리서치의 황치덕씨 등이 한국 리눅스 발전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았습니다. 시상 순간 음악이 나오자 그는 음식 접시를 들고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참지 못하는 인물이었습니다. 14일 코엑스 리눅스2000행사장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그는 그것을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던 스톨먼은 존 맥피 미 상무부 정보통신 무역대표단장이 자기소개를 하자 "소프트웨어 독점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 정부는 부자에 의한,부자를 위한,부자의 정부”라 항의했습니다. 아마 맥피 단장은 스톨먼이 누군지도 몰랐을 것입니다. 또 처음 만난 사람이 그런 식으로 나온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16일 기자회견장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14일 만찬장에는 통역이 없었지만 16일에는 통역사가 참석했습니다. 그는 이날 여러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었습니다. 우선 그는 기자들에게 15일 자신이 한 강의에 참석했는가를 물었습니다. 물론 강의를 들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무려 2시간에 걸쳐 자유소프트웨어의 정신과 기원 등 평소의 주장을 설명했습니다.
기사를 보내야할 시간이 넘었는데 인터뷰는 시작도 못한 상태였습니다. 기자로선 난감한 순간입니다. 그래도 신문은 나와야 하기 때문에 전에 스톨먼이 한 이야기를 묶어 기사를 회사로 전송했습니다.
더 곤란을 겪은 사람은 통역사입니다. 스톨만은 통역사가 영어를 섞어 말하면 계속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가령 그는 소프트웨어라는 단어에 해당하는 한국말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이야기하는 도중 무심코 영어를 사용합니다. 특히 정보통신 계통에서는 영어를 유난히 많이 사용하는 편입니다.
또 통역하시는 분은 관련 용어를 국어로 잘 설명할 만큼 컴퓨터에 익숙한 분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스톨먼의 항의에 견디다 못한 통역사가 자리에서 내려가고 그 자리에 이만용 이사가 대신 앉았습니다.
방한중에 스톨먼은 이만용 이사의 원룸 아파트에 묵었습니다. 스톨먼을 따라다니며 안내한 것도 이 이사입니다. 게다가 전문용어를 많이 안다는 측면도 있어 그가 통역을 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공식석상에 일단 서자 평소와는 달리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스톨먼은 그런 이만용 이사를 배려해 천천히 다시 설명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스톨만과 그 동료들이 만든 프로그램들은 어떤 면에서 최고라는 평을 듣습니다. 또 누구나 그것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고칠 수도, 자신이 고친 프로그램을 나눠 줄 수도 있습니다. 그와 그가 이끄는 자유소프트웨어재단이 없었다면 지금의 리눅스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가 만일 타협하는 인물이라면 자유소프트웨어재단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팔아 부자가 됐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했습니다.
어제 만난 한 후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무난한 착한 사람보다는 훌륭한 나쁜 사람이 더 좋다." 착한 사람은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에 계속 귀를 기울이며 자신을 조금씩 버리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반면 일반적으로 나쁜 사람이란 다른 사람의 평을 신경 쓰지 않고 의지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세상일이란 보고 느끼기 나름이라 그 말도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매일 조금씩 더 무난해지려고 하는 내 모습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편에 속하십니까?
(백강녕 기자 young100@chosun.com)
RE: ^^^ [(:
저는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한번 생각해 볼수있게 해주네요,,
그리고 힘도 줍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ntown.net wrote..
그렇습니다...
참으로 동감하는...
지나가다가 너무나 가슴을 울리는 글을 만나...
그냥 한자 남겨 봅니다...
^^
권순선 wrote..
조선일보 it 클럽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은
http//www.chosun.co.kr/w21data/html/news/200006/200006220070.html
에 있습니다.
--------------------------------------------------------------
"아우~~~~~~~~~~"
정보를 동영상으로 제작하는 컴슨의 김태진 사장은 사무실에서 가끔씩 소리를 지릅니다. 바로 글 첫머리에 있는 '아우'는 김 사장이 가끔 낸다는 늑대가 울부짖는 소리를 써 본 것입니다.
직원들의 증언에 의하면 "강한 힘으로 직원들을 찍어 눌러 더 열심히 일하라고 강요하기 위한 것" 또는 "같은 건물에 입주한 다른 벤처기업들을 향해 우리가 더 힘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지르는 소리"라는 두 가지 설이 있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강남의 한 빌딩에 입주해 있습니다. 빌딩에는 의료관계 벤처회사들, 카드 코리아, 비즈투비즈 등 벤처기업들이 둥우리를 틀고 있습니다. 다른 건물과 마찬가지로 밤 10시 무렵이면 관리인이 빌딩을 한바퀴 돈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은 이때 관리인을 붙잡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무실에 몇 명이 남아 있는가를 물어 본다고 합니다. 다른 사무실에 남아 있는 직원이 더 많으면 전화를 돌립니다. 그리고 질 수 없다며 퇴근한 직원을 회사로 불러들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회사 직원들이 사장을 무서워하지는 않습니다. 사장이 잘못한 경우 "이런 저런 것은 당신이 잘못했으니 책임지라"고 따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심한 경우는 "물어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더군요. 김 사장도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깨끗이 승복하고 고친다고 합니다.
정보통신 벤처기업에는 특이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만용 리눅스코리아 이사 이름을 아시는 분도 꽤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알짜 리눅스 배포판' 제작을 주도한 인물입니다 한동안 알짜는 국내 리눅스 배포판의 표준이었습니다.
얼마전 이 이사는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스티커 문신 한 움큼을 구입했습니다. 당시 옆에 있던 사람은 말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완강했습니다. 스티커는 한자로 힘력(力)자가 들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조직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주로 몸에 새기는 것입니다.
