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과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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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게시판에서 어느 분이 익명성과 정체성을 온라인 상에서 동시에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 글을 올리셨는데 평소에 이런 점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생각나는 대로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회원가입을 해야만 하는 사이트도 싫어하고 회원가입이 전혀 필요없는 시스템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말이 좀 이상한데, 여기서 "회원가입"은 해당 사이트를 이용하기 위해서 본인의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주민등록번호라는 아주 좋은(?)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지만 이제는 회원가입시에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지 않는 곳이 오히려 거의 없고 개인정보를 모으는 것과는 별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개인 사이트들도 가입시에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됩니다. 조금만 지나면 거의 습관처럼 되어버리지 않을까요. 그래서 언제부터인가는 그런 사이트 가입용 가짜 주민등록번호도 따로 마련해 놓기도 했지만 어차피 여기저기 가입하면서 이미 많이 뿌려진 번호인지라 이제는 별로 소용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상 대한민국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개인정보인데 말이죠.

그런 반면에, 회원가입이 전혀 필요없는 곳 역시 나름대로의 장점-누구나 쉽게 글을 올릴 수 있다-이 있긴 하지만 예전에 이곳에서 그런식의 게시판을 운영하면서 워낙에 데었는지라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습니다. 이곳 KLDP BBS역시 관리자로서 마우스 클릭 몇번으로 가입과정 없이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게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지요. 사용자 관리나 게시물 관리가 매우 강력하면서도 편리하게 이루어지는 phpbb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그런것에 있고요. 하지만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읽기만 하고 실제 글을 올리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좀 모순되는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홈페이지를 운영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좀더 많은 사람들이 좀더 자주 들어와서 좀더 많은 글을 올리기를 바라고,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되길 원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사람들이 서로 예의를 잘 갖추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좋은 분위기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느낀 것은 그 두가지가 절대 공존하기 어려운 점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지금처럼 일단 id와 이메일 주소만을 가지고 각 사용자들을 구별할 수 있는 식으로 구성을 했습니다만 실제로 사용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느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재는 이메일 주소 자체가 유효한지 그렇지 않은지 체크를 하지 않고 있어서 가짜로 이메일을 넣어도 사용자 등록이 가능합니다만(대신 그렇게 되면 답글 통보 등의 매우 편리한 기능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겠지요) 옵션만 살짝 바꾸면 해당 이메일 주소로 메시지를 보내어 그 메시지를 직접 읽어야만 실제로 사용자 등록이 되도록 할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다른 사람들은 온라인 상에서의 익명성과 정체성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pynoos의 이미지

제가 관심있는 주제중의 하나군요...

사실 진부한 주제일 수 있는 "온라인상의 정체성"에 대한 것은 이 사회가 인터넷이
없이는 살 수 없을 수준으로 바뀌기전까지는 계속 논의 될 것입니다. 따라서
단편적인 면보다는 생활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봐야 할 것이며, 그 맥락은 도시라는
생활 양태, 전화라는 빠른 통신 수단의 발달이 가져온 사회의 변화, 익명성에서의
심리적 도피에 대한 연구등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자라나는 아이들이 30대가 될 즈음에, 즉 "네트웍하기 위해 태어난" 세대가
사회 주류가 된다면, 상당히 정리가 될 문제라 생각됩니다만, 그들은 우리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아니므로 지금의 이 문제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예의바른 자유로움"을 요구하는 것이며, 이것은 사실 50대에게 문자메시지 보내는
법을 가르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군요. 제 의견을 좀더 다듬는다면, 이제
잘해봐야 5~6년정도된, 훈련되지 않은 생활 패턴을 바꾸어야한다는
노력이라는것입니다.

