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프로그래머로서 늙는다는것...

kmryu의 이미지

제가 아는 분중에 40대 초반인데도 현장에서 코딩을 하고 계시는 분이 있는데요.

가끔 새삼스럽게 제가 애길 합니다. "저도 그 나이가 되어서 차장님처럼 코딩을 할 수 있다면 행복하겠습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50대 후반의 개발자분의 홈페이지를 알게되었는데 자신의 애기를 게시판에 올리셨더라고요.

쭉 읽어보니 존경스럽다고 해야할지.. 다른 이들이 의아해 하는 모습들에도 아무렇지 않게.. 덤덤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웬지 가슴이 찡해지는게.. 말로 표현을 못하겠네요..

http://www.yongsun.pe.kr/Y_Career/career.aspx

ps.

이 분은 요즘 .NET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dos 이전 세대부터 코딩하셨던 분이...

brucewang의 이미지

저도 가능하다면 프로그래머로 쭈욱 살고 싶은데....
그러고 싶은데....
걱정만...

-------------------------------------------------
$yes 4 8 15 16 23 42

-------------------------------------------------
$yes 4 8 15 16 23 42

soungno의 이미지

저도 작지 않은 나이로 개발에 임하고 있지만, 저보다 훨씬 연배가 높은 신분들과 간혹 프로젝트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몇주 몇달 정도 지나고 나름 나이와 개발자의 상관 관계에 대해서 고민을 해봤습니다.

개발자는 순수한 지식 근로자입니다.
지식 근로자란 지식을 활용한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입니다.
또한 '지식이라 사물에 대한 단편적인 사실적, 경험적 인식을 말한다.' 하였습니다.
지식근로자 중 인류의 역사와 가장 오래 되었다고 할 수 있는 의사라는 직업이 있습니다.
의사를 만나고 바라 볼때 젋은 의사보다 나이가 있는 의사에게 신임이 더 가게 되는것은 왜 그럴까요?
바로 의사라는 직업이 지식노동을 제공하는 직업임에 그런것이고, 우리는 지식이 단순히 서적,미디어,교육등에서 뿐아닌 필수 적으로 경험적 인식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젋은 개발자 들이 오래된 선배 개발자들을 무시하는 모양새를 간혹 보게 됩니다.
그렇게 나이든 개발자를 무시하는 젋은 개발자들의 논리는 단순 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금 자신이 사용하는 것을 모른다는 것 입니다.
하지만 지식이라는 것은 그렇게 얇은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바를 잘하던 닷넷을 잘하던 그런 기술적 능력은 우리가 제공해야 할 가치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의사 중에서도 진단을 잘하는 의사와 수술을 잘 하는 의사등 자신이 특별이 잘하는 분야 가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제공해야할 가장 중요한 가치인 의술를 통한 인간의 회복과 행복 추구라는 명제는 그런 기술이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그러한 기술만으로 이루어 질수는 없는것 이겠지요.

소프트웨어를 개발 한다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요?
자바로 소스코드를 작성하고 디버깅 하고 빌드하고 결과를 보고 하는 것이 소프트웨어 개발이 추구해야할 가치의 모두가 아닐 것입니다.
사실 전 젋고 경험이 잛은 개발자들과 논쟁을 즐기지 않습니다.
오히러 경험이 오래된 즉 경험이 풍부 하신 개발자 분들과 논쟁이 훨씬 즐겁습니다.
그런 이유에는 젋은 개발자들의 오만함이 논쟁중 저의 의사를 불쾌하게 만드는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젋고 경험이 잛을수록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진리 인양 말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테크니컬 리뷰를 하다 보면 뻔한 결과지만 간혹 왜이렇게 했어? 라고 질문을 해야 할때 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전 개발한 개발자의 그당시 사고와 지식을 이해하고 싶어 물어 보는 것 입니다.
하지만 젋은 개발자 들은 대부분 자신의 사고나 지식을 이해 시키기 보다는 서적에 기술된 내용이나,시장에서 많이 쓰이는 몇가지 단어로 된 기술적 명제를 들고 나옵니다. 가령 아래와 같은 말을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이지요.
'자바에서는 원래 이렇게 해야 해요' ,'아 무슨무슨 패턴은 이렇게 해야 해요!'
그런데 들어보면 그들이 말하고 표현하고 보여주는 지식은 그게 다인 것 입니다.
젋은 그들이 말하고 이야기하는 지식이 결국 서점에 가서 사구려 따라해보기 책을 사도 습득할수 있는 지식이 다 인 것이지요.
전 그런 지식은 돈을 받고 제공할 만한 수준의 지식이라 생각 하지 않습니다.
누구든 책값 3만원과 조금의 시간만 투자 한다면 습득할수 있는 지식을 왜 천문학 적인 돈을 지불하며 이용해야 합니까?