이 이사가 문신을 구입한 이유는 회사 직원에게 나눠 주기 위해서 입니다. 그는 전직원에게 팔에 문신을 새기라고 했다고 합니다. 힘내서 열심히 일하라는 것입니다. 자신도 문신을 새겼습니다. 리눅스코리아의 홍보책임자인 원안나씨의 증언에 의하면 그는 물이 닿으면 지워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몸을 닦아도 문신 부위에 물이 닿는 것을 며칠간 피했다고 합니다.
이만용 이사와 원안나씨는 지난 98년 결혼했습니다. 원안나씨는 이만용 이사가 "생긴 것과 달리 무사기질이 있다"고 합니다. 좀 과격하고 성격이 급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이만용 이사는 정말 성격이 이상한 사람을 만나 고생을 했습니다.
바로 카피 레프트의 성자라 불리는 리처드 스톨먼이 그 주인공입니다. 리처드 스톨먼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 회장은 '글로벌 리눅스2000'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14일 우리나라에 들어 왔습니다.
평생 빗어본 적이 없는 듯한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채,나타난 스톨먼의 주머니에는 피리가 꽂혀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 공용화(카피레프트) 운동인 GNU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스톨먼은 전 세계 해커와 리눅스 사용자들이 영웅으로 여기는 인물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스톨만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 컴맹이었던 저는 스톨먼의 'GNU선언문(kldp.org/root/gnu/manifesto-k.html)'을 읽고 컴퓨터란 물건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그는 자신의 감정에 지극히 충실했습니다. 행사장에서 미지 리서치의 황치덕씨 등이 한국 리눅스 발전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았습니다. 시상 순간 음악이 나오자 그는 음식 접시를 들고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참지 못하는 인물이었습니다. 14일 코엑스 리눅스2000행사장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그는 그것을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던 스톨먼은 존 맥피 미 상무부 정보통신 무역대표단장이 자기소개를 하자 "소프트웨어 독점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 정부는 부자에 의한,부자를 위한,부자의 정부”라 항의했습니다. 아마 맥피 단장은 스톨먼이 누군지도 몰랐을 것입니다. 또 처음 만난 사람이 그런 식으로 나온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16일 기자회견장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14일 만찬장에는 통역이 없었지만 16일에는 통역사가 참석했습니다. 그는 이날 여러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었습니다. 우선 그는 기자들에게 15일 자신이 한 강의에 참석했는가를 물었습니다. 물론 강의를 들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무려 2시간에 걸쳐 자유소프트웨어의 정신과 기원 등 평소의 주장을 설명했습니다.
기사를 보내야할 시간이 넘었는데 인터뷰는 시작도 못한 상태였습니다. 기자로선 난감한 순간입니다. 그래도 신문은 나와야 하기 때문에 전에 스톨먼이 한 이야기를 묶어 기사를 회사로 전송했습니다.
더 곤란을 겪은 사람은 통역사입니다. 스톨만은 통역사가 영어를 섞어 말하면 계속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가령 그는 소프트웨어라는 단어에 해당하는 한국말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이야기하는 도중 무심코 영어를 사용합니다. 특히 정보통신 계통에서는 영어를 유난히 많이 사용하는 편입니다.
또 통역하시는 분은 관련 용어를 국어로 잘 설명할 만큼 컴퓨터에 익숙한 분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스톨먼의 항의에 견디다 못한 통역사가 자리에서 내려가고 그 자리에 이만용 이사가 대신 앉았습니다.
방한중에 스톨먼은 이만용 이사의 원룸 아파트에 묵었습니다. 스톨먼을 따라다니며 안내한 것도 이 이사입니다. 게다가 전문용어를 많이 안다는 측면도 있어 그가 통역을 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공식석상에 일단 서자 평소와는 달리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스톨먼은 그런 이만용 이사를 배려해 천천히 다시 설명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스톨만과 그 동료들이 만든 프로그램들은 어떤 면에서 최고라는 평을 듣습니다. 또 누구나 그것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고칠 수도, 자신이 고친 프로그램을 나눠 줄 수도 있습니다. 그와 그가 이끄는 자유소프트웨어재단이 없었다면 지금의 리눅스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가 만일 타협하는 인물이라면 자유소프트웨어재단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팔아 부자가 됐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했습니다.
어제 만난 한 후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무난한 착한 사람보다는 훌륭한 나쁜 사람이 더 좋다." 착한 사람은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에 계속 귀를 기울이며 자신을 조금씩 버리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반면 일반적으로 나쁜 사람이란 다른 사람의 평을 신경 쓰지 않고 의지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세상일이란 보고 느끼기 나름이라 그 말도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매일 조금씩 더 무난해지려고 하는 내 모습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편에 속하십니까?
(백강녕 기자 young100@chosun.com)
RE: [조선일보 기사]리차드 스톨만 방한 후일담
리차드 스톨만의 GNU 선언문을 접한것은 94년.
그의 말에 감동을 받은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것이죠.
다만.. 스톨만의 이야기는 너무 흑백이 분명하다는 거죠.
이세상은 흑백이 아닌데..
오픈소스라는 책에 나오는 펄의 제작자 래리 월의 이야기
를 한번씩 접해봄은 어떤지.
"빌(빌게이츠)과 스톨만은 양극단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스톨만쪽에 근접한 중간적인..."
뭐 이런 글이 있더군요.
뭐 어찌 되었던간에. 스톨만의 사상은 우리의 귀감이 되는
것이고. 다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나름대로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