뜬 구름 잡는 얘기는 여기까지.. :D

저는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을 자주보는 편인데, 거기에 있는 사용자의견란을 거의
안봅니다. 본다면 추천순으로 제일 많은 것 몇가지만 보죠. 아마, 그렇게 용감한
비난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익명성이라는 안전(?)장치가 있기때문이겠죠. 그런
익명성을 제거하는 것이 그런 들을 없애는 해결책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것보다는 그
게시판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윤리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좀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몇명의 관리그룹에서 인터넷 윤리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사이트를 운영하고,
지속적으로 그 사이트에 오는사람들에게 윤리수준을 높일 행동을 요구하는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면, 아마 익명으로 운영을 해도 점점 정화되지 않을까합니다.

vim의 QQ 는 글길이를 잘라 정리하는데 정말 도움이...........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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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이라는 것은 바른 말 하면 잡아가는 독재 국가에서만 유용한 수단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왜 익명이 필요한가요?

pynoos의 이미지

질문이죠? :)

(준영님의 글은 다른 사람에 비해 날카로와서 아주 꼼꼼하게 읽어야...)

질문여부를 떠나, 익명 혹은 익명성이라는 단어의 이해정도에 따른 차이를 조정하는 의미에서
제가 생각하는 익명 혹은 익명성에 대한 것은 서술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의 모든 사람이 서로 잘 알고, 매일 아침 타는 버스에 모든 사람을 알며,
TV 방송에 나오는 길거리 풍경에 아는 사람들이 매일 나오면 항상 편하지만은 않고, 뭔가 갖힌 느낌을 갖는 것처럼
때로는 거리를 두고 모르는 사람들과 모르며 지내는 것이 편할때가 있습니다.
그런 거리를 두는 것을 익명성이라 하는 것이겠지요.

vacancy의 이미지

사실 개인 정보 유출이나 스팸 메일 같은게

어디 가입할때(등등) 자신의 정보를 기입하기 싫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가 되어가고 있는것 같은데요.

warpdory의 이미지

방준영 wrote:
익명이라는 것은 바른 말 하면 잡아가는 독재 국가에서만 유용한 수단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왜 익명이 필요한가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사회는 아니죠.

한 예를 들어서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학교에서 이러이러한 점이 나쁘니 이렇게 고치자.' 라고 하면 득달같이 담당자에게 전화가 옵니다. '그런 글을 쓰면 학교 이미지에 나쁘니 일단 만나서 얘기하고 그 글은 지운다.' 라는 요지의 글이죠.
물론 .. 그 지적사항은 고쳐질 턱이 없습니다.

학교라는 곳에서 이럴 정도면 더 큰 조직인 국가라는 곳으로 들어가면 더 심해집니다. 어느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지 않고선 행정기관에 민원을 넣어봐야 서류에서 끝나버립니다. 담당자 선에서 짤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게 민주주의 사회일까요 ?


---------
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 엘프의 인사, 드래곤 라자, 이영도

즐겁게 놀아보자.

익명 사용자의 이미지

akpil wrote: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사회는 아니죠.

한 예를 들어서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학교에서 이러이러한 점이 나쁘니 이렇게 고치자.' 라고 하면 득달같이 담당자에게 전화가 옵니다. '그런 글을 쓰면 학교 이미지에 나쁘니 일단 만나서 얘기하고 그 글은 지운다.' 라는 요지의 글이죠.
물론 .. 그 지적사항은 고쳐질 턱이 없습니다.

학교라는 곳에서 이럴 정도면 더 큰 조직인 국가라는 곳으로 들어가면 더 심해집니다. 어느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지 않고선 행정기관에 민원을 넣어봐야 서류에서 끝나버립니다. 담당자 선에서 짤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게 민주주의 사회일까요 ?


민주사회가 아니면 독재국가란 논리는 흑백논리라고 생각합니다.
warpdory의 이미지

방준영 wrote:
akpil wrote: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사회는 아니죠.

한 예를 들어서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학교에서 이러이러한 점이 나쁘니 이렇게 고치자.' 라고 하면 득달같이 담당자에게 전화가 옵니다. '그런 글을 쓰면 학교 이미지에 나쁘니 일단 만나서 얘기하고 그 글은 지운다.' 라는 요지의 글이죠.
물론 .. 그 지적사항은 고쳐질 턱이 없습니다.