10년 20년 개발을 하신 오랜된 개발자 분들은 그자체가 휼륭하고 존경받을 만한 것 입니다.
그분들은 10년 동안 20년 동안 그 오랜 시간 동안 실패와 성공 사회적 인간적 지식, 기술의 변화 등 책이나 단시간을 이용하여 습득할수 없는 경험적 지식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늙은신 개발자 분들은 아무리 단순한 코드라도 이게 왜 이렇게 되었어요? 라는 질문에 기술이나 유명한 서적의 인용이 없습니다.
다만 그분들은 '내가 생각할때...' 로 시작하여 자신의 경험적 지식에서 비롯된 자신이 이해한 사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그 정보를 활용한 지식을 어떻게 창발했는지를 설명 할 뿐입니다.

즉 책에 없는 새로운 창발적 지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젋은 사람들은 사고의 순발력이 뛰어 납니다. 젋은 사람들은 지식의 습득이 빠릅니다.
하지만 지식의 생산력면에서 경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젋은 사람들의 순발력과 습득의 이점을 상쇠 시키고도 남을 가치를 안겨 줍니다.
대한민국의 개발자들의 연령이 높아지고, 개발자들의 경험을 존중하고, 그들의 지식을 활용하는 사회가 도래해야 대한민국의 미래에 는 세계의 중심이 되는 IT강국의 자리를 차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잘 가야지.

김성진의 이미지

정신차려보니 저도 점점 퇴물이 되는 듯 합니다.

최근들어서 회사에서 소프트웨어를 기획하고, 설계하고, 리뷰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훈련없이 코딩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하나하고,

주위에 보고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있는 조직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 입니다.

저도 예전에 저질렀던 부끄러운 경험중 하나는 책 몇번 보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코딩을 할 수 있으면, 최고인 줄 알았다는 겁니다. 또 주위에서도 칭찬 받고 나이에 맞지 않게

이런저런 경험을 하기 시작하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상황이 오게 되더군요.

시간으로 보면 저도 거의 20년 가까이 소프트웨어 (초창기에는 게임이었습니다만)를 개발해 왔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진실을 깨닫기 시작한 것은 불과 3~4년도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모두가 다 공감하시지는 않겠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은 사실 공학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예술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학이라고 한다면, 영어로는 engineering으로 표현되는데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어떤 대상물을 제작하기 위해서 이전에 미리 정의된 프로세스 대로 따르면

이전과 균일한 제품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반면, 예술이라고 한다면 한마디로 "이 세상에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로 표현되고,

흔히 말하는 "장인" 이라고 하는 고풍스런 냄새를 풍기게 됩니다.

과연 소프트웨어는 어디에 속하는지 좀 깊게 고민해 보면 사실 간단히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림을 그린다고 예를 들어보면, 누구나 그림을 그리는 것을 학원에서 배울 수 있고,

어느 정도 훈련을 하면(공학처럼) 보편적인 수준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가치있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소수이고, 뼈를 깍는 고통의 훈련을 통해 도달해야 하는 어떤 경지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과연 소프트웨어 개발과 그림을 그리는 행위와 유사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의견차이가 있고, 논란이 있습니다만,

저의 경험을 놓고 보면 이게 제게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경험, 제 표현대로 라고 한다면 "훈련"이 매우매우 중요한 것 같고, 이 훈련은 그냥

혼자 벽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물론 간간히 천재들이 있습니다만..), 앞서 훌륭한 선배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보고

배우는 과정을 거쳐야만 제대로 된 개발자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제대로 된 개발은 40대 초반이 되어야지만 어느정도 구색이 갖춰진 제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개발자 수명이 30대 중후반으로 끝나는 현실은 소프트웨어 업계의 미래를

예측케하는 불행한 현실일 것 입니다.

제 스스로를 보고 생각해 보더라도, 지금도 같이 개발하는 개발자들의 코드와 설계 능력을 보고 있노라면,

많은 조언과 훈련이 필요함을 느끼고, 이건 어느 책에서 어떻게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은 확신합니다.

대한민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의 역사가 일천하기에 우리가 개척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애석하게도 저도 회사에서의 역할이 있다보니 업무의 10% 정도가 코딩이고, 20% 정도가 리뷰이고,

나머지가 기획이나 관리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나이가 많은 개발자가 스스로의 자존감도 살리면서 개발도 할 수 있는 직책, 예를 들면 아키텍터나 프로덕트 매니저와

같은 커리어를 개발하고 이러한 것들이 사회적으로도 많은 공감대를 가져오는 시기가 언젠가는 올 것으로 봅니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SI로 대변되는 IT 업계의 갑을병정과 같은 착취구조속에서 많은 분들이 소프트웨어 업계를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는 것으로 인해 황폐화되는 현실이고, 그로 인해 그 기간동안 쌓였던 많은 노하우나 경험들이

전승되지 않고 사라지는 것들입니다.