학교라는 곳에서 이럴 정도면 더 큰 조직인 국가라는 곳으로 들어가면 더 심해집니다. 어느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지 않고선 행정기관에 민원을 넣어봐야 서류에서 끝나버립니다. 담당자 선에서 짤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게 민주주의 사회일까요 ?


민주사회가 아니면 독재국가란 논리는 흑백논리라고 생각합니다.

독재라는 말은 한 적 없습니다. 아직 민주주의 사회는 아니라는 거죠. 겉으로야 민주주의를 표방하겠습니다만 ... 여전히 ... 독재가 판치고 있지 않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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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 엘프의 인사, 드래곤 라자, 이영도

즐겁게 놀아보자.

권순선의 이미지

민주주의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고요.

약간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만약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디선가 듣기로는 게시판 등에 글을 올릴 때 항상 실명 인증을 거친 후에 글이 올라갈 수 있도록 강제하는 조항이 검토중에 있다는 이야기를 어렴풋이 들었던 것 같은데 그점에 대해서는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

저도 이곳이 제가 운영하는 사이트이기 때문에 제 id는 실명으로 만들었지만 다른 곳에서는 될 수 있으면 실명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다른사람들도 거의 모두 실명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곳에서 혼자만 실명을 쓰면 웬지 기분이 이상하고, 특히나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몇 번 실명을 썼다가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계셔서 (dcinside등) 그뒤로는 절대 실명을 쓰지 않습니다. :)

익명 사용자의 이미지

사회는 민주주의도 아니며 독재도 아닙니다.
그러나 점점 민주주의로 이동하는것은 확실합니다.

사회전반적인 관점에서, 저는 익명이용을 옹호합니다.
인터넷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였습니다. (SMTP가 대표적이었죠.)
그러나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자본주의가 유입되었고 이것이 인터넷을 변질시켰습니다.
저는 "자본주의", "상업화" 때문에 익명이용을 선호합니다.

상대를 믿고 자신의 정보를 제공했으나 이제는 그렇지 못합니다.
제공하는순간 수십군데로 조용히 빠져나가거든요.
약관에 어느 곳으로 빠져나가는지 나오는 곳은 그나마 양반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모호한 "제휴사"라는 말로 뭉뚱그려 나옵니다.
제휴사의 제휴사로 빠져나가는것까지 감안한다면.. 전세계로 퍼진다고 하는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자신이 제어하지 못하는 통로로 자신의 정보가 새나가는걸 보면 화가 납니다!

제로보드의 주민등록번호 시스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DB 해킹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합니다. 제 경우엔 허접한 스크립트 어택으로 2시간만에 성공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가장 문제삼는것은 이 민감한 정보를 사용자들이 "아무 생각없이" 입력하도록 유도했다는 겁니다.
개인홈에서, 혹은 동호회 홈에서 주민등록번호가 굳이 필요할까요?
(그런면에서 제로보드 개발자는 큰 잘못을 한겁니다. 정보보호에 아무 생각없는 개발자가 수많은 사용자를 물들였습니다. 개인(혹은 동호회)홈에 주민번호 입력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보마인드에 문제가 있는겁니다. 상업주의에 물들은 잘못된 인터넷 문화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겁니다.)

인터넷이 대중화 되기 전에는 주민등록번호는 타인에게 알려줘서는 안되는 중요한 정보였습니다.
주민등록번호 체크루틴은 여전히 국가 기밀이기도 합니다. (간첩이 아무 숫자나 넣은 가짜 번호를 들고다닐까봐 그랬다죠.. 요즘엔 지문전산화로 지문체크를 하지만요.)

인터넷에서도 개인정보 비보호는 정보통신부가 가장 앞장서 있습니다.
쓴소리 듣기 싫으니까 실명제 실시했죠.
정통부 부터가 개판인데 업체들이 제대로 할 리 없죠.
차라리 주민등록 전산망을 개방하고, 개인별 IP를 부여해서 마우스 혹은 키보드에 지문만 대면 IP가 자동으로 세팅되는 시스템을 만들라고 "비꼬고" 싶습니다.

익명 사용자의 이미지

akpil wrote:
독재라는 말은 한 적 없습니다. 아직 민주주의 사회는 아니라는 거죠. 겉으로야 민주주의를 표방하겠습니다만 ... 여전히 ... 독재가 판치고 있지 않습니까 ?

저는 "우리나라"란 말을 쓰지도 않았는데요. :( 저는 일반적인 경우의 "민주사회"에서 왜 익명이 필요한지를 물은 것입니다.

아무튼, 제가 "왜 민주사회에 익명이 필요한가"라고 물었을 때 akpil님은 우리 사회는 민주사회가 아니라고 했고, 두가지 예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떻게 그 두가지 상황에서 익명이 실명보다 나은 장점이 있는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게시판에 실명으로 쓰면 전화해서 지워달라고 한다 - 익명으로 되어 있는 글은 양해 없이 바로 지워도 누가 뭐라고 할 수 없습니다. 글쓴 사람 본인이 지웠는지 관리자가 지웠는지는 아무도 모르거든요. 행정기관에 민원을 넣는 것 - 공무원 입장에서 보면 익명 민원은 받는 순간 바로 폐기해도 아무 문제가 안됩니다. 민원 자체의 신빙성을 믿을 수가 없고, 민원자가 나중에 접수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jedi의 이미지

익명성,정체성 두가지 모두 정신적인것으로 봐야 합니다.
실명인증이 어쩌구 회원가입이 어쩌구 이런걸로 강제한다고
이루어질 수 있는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피해갈 구멍은 항상 존재하고, 오히려 피해가기 위해서 잔꾀만 늘어가죠.

공중도덕, 예절을 지키는 것과 같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저의 눈에는 실명인증, 회원가입 등 일련의 행동이 돈벌기 위해서 하는 짓인데
익명성이 어쩌구 하면서 가면을 쓰고 나타난것으로 보입니다.

+++ 여기부터는 서명입니다. +++
국가 기구의 존속을 위한 최소한의 세금만을 내고, 전체 인민들이 균등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착취가 없는 혁명의 그날은 언제나 올 것인가!
-- 조정래, <태백산맥> 중에서, 1986년

warpdory의 이미지

방준영 wrote:
akpil wrote:
독재라는 말은 한 적 없습니다. 아직 민주주의 사회는 아니라는 거죠. 겉으로야 민주주의를 표방하겠습니다만 ... 여전히 ... 독재가 판치고 있지 않습니까 ?

저는 "우리나라"란 말을 쓰지도 않았는데요. :( 저는 일반적인 경우의 "민주사회"에서 왜 익명이 필요한지를 물은 것입니다.

아무튼, 제가 "왜 민주사회에 익명이 필요한가"라고 물었을 때 akpil님은 우리 사회는 민주사회가 아니라고 했고, 두가지 예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떻게 그 두가지 상황에서 익명이 실명보다 나은 장점이 있는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게시판에 실명으로 쓰면 전화해서 지워달라고 한다 - 익명으로 되어 있는 글은 양해 없이 바로 지워도 누가 뭐라고 할 수 없습니다. 글쓴 사람 본인이 지웠는지 관리자가 지웠는지는 아무도 모르거든요. 행정기관에 민원을 넣는 것 - 공무원 입장에서 보면 익명 민원은 받는 순간 바로 폐기해도 아무 문제가 안됩니다. 민원 자체의 신빙성을 믿을 수가 없고, 민원자가 나중에 접수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익명 민원 얘기가 아닙니다. 실명으로 넣어도 웬만한 민원은 씨알도 안 먹힙니다. 언론에서 흔히 말하는 심심하면 폭력을 쓰는 시위가 발생한다는 데 다 이유가 있습니다. 저희 동네만 보더라도 옆에 서해안 고속도로(지금은 영동고속도로 인천구간)가 뚫리면서 고속도로 바로 옆이라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서 방음벽을 설치해 달라고 근 2 년 넘게 민원을 넣었지만 씨알도 안 먹혔지만, 결국 구청 가서 담당자 멱살잡고 욕하고 나서야 방음벽 설치가 되더군요.