세계 어디를 살펴봐도(미국, 영국, 유럽, 호주, 일본..등등) 이런 구조에서 개발자를 밤낮없이 착취하는 SI구조는

본 적이 없는데, 도대체 이 나라의 정책을 수립하는 대가리들은 뭐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죄송합니다 갑자기 화가 나서)

특히, 착취의 가장 최상위 단계에 있는 대기업과 수퍼갑으로 행세하는 정부의 최저가 입찰제도 부터 시작해서,

어그러지고 왜곡된 이 현실이 답답하게 합니다.

이런 분야에서 일을 하시던 분을 채용해서 같이 일을 해 보면, 그 분이 매우 똑똑하고 훌륭한 자질을 가졌던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시달렸던지 소프트웨어 개발할 때의 기본을 거의 잊어버리고, 땜빵의 달인이 되어 그런 스타일이

몸에 배어버린 것을 자주 봅니다.

희망이 없는 곳은 지옥이니,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제가 환갑에도 코딩할 수 있는 그러한 곳을 꿈꿔 봅니다.

모두들 힘 내시지요.

고도의 추상화, 극도의 구체화, 에디슨을 그리워하다.

http://gamestar.tistory.com

고도의 추상화, 극도의 구체화, 에디슨을 그리워하다.

gurugio의 이미지


예전에 처음 프로그래밍을 공부할때는
대선배님들이 가신 길을 따라가려고
어셈블리로 DOS용 프로그램부터 만들었습니다.

그때가 2000년대 초에 막 자바가 천하를 재패할거라니 .net이 이긴다니
엔터프라이즈가 대세라는 소문이 많았습니다.
그러더니 금방 임베디드가 대세라고 하고..

어쨌든 도스 프로그램부터 시작해서 이제 겨우겨우 커널 공부하고
리버스 엔지니어링/디버깅 쪽을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쯥...이런 속도로 하다가는 평생 엔터프라이즈는 못해보고
상위 서비스도 손을 못대보겠습니다.

대선배님들의 내공이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경험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확신은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믿어져서 믿고 계속 그렇게 노력하는 거지요.
하나하나 알고 넘어가야 깊이가 쌓인다고 박철이사님께서 말씀해주셨는데
저도 항상 되세기는 말입니다.
그냥 그때 닥치는대로 써서 되면 넘어가는게 아니라 잘 알고 넘어가도록 노력해야 할것 같습니다.

----
세상을 바꾸는 것은 단 한 사람. 오직 하나님의 사람뿐이다.
개인 홈페이지가 생겼습니다 http://caoskernel.org
어셈러브를 개편중입니다 http://www.asmlove.co.kr

kmryu의 이미지

솔직히 서글픈 생각도 없지않아 있었습니다. 왜... 서글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저도 잘 설명이 안됩니다.

감정표현을 잘 못해서 제가 느낀게 서글픔인지 어떤 감격적인 느낌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위에 좋은 글들을 써주셨는데 위안같은걸 느끼는건 또 뭔가요.. 스스로 느끼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겠네요.. -_-;

어머님, 아버님 연세가 되시는 그 나이때까지.. 그렇게 늙어서까지 코딩하는게 솔직히 저는 처량하게 보는 걸까요?

저도 제가 10년 후의 모습이 어떻게 되길 바라는지 모르겠습니다. 김용선님의 현재 모습과 글을 읽고 혼란스러워 졌다고 할까요..

누구보다 제 직업에 자부심이 강한데.. 어느날 갑자기 미래로 가서 50대 후반의 제 모습일지도 모를 분을 보고나서 화들짝 놀란건지...

환갑때까지 코딩하겠다는 생각이 흔들리는게 사실입니다. 왜 흔들리지는 모르겠습니다.. 왜 서글픔과 위안같은걸 느끼는지도 모르겠고요.

어쩌면 저도 개발자이지만 얼마나 그 길이 힘들었을지 짐작이 되어서 그런게 아닐까도 싶습니다..

모르겠군요..

정말 그 이유뿐인지..

yuni의 이미지

저와는 정반대의 느낌을 받으셨군요.
저는 프로그래머는 아니고, 엔지니어입니다. 디자인, 설계, 해석, 그 다음은 시공에서 알아서 해 줍니다.

저의 주위엔 50대는 물론이고 80이 가까운 엔지니어들도 즐겁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옆에서 보면 그들의 열정이 20-30대에 못지 않던데요.

그 분들을 보면서 한 우물을 판 대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의 미래라면, 저의 미래는
밝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
부양가족은 많은데, 시절은 왜 이리 꿀꿀할까요?
=====================
"지금하는 일을 꼭 완수하자."

==========================
부양가족은 많은데, 시절은 왜 이리 꿀꿀할까요?
=====================
"지금하는 일을 꼭 완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