자 이런 얘기는 빼버리고 ...

민주사회에 왜 익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 일반적이라면 ? 아니겠죠. 필요합니다. 내가 버스표 사면서 '주민번호 어쩌구 저쩌구, 주소 어쩌구 저쩌구 악필' 이러면서 버스표 사는 것도 아니고 식당에 가서 설렁탕 시키면서 역시 주민번호 대면서 먹는 것도 아니지요. 물론, 버스표 사면서 주민증 보여주고 실명 확인한 다음에 팔면 표받고 도망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역시 설렁탕주인도 마찬가지지만, 서로 간에 믿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도심지에 있는 식당이나 패스트 푸드점에서나 선불이죠.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그 믿음을 키우도록 교육제도를 만들고 실천하는 것이지 '실명 아니면 글 못 써' 이런 건 아니라는 겁니다.

control 을 통제로 보느냐 관리로 보느냐의 차이라고 봅니다. 통제가 '이쪽으로 가, 저쪽으로 가' 이런 거라면 관리는 '해안가에 바위가 많아 위험하니 신발 신고 가세요.' 이런 거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정부... 관료집단.. 작게 봐서 공무원은 통제에 익숙합니다. 그러면 ... 만일 인터넷 실명제가 되면 그것은 결국 개인에 대한 통제 수단이 될 뿐입니다. 그래서 반대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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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 엘프의 인사, 드래곤 라자, 이영도

즐겁게 놀아보자.

errai의 이미지

웹이 대중화 되기전 vt 환경의 BBS들은 모두 실명으로 잘 운영되었지 않습니까. 아이디와 이름이 공개되어 있는데도 별다른 꺼리낌 없이 토론이나 비판을
할 수 있었고, 우려할만한 사건도 없었던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과는 다르게 사용자 층이 정신적으로 성숙한 분들이어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아직 익명의 장점을 다들 모르고 실명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어서
그랬을까요. 민주주의와 실명,익명은 별로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것은 얼마나 떳떳하게 자기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가 하는
마음가짐의 차이 아닐런지요. 그렇게 본다면 남이 알아본다고 해서 실명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뭔가 깨림찍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무언가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인간의
본성에 포함되어 있는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pynoos의 이미지

akpil wrote: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그 믿음을 키우도록 교육제도를 만들고 실천하는 것이지 '실명 아니면 글 못 써' 이런 건 아니라는 겁니다.

control 을 통제로 보느냐 관리로 보느냐의 차이라고 봅니다. 통제가 '이쪽으로 가, 저쪽으로 가' 이런 거라면 관리는 '해안가에 바위가 많아 위험하니 신발 신고 가세요.' 이런 거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정부... 관료집단.. 작게 봐서 공무원은 통제에 익숙합니다. 그러면 ... 만일 인터넷 실명제가 되면 그것은 결국 개인에 대한 통제 수단이 될 뿐입니다. 그래서 반대하는 거지요.

동의합니다. 통제와 관리라는 단어가 저에게는 뉘앙스가 같이 들리긴 하지만, akpil
님의 말로 제 의견을 더하자면, 정부가 해야할 일은 사회분위기에 대한 방향성(관리)을
정책으로 선택해야할 뿐이지 사람이(정부관할 국민이) 행동해야할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정책으로 선택한다는 말을 자세히 하자면, 여러 단체에서 제시하는 방법을 듣고,
방법과 그것에 깔려있는 사상들을 종합하여 국민의 현재의 정서상태에 가장 적합한
것을 반영한 보다 "국가적인 관리의 방향성", (즉, "통제"가 아닌)을 제시해야하는
것입니다.

위에 쓴 제 말을 반복하는 것입니다만, 이번에는 정부역시, 윤리수준에 대한
주문을 해야하지 "윤리수준에 대한 대안없이 법적인 대응논리를 앞세워" 해결하려는
것은 익명성을 악용하는 것이나 그것을 막으려는 것이나 수준 낮다라고 밖에는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런 의도에서 사이트 관리자의 역할도
윤리수준에 대한 대안없이 시스템으로 해결하려는 것도 같은 말로 평가할만하다
하겠습니다.

P.S. 제가 말하려는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항상 따옴표(" ")로 묶습니다. 그래야
다른 곳으로 인용을 해도 기호로서 전달되지 굵게 표현하면 옮길때 저자의 의도가 사라집니다.

pynoos의 이미지

잠시 논의를 정리하자면,

* 가입할 때, (관리자와의 관계)
1. 실명확인 시스템을 통한 가입
2. 실명 권고하지만 시스템을 통하지 않은 가입
3. 익명 허용 가입
4. 가입하지 않고 사용(쓰기) 가능

* 활동할 때, (회원간의 관계)
1. 회원간의 실명확인
2. 공개여부 선택
3. 가입하지 않고 활동가능

본 논의가 "관리자와의 관계"와 "회원간의 관계"가 섞여 있는 것 같아 나름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권순선의 이미지

pynoos wrote:
잠시 논의를 정리하자면,

* 가입할 때, (관리자와의 관계)
1. 실명확인 시스템을 통한 가입
2. 실명 권고하지만 시스템을 통하지 않은 가입
3. 익명 허용 가입
4. 가입하지 않고 사용(쓰기) 가능

* 활동할 때, (회원간의 관계)
1. 회원간의 실명확인
2. 공개여부 선택
3. 가입하지 않고 활동가능

본 논의가 "관리자와의 관계"와 "회원간의 관계"가 섞여 있는 것 같아 나름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저는 가입할 때의 경우 3번, 활동할 때는 2번을 선호합니다.

익명 사용자의 이미지

토론 주제를 다시 읽어보니, 실은 익명성과 정체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었습니다. 익명성은 영어로 anonymity이고 정체성은 identity입니다. 익명성은 이름이 없다는 뜻이고 정체성은 남들과 뚜렷이 구분되는 특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익명성이 있으려면 남들과 구분이 안되어야 하고, 정체성이 있으려면 기본 조건으로 이름이 있어야 합니다.

반면 어떤 분은 익명을 비실명과 혼동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인터넷 아이디는 비실명이지 익명이 아닙니다.

익명을 허용함으로써 당장 예측할 수 있는 사실은 게시판이 엉망진창이 될 것이란 점입니다. 도배글, 광고글, 남을 비방하는 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하지만 익명성의 옹호자들은 거기에 대해서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합니다.

pynoos의 이미지

방준영 wrote:
토론 주제를 다시 읽어보니, 실은 익명성과 정체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었습니다. 익명성은 영어로 anonymity이고 정체성은 identity입니다. 익명성은 이름이 없다는 뜻이고 정체성은 남들과 뚜렷이 구분되는 특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익명성이 있으려면 남들과 구분이 안되어야 하고, 정체성이 있으려면 기본 조건으로 이름이 있어야 합니다.

반면 어떤 분은 익명을 비실명과 혼동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인터넷 아이디는 비실명이지 익명이 아닙니다.

토론이라함은 역시 각자의 생각을 상대에게 비추어가면서 자신이 생각했던바를 더 명료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D

익명과 비실명을 혼동한다는 것은 서로가 깊이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좋은 지적입니다. 또 논의를 정리하게 되는 군요.

준영님의 의견에 따르면, 우리가 구별해야할 것은

1. 익명 (이름이 구별되지 않음)
2. 비실명
3. 실명

이렇게 구별할 수 있겠군요.

다시 정리하면,

* 가입할 때, (관리자와의 관계)
1. 실명확인 시스템을 통한 가입
2. 실명 권고하지만 시스템을 통하지 않은 가입
3. 비실명 허용 가입
4. 가입절차 없거나 강제하지 않음.

* 활동할 때, (회원간의 관계)
1. 회원간의 실명확인
2. 공개여부 선택
3. 가입하지 않고 활동(쓰기/읽기)가능

말도 약간 다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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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제가 정리한 바에 의하면,
비실명허용가입에 공개여부 선택( phpBB 처럼 )에 의한 운영을 좋아합니다.

제가 익명/비실명 토론을 싫어하는 이유중 하나는, 글을 쓰고 읽는데 있어서,
너무 오해가 심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글 쓰는 사람이나, 글을 읽는 사람이나
답글로 문제 제기하는 방법에서 너무 훈련이 안되어 있는데 있습니다.
될 수 있으면, 토론은 가슴으로 하는 것보다 머리로만 하는 것이 유익합니다.

어떻게 하면, 올바른 토론 문화를 이끌 수 있을 지도 전 요즘의 생각 중 하나 입니다.

또한 "펀 글"을 좋아하면서도 우려하는 것은 출처가 불분명한 것에 있습니다. 사실 유머라할 지라도.. 펀 글이면, 어디서 가져왔다든지의 정확한 URL이 아닐지라도 사이트 명이라도 써야하는데 그냥 쓰는 것이죠.
그게 유머니까 넘어가는 것이지, 정확도를 요구하는 출처에 관계된 것이라면, 아주 나쁜 습관이며, 게다가 그것이 감정이 들어간 토론에서라면,
점점 신뢰성 없는 토론을 하게 됩니다.

제 생각에 익명/비실명 토론이라 할 지라도, 토론하는 자세가 되어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토론은 자기 생각을 정교하게 다듬는 것을 전제로해야지, 설득을 전제로 하면 점점 이상한 방향(비방성, 욕)으로 흐르더군요.
물론 토론의 전제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신동익의 이미지

익명성과 정체성은 둘다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상에 어떤 말을 할때 공익을 위해서 옳은 일이지만 자신에 대해 숨기는 것이 필요한 경우, 인터넷의 익명성을 사용하는 것이 결코 나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차라리 글쓴이의 접속경로 까지도 추적할수 없는 완전한 익명의 공간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체성에 대해 말한다면 글쓴이에 대해서 누구인지 안다는 것이 겠죠.
많은 사이트들이 그 정체성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제 각각 회원관리를 합니다.
그러나 낭비적인 면이 있고 사용자 측면에서도 불편한점이 많습니다.
비슷한 주제를 갖는 사이트 간에 연합을 만들어서 공동으로 회원관리체계를 만들면 어떨까요. 또는 회원데이타를 각 사이트 마다 카피본을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
실명제가 아니더라도 어느 싸이트를 가나 같은 id의 인물이 동일인임을 알게 된다면 서로간에 더 잘 알게 될 것이며 친근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2:^)

hey의 이미지

신동익 wrote:
익명성과 정체성은 둘다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상에 어떤 말을 할때 공익을 위해서 옳은 일이지만 자신에 대해 숨기는 것이 필요한 경우, 인터넷의 익명성을 사용하는 것이 결코 나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차라리 글쓴이의 접속경로 까지도 추적할수 없는 완전한 익명의 공간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체성에 대해 말한다면 글쓴이에 대해서 누구인지 안다는 것이 겠죠.
많은 사이트들이 그 정체성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제 각각 회원관리를 합니다.
그러나 낭비적인 면이 있고 사용자 측면에서도 불편한점이 많습니다.
비슷한 주제를 갖는 사이트 간에 연합을 만들어서 공동으로 회원관리체계를 만들면 어떨까요. 또는 회원데이타를 각 사이트 마다 카피본을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
실명제가 아니더라도 어느 싸이트를 가나 같은 id의 인물이 동일인임을 알게 된다면 서로간에 더 잘 알게 될 것이며 친근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비슷한지 모르겠지만 drupal의 기능에 보면
다른 drupal 기반 사이트의 아이디로 접속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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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the F/OSS be with you..


gang의 이미지

DotGNU 둘러보다 퍼 왔습니다.

Constantine P. Cavafy (1896) wrote:
Walls

Without consideration, without pity, without shame
they have built great and high walls around me.

And now I sit here and despair.
I think of nothing else: this fate gnaws at my mind;

for I had many things to do outside.
Ah why did I not pay attention when they were building the walls.

But I never heard any noise or sound of builders.
Imperceptibly they shut me from the outside world.

아래의 내용은 제가 엉터리로 번역한 글이므로, 가급적 원문을...

Quote:

배려도 없이, 연민도 없이, 부끄러움도 없이,
그들은 내 주위에 크고 높은 벽을 쌓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여기에 절망에 빠져 앉아 있다.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운명은 나의 마음을 갉아 먹는다.

나는 벽 밖에서 할일이 많았지만.
아, 나는 왜 그들이 벽을 쌓는 것에 미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가.

나는 그들이 벽을 쌓는 어떤 소음이나 소리를 듣지 못하였는데.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은 바깥 세상으로부터 나를 가두었다.

.Net에 대한 경고를 위하여 DotGNU에서 인용한 시입니다.
제게는 이런저런 개인정보들이 거대 권력에 의하여 사용될 때 가져오는 위험을 생각하게 하는군요.

keizie의 이미지

http://business.timesonline.co.uk/article/0,,9075-2051196,00.htm

모질라 재단의 라이센스 담당자가 영국 어느 공무원에게 질문을 받았답니다. '근데 지금 답장을 주는 댁이 모질라의 라이센싱에 관해 얘기할 권한이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나요?'

결국 licensing@mozilla.org 라는 메일 주소를 관리하고 있고 그뿐이라는 답을 보냈다고 합니다. 간단한 계정 발급을 하든, 주민번호를 요구하고 복잡한 그림 위에 뒤틀린 글자를 써놓고 부가로 입력하게 하든, 핸드폰 번호를 요구하든, 결국 온라인의 내가 오프라인의 나와 일치한다는 걸 증명하는 데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정말, 전자인증은 믿을만합니까?

모지리의 이미지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사회이고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기도 합니다. 둘다 맞습니다. 전세계 어느 나라도 민주주의 사회이지만 그 반대의 성향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각 개별 사안에 대해서 재단을 할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하다 못해 국가 개념의 논쟁에서도 사회주의 국가인지 자본주의 국가인지의 개념도 서로 혼동이 되어 있는것이 세상입니다. 딱히 재단할수는 없는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라고 통념적으로 사용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는것 뿐입니다. 국가의 개념에 관하여는 과거 우리 선배님들이 수십년동안 각종 지면을 통해 논쟁을 해왔기 때문에 여기서 어느 사안을 가지고 개념을 짓는것은 각설하고요.....

실명과 비실명의 성격은 우리가 운영을 통해서 터특하는 부분이지 결론짓고 넘어가기는 힘들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경찰관서나 공무원 기관 혹은 학교에서 실명을 원한다면 실명을 요구해서 사용을 하게 하면 됩니다. 일반 홈페이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운용하는데 있어서 실명이 효과적이면 실명을 사용하게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익명성을 허용해주면 됩니다.

우리가 오랫동안 이러한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익명의 폐해가 다분한데 구지 익명성을 담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되어집니다. 각자 운영의 필요에 의해서 선택되어질 부분입니다. 다만 국가에 의해 익명/실명을 통제하게 된다면 문제가 생길 부분이지만 상호 취사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는 구지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여기서 개인 정보의 유출에 관한 부분은 별개의 사안으로 보아야만 합니다.